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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왕’은 옛말… VFX가 드라마 제작 방식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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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왕’은 옛말… VFX가 드라마 제작 방식을 바꾼다

입력
2019.05.06 18:00
수정
2019.05.06 19:2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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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중 AR 장면. CJ ENM 제공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중 AR 장면. CJ ENM 제공

스페인 그라나다에 있는 한 광장에서 전투가 벌어진다. 몰락한 중세 왕국의 전사가 배우 현빈을 향해 칼을 휘두른다. 주변 건물은 산산조각 나고, 바닥에선 모래 파편이 튄다. 현빈은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다. 지난 1월 종방한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첫 화에서 등장한 증강현실(AR) 게임의 모습이다. TV 드라마에서 시각효과(VFX)가 대대적으로 사용된 장면이다.

영화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VFX가 이제는 드라마에서도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드라마 제작에서 VFX는 이제 필수 요소가 돼 가고 있다.

드라마에 VFX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2007년 MBC ‘태왕사신기’ 때다. tvN ‘도깨비’(2016)와 ‘미스터 션샤인’(2018), 지난달 종방한 SBS ‘아이템’까지 주로 판타지 드라마에서 VFX가 적극 사용됐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경우 VFX가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5,700컷이 VFX를 통해 만들어졌다. 대규모 전투 장면이 수시로 등장하는 영화 ‘안시성’(2,100컷)보다 2배가 넘는다. 8개월간 400명의 직원이 작업에 투입됐다.

VFX업체 디지털아이디어의 박성진 슈퍼바이저는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구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2019 제1차 콘텐츠인사이트(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10년간 쌓아온 모든 기술을 녹인 작품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며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중국 작품을 하면서 미국 할리우드의 기술력을 많이 따라잡았다”고 밝혔다. 디지털아이디어는 SBS 드라마 ‘배가본드’와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 VFX 작업 중이다. ‘호텔 델루나’는 귀신이 머물고 가는 호텔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판타지 드라마로 VFX의 역할이 더욱 크다. 박 슈퍼바이저는 “작업 과정이 어렵고 힘들지만,그만큼 시청자는 시각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VFX가 제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VFX의 시장 규모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등에 참여한 국내 최대 VFX업체 덱스터스튜디오는 6월 방송 예정인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의 VFX 작업을 84억원에 수주했다. 250억원으로 알려진 전체 제작비의 30%를 넘는 규모다. 넷플릭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업체(OTT)가 ‘킹덤’ 등 한국 제작 드라마를 잇따라 선보이며 VFX 수요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VFX는 드라마 제작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국내 드라마에선 작가가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날 나온 대본에 따라 하루의 촬영 방식이 결정되는 구조였다. 작가와의 개인적인 친분을 이유로 PD가 결정되는 경우도 더러 있을 정도로 ‘작가가 왕’이었다. 최근에는 기술진과 작가의 협업이 증가하고 있다. VFX로 구현할 수 없는 장면이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송재정 작가는 “과거 연속극처럼 개인 필력으로만 대본을 작성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며 “VFX업체 등 제작진이어떻게 구성되는지가 드라마 제작에서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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