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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엎친데 덮친 게임산업의 위기

입력
2019.05.12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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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게임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한숨부터 내쉰다. 게임업계에 불어 닥친 두 가지 위기 때문이다. 하나는 중국의 판호 문제, 또 하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중독 질병 지정 문제다.

판호란 중국에서 게임을 판매하거나 서비스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우리 게임업체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온라인 게임을 중국에서 서비스하려면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으로부터 판호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중국은 수년간 외국 기업에 대해 판호를 내주지 않았다. 중국의 게임업체들을 키우기 위한 의도적인 조치다. 중국의 게임 시장은 지난해 기준 38조8,700억원으로, 152조4,000억원에 이르는 전 세계 게임시장에서 25%를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중국은 이 시장을 고스란히 외국업체에 내 줄 생각이 없다. 자국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중국 게임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다. 그래서 수년간 중국은 자국 기업 위주로만 판호를 내줬다. 그러다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서 해서는 안 될 불공정 행위라는 외국의 지적이 빗발치자 중국은 지난달 외국 게임 30여종에 무더기 판호를 발급했다. 일본 8종, 미국 7종, 영국 2종, 스웨덴 등 기타 국가들 각 1종 등 여러 나라들이 골고루 판호를 받았는데 한국만 쏙 빠졌다.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의 판호를 2년이 넘도록 받지 못했다.

게임 산업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심각하게 봐야 할 일이다. 국내 게임업체들의 연간 수출액은 3조6,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40%인 1조5,000억원을 중국에서 벌었다.

중국은 이를 감안해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한국 게임업체들에 판호 발급을 중지해 손발을 묶어놓고 이 사이에 중국업체들을 집중 육성해 왔다. 우리 게임업체들은 중국만 놓고 보면 완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셈이다.

그 바람에 우리 게임업체들은 중국에서 제대로 된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데 비해 중국 게임업체들은 거꾸로 우리 게임 시장을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 한국의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20에 올라온 중국 게임은 2016년 11개에서 지난해 16개로 늘었고 이들이 가져가는 매출도 같은 기간 74% 증가했다.

이쯤 되면 게임업체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맡길 문제가 아니다. 개별 게임업체들이 풀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 오죽하면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열린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당시 정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에서 판호 문제를 우리 측 주요 요구사항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답변했으나 아직까지 가시적 성과가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WHO는 이달 중 게임중독을 새로운 질병으로 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결정되면 의료계에서는 반길지 모르지만 게임산업으로서는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게임산업협회는 지난 10일 명확한 과학적 근거 없이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몰아가는 것에 반대한다며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WHO 사무총장에게 보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지난 9일 게임업계 간담회에서 의학적, 사회적 합의 없이 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몰아가는 것에 유감을 표시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서 정부도 설상가상의 위기를 맞은 게임산업을 심각하게 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이나 수출 등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생각하면 당연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유감 표시와 의견 개진에 그칠 것이 아니라 판호 문제와 WHO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실효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중국처럼 정부에서 우리 게임업체들이 국내 및 해외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고 게임산업이 고사목이 되지 않도록 해결 방법을 정책과제로 마련해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최연진 디지털콘텐츠국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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