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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원폭 피해 생존자 2283명... 신체ㆍ경제적 어려움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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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원폭 피해 생존자 2283명... 신체ㆍ경제적 어려움 ‘대물림’

입력
2019.04.25 16:26
수정
2019.04.25 23:0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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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한국인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 첫 발표

강남 합천 소재 원폭피해자 복지관의 위령각에 희생자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강남 합천 소재 원폭피해자 복지관의 위령각에 희생자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원폭 피해자인 60대 여성 A씨는 평생 끔찍한 통증을 호소하는 아들 때문에 마음이 미어진다. “오죽하면 다리를 절단해 달라고 했을 정도”였다. 40대 여성 B씨 역시 원인 모를 통증을 안고 사는 원폭 피해자 2세다. B씨는 “(치료비 지원 등) 제도가 개선되더라도 통증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기 때문에 물려주고 싶지 않다”며 아예 출산을 포기했다. 40대 남성 C씨는 부모가 원폭 피해자라는 사실이 드러난 후 부인에게 이혼 당했다. 자녀까지 데리고 간 전 부인에게선 아예 연락이 끊겼다.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 피해를 입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와 그 자녀들(2세대)이 신체ㆍ정신적 질병과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차별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세대는 부모의 원폭 피해가 본인이나 자녀에게 유전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고통 받고 있었다.

복지부는 25일 ‘한국인원자폭탄피해자지원위원회’를 공항철도 서울역 회의실에서 개최하고 한국인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17년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 시행에 따른 것으로, 정부차원의 실태조사는 처음 이뤄진 것이다. 현행법상 피해자는 1945년 원폭 투하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있었거나 투하 이후 2주 이내에 중심지역 3.5㎞ 내에 있었던 사람, 사체 처리와 구호 활동에 참가해 방사능의 영향을 받은 경우를 말한다. 당시 임신 상태였던 태아도 피해자로 인정된다

피해자의 건강수준은 한국 국민의 평균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 기준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생존 피해자는 2,283명으로, 70, 80대가 96%에 달했다. 장애 비율이 23%에 달해 한국 70세 이상 평균치(17.5%)보다 웃돌았다. 특히 암, 희귀난치성질환 유병률이 비슷한 연령대보다 대체로 높았다. 표본 수가 적긴 하지만 일부 암의 경우 유병률이 평균의 수배~수십배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의료비 본인부담액은 2017년 기준 124만원으로, 70세 이상 평균(110만원)보다 많았다. 2세대 역시 8.6%가 장애를 가졌는데 이는 비슷한 연령대(35~74세) 장애인구 비율(5.9%)보다 높은 수치였다. 다만 이번 조사는 건강상태만 파악한 것으로, 피해자나 2세대가 겪는 질병이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것인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도 컸다. 피해자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비율(36%)은 65세 이상 전체 인구(5.7%)의 6배에 달했다. 2세대(9.5%) 기초생활수급자 비율 역시 전체 인구(3.5%)를 상회했고 월평균 가구수입(291만원)은 한국 전체 평균치(462만원)의 62% 수준이었다.

마음의 상처는 더 컸다. 복지부가 피해자와 2세대를 상대로 심층인터뷰와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피해자의 11%, 2세대의 9.5%는 실제로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피폭 영향이 유전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기남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현재는 피해자에만 적용하는 진료비 지원 등을 앞으로는 2세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피해자 범위를 2, 3세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2, 3세까지 정부 차원의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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