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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심재철 공방에 유시민 손 들어준 서울대 선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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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심재철 공방에 유시민 손 들어준 서울대 선배들

입력
2019.05.08 10:17
수정
2019.08.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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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홍 전 의원 “심재철 헛발질…유시민, 비공개 지도부 지켰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과 심재철 의원. 유튜브 영상 캡처, 심재철 의원 페이스북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과 심재철 의원. 유튜브 영상 캡처, 심재철 의원 페이스북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1980년 서울의 봄 진술서 공방은 누구의 말이 맞을까? 일단 이들과 같은 시기에 서울대를 다녔던 선배와 동기들이 잇따라 유 이사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심 의원과 서울대 77학번 동기인 유기홍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의 봄 당시 두 사람이 대의원회 의장과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되는 선거 관리를 맡고, 과도정부 역할을 담당했던 ‘서울대 학생회 부활추진위원회’ 총무위원장을 맡아 당시 상황을 잘 안다”며 심 의원에게 편지를 썼다.

유 전 의원은 “나도 합동수사본부로 끌려갔지만, 당시 비공개 지도부 ‘무림’의 일원이었던 내 신분은 드러나지 않았다”며 “당시 유시민은 모든 일을 밖으로 드러나 있던 공개지도부로 돌리고, 비공개 지도부를 성공적으로 지켜냈다”고 옹호했다. 이어 “유 이사장이 조사받으며 총학생회장인 자네(심재철 의원)가 아니라 비공개 지도부를 실토했어야 한다는 말인가”라며 “유시민은 조직을 지켰고, 심재철 검거 이후에 소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의 조작이 완성됐다”고 지적했다.

또 “한때 친구였던 자네가 크게 헛발질을 했다”며 “자네의 증언이 이해찬 선배 등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엮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법학과 77학번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진술서의 한계를 지적했다. 한 교수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두환은 어마어마한 고문과 장기불법구금을 자행했다. 그때의 자술서는 강제타술서로, 자발성이 없다”며 “유시민과 심재철의 강제타술서에서 마뜩잖은 몇 줄을 찾아낸다 해도, 그건 고초·고문의 정황증거이지, 그들이 밀고자라는 증거는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자술서를 어떻게 썼든, 당시 학생, 정치, 재야운동의 동향은 전두환 군부의 정보망에 이미 다 들어 있었다”며 “자술서대로 사건 윤곽을 잡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군부가 짠 프레임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의 진술서가 수사 초기 신군부의 눈과 귀를 밝혀준 셈이 됐다”는 심 의원의 주장을 반박한 셈이다.

또 “둘 다 극도의 폭력과 위축감 속에서 나름 최선을 다하려 애썼다고 본다”며 “둘 다 훌륭했고, 멋있었고, 닥쳐올 고난의 불안 속에서도 각오하고 임한 학생 리더였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 학보사 기자로, 유 이사장과 심 의원의 활동을 가까이서 지켜봤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심재철 의원과 유시민 이사장의 논쟁에 관해 언급했다. 한인섭 교수 페이스북 캡처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심재철 의원과 유시민 이사장의 논쟁에 관해 언급했다. 한인섭 교수 페이스북 캡처

청와대 민원제안비서관을 지낸 양민호 한반도광물자원연구센터 이사장도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최근 두 사람 간 논쟁을 보고 있자니 쓴웃음만 나온다. 두 사람 모두 내가 젊은 시절 아끼던 후배들이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양 이사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 75학번으로, 서울대 재학 시절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양 이사장은 “당시 수사기관 진술서를 갖고 서로 누가 옳고 그르다는 식으로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라며 “설사 그 당시 고문에 못 이겨 본의 아니게 진술을 강요당한 자들이라도 그 이후 올바른 행동을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양 이사장은 또 “심재철은 이미 오래 전에 민주화 동지들을 배신한 정치인이다. 반면 유시민은 시종일관 우리 민주진보 진영의 튼튼한 우군으로 활동해왔다”며 “심재철이 어떻게 1980년대 초 MBC에 기자로 입사하게 되었는지 그것부터 미스터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 이사장은 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시대 때 학생 운동을 한 사람들은 유시민 같은 고민을 했다. 조직원을 보호하려면 잡혀가서도 소설을 써야 했다”며 “사실대로 진술해서 피해를 본 사람도 많지만 그렇다고 누굴 원망하지 않고, 서로 이해하고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 운동 때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대부분 그렇게 살았는데, 40년이 지나 왜 시비를 거는지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유기홍 전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고, 양민호씨는 김대중 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고 1980년 당시 이미 서울대를 졸업해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유 이사장과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합수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을 당시 작성한 진술서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이 동지들을 밀고했다”고 주장한 반면 유 이사장은 “비밀조직을 보호했다”고 맞섰다.

그러자 심 의원은 6일 유 이사장이 쓴 진술서의 원본 사진을 공개하며 “1980년 6월 11일 유시민의 진술서로 행적이 밝혀진 77명의 학우 가운데 미체포된 18명은 그의 진술 직후인 6월 17일 지명수배 됐다”고 재차 주장했다. 반면 유 이사장은 7일 “진술서는 앞부분부터 다 거짓말이다. 모든 일을 학생회 간부가 다 한 것으로 진술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심 의원은 “유시민의 거듭된 거짓 해명이 유감”이라며 논쟁을 이어갔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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