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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비밀정원 ‘성락원’ 잠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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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비밀정원 ‘성락원’ 잠깼다

입력
2019.04.23 17:58
수정
2019.04.23 23:5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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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 유일한 조선 전통 정원

2008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 담양 소쇄원 등과 3대 정원 꼽혀

서울 성북구 북한산 자락의 전통정원 성락원이 23일 시민들에게 한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서울 성북구 북한산 자락의 전통정원 성락원이 23일 시민들에게 한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한양도성 밖에 낙원이 있다(성락원ㆍ城樂園)”

고(故) 심상준 제남기업 회장은 1950년 서울 북한산 자락의 1만6,000㎡ 규모의 전통정원을 사들이면서 ‘성락원’이라고 이름 붙였다. 서울 도심 속에서도 드물게 풍경이 잘 보존된 성락원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이 자신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전남 담양 소쇄원, 보길도 부용동 정원과 함께 ‘한국 3대 정원’으로 꼽기도 했다. 1800년대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의 별장으로 쓰인 기록이 있는 성락원은 이후 후손인 고 심 회장이 매입해 개인 소유 시설로 관리하면서 베일에 싸여있었다.

23일 복원을 앞둔 성락원이 시민들에게 임시 개방됐다. 이날 성락원을 관리하는 한국가구박물관의 박중선 이사는 “성락원은 서울에 남은 유일한 조선의 전통정원으로 개발이 만연한 서울 도심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아 보존돼왔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때는 35년간 의친왕의 별궁으로 사용됐던 서울 안의 몇 안 되는 별서정원으로 큰 의미가 있다.

굳게 닫혀있던 철문을 열고 성락원 안으로 들어가면 용두가산(龍頭假山)에 가로막힌다. 200~300년된 엄나무와 소나무 숲이 안뜰을 숨기고 버티고 서 있는 모양새다. 용두가산을 돌아가면 비로소 못(‘영벽지ㆍ影碧池’)이 나온다. 지형에 따라 각 공간이 나뉘어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일보일경(一步一景)’의 흥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게 박 이사의 설명이다. 영벽지에는 ‘완당(阮堂)’이라는 낙관과 함께 추사 김정희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

영벽지를 지나 자리잡은 바깥뜰에는 1953년 지어진 정자 송석정(松石亭)이 있다. 연못 위에 우뚝 솟은 모양이 흡사 ‘작은 경회루’의 모습이다. 송석정은 정면으로 남산이 보이는 배산임수의 명당에 자리하고 있다.

박 이사는 “물이 흐르면 그대로 정원의 일부로 삼는 등 자연을 그대로 활용해 ‘경치를 빌린다’는 ‘차경(借景)’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곳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문화재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성락원은 1992년 사적 378호로 지정되고, 2008년 전통정원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35호로 재분류됐다. 국가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복원사업을 통해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현재 시와 문화재청이 함께 성락원 종합정비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종합정비계획 결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복원ㆍ정비 사업이 추진된다. 성락원 측은 이르면 내년 가을쯤 복원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락원 임시 개방은 이날부터 6월 11일까지 진행된다. 한국가구박물관에 전화(02-745-0181)나 이메일(info.kofum.gmail.com)로 신청하면 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다. 사전예약에 의해 주3일(월ㆍ화ㆍ토요일) 20명씩 이뤄진다. 관람료는 1만원이다.

정영준 시 역사문화재과장은 “문화재청과 함께 성락원의 복원ㆍ정비를 추진하고 소유자 측과 협의해 개방 시기를 늘려 시민들에게 보다 많은 방문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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