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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신도시에 사망선고” 3기 신도시 지정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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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신도시에 사망선고” 3기 신도시 지정 반발 확산

입력
2019.05.09 04:40
수정
2019.05.09 07:1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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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고양시 창릉지구 일대. 서재훈 기자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고양시 창릉지구 일대. 서재훈 기자

정부가 경기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지구를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하면서 기존 1,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미분양이 넘치는데다 집값마저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들 지역보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신도시가 들어설 경우, 기존 신도시가 급격히 경쟁력을 잃을 거란 우려에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호소까지 나오고 있다.

 ◇비상 걸린 일산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1기 신도시 경기 고양시 일산은 고양 창릉지구 지정으로 위상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일산은 대규모 업무 단지나 개발 호재가 거의 없는데다, 지어진 지 30년이 다 돼 아파트가 노후화됐다.

최근 집값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일산 서구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3억1,737만원으로 1년 전보다 1.8% 떨어졌다. 같은 기간 1기 신도시 분당은 7억4,437만원에서 8억3,747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뛴 것과 대비된다. 집값 하락으로 인한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면서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보증기관이 대신 돌려주는 보상반환사고 역시 전국 226개 시군구 중 고양시가 가장 많은 57건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근에 입지조건이 더 좋은 신도시가 지정되면 집값 하락은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일산의 한 주민은 국토부 발표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3기 신도시 지정은 일산 신도시에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며 “지어진 지 30년 다 돼가는 일산신도시는 과밀억제권으로 묶여 일자리 없이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는데, 3기 신도시 지정으로 더욱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하루 만에 6,000명 넘는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일산신도시가 노후화되면서 새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부분을 새로 조성되는 신도시가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일산 도심이 공동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1년간 수도권 아파트 평균. 그래픽=박구원 기자
최근 1년간 수도권 아파트 평균. 그래픽=박구원 기자

 ◇불안한 2기 신도시 

2기 신도시도 비상이 걸렸다. 인천 검단신도시 인근은 이미 작년 말 3기 신도시로 발표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1만6,500가구) 사업계획의 영향으로 미분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에 추가 발표된 부천 대장지구에 신도시가 또 조성될 경우 검단신도시 미분양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 누리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인천의 미분양 물량(2,454가구) 가운데 절반 이상(56.6%ㆍ1,386가구)이 검단신도시가 위치한 서구에 몰렸다. 지난달 초 선보인 검단 대방노블랜드는 총 1,274가구 공급에 87명이 지원해 1,187가구가 미분양 되는 등 이 지역은 ‘미분양의 무덤’이란 오명을 받고 있다. 이 지역엔 설상가상으로 당장 올해만 1만2,000여 가구가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검단신도시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고 밝힌 한 시민은 이날 국민청원 게시판에 “검단신도시 7만5,000세대를 비롯해 반경 10km에 12만 가구 분양 공급이 계획돼, 지금 인천 서구 라인은 과잉공급으로 줄도산 나게 생겼다”며 “2기 신도시는 버리는 카드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2기 신도시인 파주 운정 역시 인근 고양 창릉지구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운정 주민은 “자족기능과 광역교통대책이 없어 베드타운으로 전락한지 오래”라며 “3기 신도시 주택이 추가 공급되면 이곳을 떠나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신도시들의 고충 역시 정부가 외면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3기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1, 2기 신도시의 교통인프라 등을 동시에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존 신도시에도 예산을 적극 반영해야 효과적으로 서울 인구 분산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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