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같은 마약 투약 혐의에도… 할리 ‘불구속’ㆍ박유천 ‘구속’ 왜

알림

같은 마약 투약 혐의에도… 할리 ‘불구속’ㆍ박유천 ‘구속’ 왜

입력
2019.04.27 10:37
수정
2019.04.27 10:52
0 0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 씨가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기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 씨가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기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씨가 26일 전격 구속됐다.

수원지법은 마약 구매 및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박씨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고, 구속할 사유가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씨는 올 2∼3월 전 연인인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와 함께 3차례에 걸쳐 필로폰 1.5g을 구매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5차례에 걸쳐 투약한 혐의다.

앞서 경찰은 그의 체모에서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자료와 마약상의 것으로 추정되는 계좌에 현금 입금하고 마약으로 보이는 물건을 찾는 모습 등이 담긴 폐쇄회로(CC)TV 등을 증거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로버트 할리. 뉴시스
로버트 할리. 뉴시스

이런 가운데 박씨와 대조적인 행보를 보인 인물이 있다.

“한 뚝배기 더 하실래예~” 라는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유명한 하일(61·미국명 로버트 할리)씨다. 하씨도 지난 8일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박씨와 마찬가지로 △마약상의 것으로 추정되는 계좌에 현금을 입금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가 나왔고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찾아 투약한 점이 똑같았다.

‘던지기 수법’은 마약상이 미리 알려 준 특정 장소에 마약을 놓고 가면 이를 찾아오는 방법이다.

경찰은 하씨 체포 다음날인 지난 9일 마약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하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하씨의 영장은 기각됐다. 하씨의 증거물 중에는 마약을 투약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주사기까지 발견됐는데도 불구속 된 것이다.

[저작권 한국일보].가수 박유천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가수 박유천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우한 기자

◇똑같은 마약 투약 혐의, ‘불구속’과 ‘구속’의 차이는

둘 다 마약을 구매하고 투약했다. CCTV에 담긴 모습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 양성반응까지 똑같은데 박씨는 구속됐고, 하씨는 불구속됐다.

이유는 뭘까.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느냐’, ‘없으냐’에 따라 달라졌다.

박씨의 영장 발부는 예견된 일이었다. 그는 마약 투약 혐의 사실을 끝까지 부인했다.

세 차례 경찰 조사와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절대 마약을 하지 않았다”며 부인하면서 자진출석해 조사받겠다고 했다. 그가 꺼낸 자진출석 카드는 경찰이 신청한 ‘체포영장’을 무색케 했다. 실제 검찰은 박씨가 자진출석한다고 밝히자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당시 박씨가 시간을 벌기위해 자진출석을 언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혐의 사실 부인은 결국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서게 한 것이다.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61) 씨가 1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61) 씨가 1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하씨는 경찰에 체포되는 순간부터 줄곧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했다. 취재진에게도 “죄송합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라고 마약 투약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경찰에서도 “방송 생활의 스트레스 때문에 (마약을) 투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구속을 면한 이유다. 법원도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본 것이다.

실제 수원지법은 지난 10일 “피의 사실에 대한 증거자료가 대부분 수집됐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하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히 “(그의) 주거가 일정하고 종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하씨를 구속할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증거의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느냐 없느냐는 본인이 혐의 사실을 인정했느냐 안했느냐와 같은 것”이라며 “법원은 피의자의 태도를 매우 중요하게 보는데 박유천은 스스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기 때문에 증거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잘못을 인정한 하씨와 이를 부인한 박씨가 불구속과 구속으로 갈린 이유다.

안양동안경찰서.
안양동안경찰서.

◇향후 로버트 할리 수사는

경찰은 영장이 기각된 로버트 할리에 대한 영장 재신청 없이 5월 초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영장 기각 후 하씨에 대한 추가조사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마약을 한 차례만 했는지, 공범은 없는지, 마약 구매 경로 등에 대해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다만 경찰은 추가 조사 결과에 대해 “수사 중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경찰은 2017년과 지난해 마약을 두차례 투약했다가 무혐의 처분된 하씨의 마약 투약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데다 시간이 다소 많이 지나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혹여 하씨가 “당시 마약을 했다”고 뒤늦게 자백하더라도 형법상 다른 증거 없이 본인 진술만으로는 기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종결된 수사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도 같은 경찰끼리 부담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한 하씨가 머리를 짧게 자르고, 염색을 했으며, 몸의 체모 대부분을 제모한 상태에서 출석한 점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게 됐다.

지난해 하씨를 조사한 경기 안양동안서 관계자는 “사건이 이미 종결된 사안이고, 음성 반응이 나왔기 때문에 다시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