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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전대미문 기자회견→마약투약 혐의 인정…혼돈의 19일 史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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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전대미문 기자회견→마약투약 혐의 인정…혼돈의 19일 史 [종합]

입력
2019.04.2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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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이 마약 투약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연합뉴스 제공
박유천이 마약 투약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연합뉴스 제공

박유천이 끝내 자신을 둘러싼 마약 투약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취재진 앞에서 눈물로 “결단코 마약을 한 적 없다”며 호소한지 19일 만이다.

2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등에 따르면 박유천은 이날 오전부터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마약 투약 사실을 대부분 시인했다. 박유천은 경찰 조사에서 “나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웠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죄할 건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유천은 현재 전 연인이었던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와 함께 올해 초 필로폰을 구매해 황 씨의 자택 등에서 함께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총 3차례에 걸쳐 필로폰 1.5g을 구매하고 약 0.3~0.5g 가량의 필로폰을 5차례에 걸쳐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두 사람이 투약 후 남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필로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26일 경찰은 박유천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으며, 28일 구속 이후 첫 조사를 진행해 박유천의 마약 추가 투약 혐의 등을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박유천은 투약 사실 전반에 대한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구속 후 첫 경찰 조사 당시 박유천 측은 “사실관계 등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경찰에 요청하며 조사 시작 3시간여 만에 귀가하기도 했다. 경찰은 당시 “(박유천이) 구속 결정으로 받은 정신적인 충격이 커 보인다”며 “원활한 조사를 위해 다음에 다시 진술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속 후 첫 조사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박유천은 하루 뒤에 열린 이날 조사에서 끝내 자신을 둘러싼 마약 투약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그간 일관되게 모든 마약 관련 혐의를 부인하며 경찰과 첨예한 입장차를 겪던 박유천이 끝내 백기를 든 것이다.

길고도 길었던 박유천의 ‘결백 주장’은 지난 10일 본인의 요청으로 열렸던 기자회견에서부터 시작됐다. 10일 오후 기자회견 시작 약 3시간여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당시)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기자회견 개최 소식을 알린 박유천은 인산인해를 이룬 취재진 앞에서 “결단코 마약을 한 적이 없다”며 “ 만약 마약을 했을 경우 연예계를 은퇴할 뿐만 아니라 제 인생 전체가 부정 당하는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당시 박유천의 기자회견이 더 큰 이슈가 됐던 건 해당 시점은 황하나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검거된 이후 경찰 조사에서 언급한 ‘연예인A씨’의 정체가 박유천이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밝혀지기 전이었기 때문이었다. 경찰 측이 황하나의 진술 속 ‘연예인 A씨’의 실명을 공개하기 전 자신이 먼저 해당 인물임을 밝히며 결백을 주장한 만큼 초반 박유천의 결백 주장은 대중에게 꽤 큰 신빙성을 얻었다.

그러나 경찰은 박유천이 자신에게 마약을 권유해 다시 마약을 투약하게 됐으며, 박유천이 잠든 자신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하고 마약을 구해오라고 지시했다는 황하나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기자회견 6일 뒤인 지난 16일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박유천의 자택과 차량 등을 기습 압수수색했다. 당시 진행한 마약 소변간이검사에서 박유천은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경찰은 박유천의 모발과 다리털 일부, 소변 등을 채취해 국과수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기습 압수수색 하루 뒤인 지난 17일에는 박유천의 첫 경찰 조사가 진행됐다. 당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모습을 드러낸 박유천은 취재진을 향해 여유 있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있는 그대로 성실하게 조사 잘 받고 나오겠다”고 말해 진실 공방에 혼란을 더했다.

이후 박유천은 18일과 22일 총 3회에 걸쳐 경찰 조사를 진행했지만 줄곧 자신을 둘러싼 마약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 박유천의 법률대리인 측은 박유천의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통한 마약 구입 정황이 담긴 CCTV를 경찰이 확보했다는 보도를 한 MBC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23일 검찰 등 수사당국에 의해 경찰이 국과수로부터 박유천의 체모에서 마약 양성반응을 확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경찰은 박유천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여유있는 미소까지 보이며 결백을 주장했던 박유천의 양성 반응 검출 소식에 대중은 혼란에 빠졌다. 특히 박유천의 기자회견은 ‘전대미문’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을 정도로 그 의도에 의문을 모았다.

이후 (당시)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 계약 해지를 당한 박유천은 연예계 은퇴 선언에 이어 26일 구속까지 당하며 그야말로 최악의 국면을 맞이했다.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상황에 마음을 돌린 걸까. 결국 박유천은 10일 기자회견 이후 19일 만인 이날 마약 혐의를 전격 인정했다.

박유천이 마약 투약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면서 그와 관련한 경찰 수사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19일의 시간이 지난 지금, 박유천에게 남은 것은 ‘희대의 거짓말쟁이’라는 오명과 ‘회생 불가능한’ 대중의 괘씸함뿐인 듯 하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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