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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 가성비도 갑…현지인이 사랑하는 홍콩의 골목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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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 가성비도 갑…현지인이 사랑하는 홍콩의 골목식당

입력
2019.05.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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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관광청이 추천하는 몽콕과 삼수이포의 ‘진짜 맛집’ 

몽콕과 인접한 야우마테이의 힝키레스토랑. 홍콩식 솥밥 식당이다.
몽콕과 인접한 야우마테이의 힝키레스토랑. 홍콩식 솥밥 식당이다.

구룡반도의 안쪽, 몽콕과 야우마테이의 골목은 시장에서 출발해 시장으로 끝난다. 지은 지 몇 십 년은 지난 듯한 빌딩들이 골목을 따라 늘어서 있다. 아래로 시선을 낮추면 시장이 보인다. 그곳에 현지인이 사랑하는 ‘진짜 맛집’들이 있다. 영어도 잘 통하지 않고 친절도 기대하기 어렵지만, 저렴한 가격과 놀라운 맛은 그 정도 불편을 상쇄하고 남는다.

홍콩 서민들의 거주지 삼수이포 역시 가벼운 지갑과 까다로운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맛집들이 몰려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각양각색의 음식 냄새가 유혹한다. 40홍콩달러(HKD) 정도면 배부르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홍콩의 진정한 맛과 향을 즐기려는 이들이 자주 찾는다. 몽콕과 삼수이포, 두 지역의 ‘현지인 맛집’을 소개한다.

 ◇3000원에 즐기는 소울푸드, 차오쳉유엔(Chao Cheng Yuan) 

차오쳉유엔의 국수.
차오쳉유엔의 국수.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홍콩 사람들의 기질은 음식에도 적용된다. 서민을 상대하는 식당들은 맛도 훌륭하지만 믿기 어려울 만큼 싸다. 차오쳉유엔은 그런 ‘홍콩 맛집’의 전형이다. 몽콕의 번화가 퉁초이 스트리트(Tung Choi Street)의 어지러운 중국어 간판 사이에서 단번에 찾기 어렵다는 게 흠이지만 애써 찾을 가치가 있다. 홍콩식 죽 콘지부터 솥 밥, 간단한 딤섬까지 메뉴는 40여가지.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광둥식 국수다. 큼직한 족발, 하늘하늘한 완탕, 탱글탱글한 어묵, 사르르 녹는 소 힘줄과 육중한 기름기가 조화롭다. 테이블 위의 홍식초를 살짝 뿌리면 부드러운 풍미가 국물에 스민다. 가격은 한국 돈 3,000원에서 4,500원 사이다.

109 Tung Choi Street, Mong Kok / 완탕국수 20HKD, 소 힘줄 국수 28HKD, 초이삼 8HKD.

 ◇디저트 찻집, 타이헤탕량 차관(Taihe Tang Ryang Cha Kwan) 

타이헤탕량 차관의 달콤한 디저트.
타이헤탕량 차관의 달콤한 디저트.

‘타이헤탕량 차관’은 옛 홍콩식 디저트를 판매하는 찻집이다. 좁고 깊은 실내에 들어서면 시대를 역행하는 듯하다. 골동품 같은 나무의자에 앉아 영문 메뉴를 살펴본다. 이곳 음식은 광둥의 전통 디저트 ‘탕수이(糖水)’에 기반한다. ‘단 물’이라는 뜻 그대로 달콤한 수프를 곁들인 후식이다. 코코넛 밀크, 시럽에 잠긴 두부, 흑임자 수프, 달콤하게 졸인 토란, 말랑말랑한 사고(sago), 열대과일 등 다채로운 조합의 메뉴가 80여 종이 넘는다. 양도 넉넉해 간단한 식사로 손색 없다. 특별한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중국식 허브티(Chinese Herbal Tea)를 주문해보자. 메뉴에 ‘두통’ ‘오한’ ‘독소’ 등의 용어가 붙어 있다. 홍콩 사람들은 기력이 허할 때 약국 대신 찻집에서 중국식 허브티를 한 잔씩 마신다.

96 Tung Choi Street Mong Kok / 망고 푸딩 25HKD.

 ◇백종원도 반한 솥밥, 힝키레스토랑(Hing Kee Restaurant) 

힝키레스토랑의 다양한 식재료.
힝키레스토랑의 다양한 식재료.

야우마테이는 청과시장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한낮의 풍경은 느긋하지만, 해가 지고 나면 활기차다. 야우마테이는 홍콩식 솥밥 포짜이판(煲仔饭, Claypot Rice)의 메카다. 포짜이판은 중국식 소시지와 삼겹살, 양파를 밥과 함께 쪄낸 후 간장 설탕 후추 등 다양한 향신료로 만든 소스를 섞어 먹는 음식이다. 야우마테이의 가게들은 여러 육류와 해산물을 사용해 수십 종의 메뉴를 선보인다. 도자기 솥에서는 하얀 증기와 맛있는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바삭거리는 쌀알에 맥주 한 잔 곁들이면 더욱 즐겁다. 심야까지 떠들썩해 홍콩 최고의 밤참 장소라 부를 만하다. 그중 힝키 레스토랑(Hing Kee Restaurant)은 백종원이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에서 포짜이판과 홍콩식 굴전을 뚝딱 먹어 치운 곳이다.

15 Temple Street Yau Ma Tei / 쇠고기 달걀 뽀짜이판 51HKD, 굴전(소) 40HKD.

 ◇가격에 놀라고 맛에 반하고, 블록 18 도기스누들(Block 18’s Doggie Noodle) 

도기스누들.
도기스누들.

‘블록 18 도기스누들’의 한 끼 식사는 일종의 시간여행이다. ‘도기스누들’은 20세기 중반 홍콩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국수다. 수제비와 국수의 중간 정도, 뚝뚝 끊어진 면발은 파스타와 닮았다. 세월이 흐르며 명맥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지만, 이 식당이 미슐랭 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되며 다시 인기를 끌었다. 식당보다 노점에 가까워 길가에 앉아 먹어야 하고, 영어가 통하지 않아 불편하지만 ‘B급 구르메’의 거칠고 강렬한 매력을 잠재우지 못한다. 건어물과 향신료를 잔뜩 넣은 도기스누들에 중국식 채소 절임을 올리거나, 시원한 국물에 가짜 샥스핀을 곁들인 오리국수를 즐겨보자.

27-31 Ning Po Street, Yau Ma Tei / 도기스누들 30HKD, 오리국수 30HKD.

 ◇가성비도 맛도 갑, 유엔퐁 만두가게(Yuen Fong Dumplings) 

유엔퐁의 만두.
유엔퐁의 만두.

겉보기엔 네온사인 하나 없는 낡은 점포지만, 이곳 군만두를 먹기 위해 홍콩 섬에서 일부러 삼수이포를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만두를 빚는 직원들만 봐도 노포 특유의 노련함을 짐작할 수 있다. 손님은 각양각색이지만 선택하는 메뉴는 비슷비슷하다. 자그마한 만두가 뽀얀 생선 국물에 잠겨 있는 물냉이 만둣국 또는 바삭하게 구운 부추 고기 군만두다. 만둣국에 쓰는 물냉이(Cresson)는 프랑스 고급 요리에 사용되는 채소다. 하늘하늘한 만두피, 물냉이의 아삭한 식감과 신선한 향기가 조화롭다. 보기 좋게 익은 부추 군만두는 한 입 무는 순간 육즙이 사방으로 튄다. 대부분의 메뉴가 한국 돈 4,000원 이하라 부담이 없다.

104 Fuk Wa Street, Sham Shui Po / 부추 군만두 13HKD, 물냉이 만둣국 30HKD.

 ◇달콤한 두부 푸딩, 컹와 두부공장(Kung Wo Beancurd Factory) 

컹와 두부공장의 두부 푸딩.
컹와 두부공장의 두부 푸딩.

컹와 두부 공장의 실내는 비좁고 언제나 인파로 가득하다. 낯선 현지인과 합석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늘 붐비는 데는 이유가 있다. 1960년대 삼수이포에서 시작한 컹와 두부 공장은 ‘홍콩 최고의 두부 푸딩’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선 낯설지만, 중국과 일본은 오랫동안 두부를 디저트로 즐겨왔다. 이곳의 두부 푸딩을 맛보면 단숨에 이해할 수 있다. 은은한 달콤함이 입 안을 채우고, 두부 조각은 부드럽게 목구멍으로 미끄러진다. 바삭바삭한 딥프라이드토푸(Deep Freid Tofu), 고소한 두유 또한 인기가 높다. ‘홍콩의 클래식’이라 부를 만한 가게다.

118 Pei Ho Street, Sham Shui Po / 두부 푸딩(대) 12HKD, 두유(대) 10HKD.

 ◇맛도 가격도 10년 전 그대로, 만케이 카트누들(Man Kee Cart Noodle) 

고명과 면을 마음대로 고르는 만케이 카트누들.
고명과 면을 마음대로 고르는 만케이 카트누들.

홍콩 사람은 어떤 재료로도 국수를 만든다. 육류와 해산물, 채소는 기본이다. 쇠고기 내장, 다양한 만두, 동글동글하게 빚은 어묵, 튀긴 생선 껍질도 국수 재료다. 고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쌀국수, 에그누들, 바람에 말린 이푸누들까지 면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삼수이포의 만케이는 새로운 국수의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다. ‘카트누들’은 수십 가지의 고명과 다채로운 면, 육수를 손님이 직접 선택하는 홍콩의 옛 국수 노점을 일컫는다. 메뉴는 낯설어도 마음 가는 대로 고면 된다. 부드러운 쇠고기 양지(Chuhau Beef Brisket)와 달콤한 스위스 치킨 윙(Swiss Chicken Wing), 가게에서 직접 제조한 칠리 소스(Special Chilli Sauce)가 한국인에겐 안전한 선택이다.

121 Fuk Wing Street, Sham Shui Po / 카트누들 21~28HKD.

 ◇3500원에 맛보는 마라 샌드위치, 선흥유엔(Sun Heung Yuen) 

선흥유엔의 마라 샌드위치.
선흥유엔의 마라 샌드위치.

광둥 남쪽의 작은 섬에 영국 해군이 상륙하기 전까지 홍콩이라는 도시는 존재하지 않았다. 홍콩의 식탁에 서양과 동양의 전통이 섞이는 건 당연하다. 수많은 이종교배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결과가 ‘차찬탱’이다. 차찬탱은 홍콩식 밀크티와 커피, 맛있는 족발국수와 투박한 프렌치토스트를 함께 파는 찻집이다. 삼수이포의 오래된 찻집 선흥유엔의 명성을 결정적으로 끌어 올린 메뉴는 콘비프 샌드위치다. 노릇하게 구운 토스트에 스크램블에그와 짭짤한 콘비프를 넣는 것이 전부. 동서양의 만남을 더욱 독특하게 즐기고 싶다면, 본점 인근 2호점에서만 판매하는 사천식 콘비프 샌드위치(Sichuan Cornedbeef Sandwich)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168 Yu Chau Street, Sham Shui Po / 시추안 콘비프 샌드위치 24HKD.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ㆍ사진제공 홍콩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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