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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대박’ 일본 드라마, 한국 리메이크는 왜 ‘쪽박’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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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대박’ 일본 드라마, 한국 리메이크는 왜 ‘쪽박’ 신세?

입력
2019.04.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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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드’ 리메이크작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JTBC, KBS2 제공
최근 ‘일드’ 리메이크작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JTBC, KBS2 제공

최근 일본 드라마들을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드라마들이 좀처럼 ‘쪽박’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드라마 시장의 전반적인 부진 탓으로 돌리기도 애매한 분위기다. 지난 달 30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리갈하이’는 전작이 역대 케이블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23.8%)을 기록했던 ‘SKY캐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뒷심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채 자체 최고 시청률 3.3%을 기록하며 조용히 종영했다. 연기력은 보증돼 있다는 배우 진구와 라이징 스타 반열에 이름을 올린 서은수가 남녀 주인공으로 야심차게 나섰음에도 ‘리갈하이’의 최저 시청률은 심지어 2.0%였다. 그야 말로 참담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배우들의 캐스팅이 미흡했던 탓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지난 해 11월 종영했던 KBS2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은 그간 국내 드라마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배두나와 ‘믿고 보는 배우’ 차태현, 최근 각종 드라마에서 존재감을 발산중인 이엘과 손석구가 네 주인공으로 출연해 역대급 캐스팅 라인업을 완성했음에도 자체 최고 시청률 4.5%, 최저 시청률 1.9%의 성적을 남기는 데 그쳤다.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과 '리치맨'도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tvN, MBN, 드라맥스 제공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과 '리치맨'도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tvN, MBN, 드라맥스 제공

탄탄한 팬덤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엑소 수호와 하연수가 주인공으로 나섰던 드라맥스, MBN ‘리치맨’의 경우도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시청률 사정이 조금 더 나았던 MBN을 기준으로 해도 자체 최고 시청률 1.9%, 최저 시청률 0.8%를 기록한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채널의 한계가 문제였을까. 그러나 케이블 드라마 시장에서 단연 강세를 보이고 있는 tvN에서 방송됐던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의 성적을 보면 채널을 문제 삼기도 힘들다. 앞서 병역 논란을 빚었던 서인국의 복귀작이라는 변수가 작용하긴 했지만, 정소민과 박성웅까지 탄탄한 캐스팅을 기반으로 출발했던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은 자체 최고 시청률 4.0%, 최저 시청률 2.3%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 1999년 일본 TSB에서 방송된 드라마 ‘아름다운 사람’을 원작으로 하는 리메이크 드라마인 MBC ‘슬플 때 사랑한다’ 역시 극 초반 시청률 10%를 돌파했던 것을 끝으로 최근에는 10%대를 밑도는 시청률을 전전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됐던 전작인 ‘신과의 약속’이 최고 시청률 18.4%, 평균적으로 13%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을 미루어 볼 때 반토막이 난 셈이다.

이처럼 최근 일본 드라마들을 원작으로 한 국내 리메이크 드라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최근 KBS2 ‘슈츠’나 OCN ‘라이프 온 마스’ 등 영미권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들이 속속 흥행에 성공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이 같은 ‘쪽박’ 행진의 가장 큰 이유는 먼저, 한국과 일본 드라마의 확연하게 다른 드라마 소재나 감성 차이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같은 아시아 문화권에 속해있는 인접국이지만 드라마나 문화에 있어서 분명 다른 코드를 지니고 있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 국내 드라마는 어느 정도 현실과 맞닿아있는 소재들을 바탕으로 사랑, 가족, 우정, 수사 등의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경향이 강한 반면 일본 드라마는 다소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소재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국내 드라마는 소위 ‘신파’라고 불릴 정도로 감정적인 흐름에 치중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의 경우 국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제된 감정의 흐름이 주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정덕현 문화 평론가 역시 이런 부분들이 국내의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작품들의 실패에 있어 주요한 원인이라는 데 공감을 표했다. 정 평론가는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 했다고 해서 모두 실패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 하는 데 있어 정서적인 차이에서 오는 원인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일드(일본 드라마)에서 주로 나오는 비현실적이고 만화 같은 캐릭터들이 국내에서는 드라마 주인공으로서 몰입이 어렵다는 의견으로 돌아올 때가 많다. 멜로 역시 국내 드라마의 감정과잉 속에서 가끔씩 일본 드라마가 들어올 때는 반응이 좋았지만,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답답해지곤 한다. 결국 국내의 정서적인 상황에 맞춘 리메이크가 중요한 포인트인 셈”이라고 말했다.

‘하얀거탑’은 과거 일본 리메이크 작으로서 흥행에 성공햇다. MBC 제공
‘하얀거탑’은 과거 일본 리메이크 작으로서 흥행에 성공햇다. MBC 제공

일례로 지난 2007년 방송돼 최고 시청률 20.8%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MBC ‘하얀거탑’은 일본 후지TV에서 방송된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했지만 흥행에 성공했다. 이는 국내판 ‘하얀거탑’이 일본 원작과는 달리 국내의 정서와 의학계 내의 이해관계 등을 완벽하게 접목시키며 새로운 해석을 탄생시킨 덕분이었다. 반면 최근 성적에서 쓴맛을 경험해야 했던 ‘리갈하이’는 원작이 일본에서 굉장히 성공했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리메이크작 속 캐릭터들을 국내 정서로 재해석해내지 못하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의 부진 역시 이 같은 정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함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동명의 일본 원작 드라마는 근친상간을 핵심적인 소재로 두고 있는데, 이 같은 부분이 국내에서 리메이크 되면서 ‘한국의 정서에 맞냐’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실제로 국내 리메이크작에서는 해당 소재를 원작과는 다르게 그렸지만 해당 지점들이 극 후반부에서 드러나면서 결론적으로 드라마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정덕현 문화 평론가는 “아직까지는 국내 드라마에는 다소 보수적인 입장들을 고수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며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현실과 분리시키기보다 현실에 투영을 시켜 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 소재가 다뤄지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또한 여전히 일본에 대한 선입견 같은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작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작들이 정서적, 소재적 차이를 극복하고 부진을 깨기 위한 방법은 하나다. 흥미로운 스토리는 원작으로 하되, 철저하게 국내 드라마에 맞춘 재해석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프 온 마스'는 재해석을 통한 리메이크작 성공의 대표적인 예다. OCN 제공
'라이프 온 마스'는 재해석을 통한 리메이크작 성공의 대표적인 예다. OCN 제공

재해석에 성공하며 흥행을 이끌어낸 ‘성공한 리메이크 드라마’의 좋은 예는 ‘라이프 온 마스’다. 동명의 영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라이프 온 마스’는 전체적인 극의 기조는 원작과 상당히 유사했지만, 극의 배경이었던 1988년 국내의 시대적-공간적 분위기를 실감나게 그려내며 국내 드라마로의 재해석에 완벽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원작을 몰라도 누구나 국내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그대로 즐길 수 있는 드라마가 완성된 것이다.

비단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뿐만 아니라 모든 국내 리메이크작들이 지향해야 할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원작을 두되, 국내 정서에 맞춘 재해석 통해 리메이크작에만 머물지 않는 ‘국내 드라마로서의 매력’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정 평론가 역시 “리메이크는 항상 원작과의 비교점이 생기고 너무 새롭게 재해석하면 원작과 너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따라서 리메이크가 쉬운 것이 아니다. 리메이크를 하되 연출자나 작가들이 자기만의 색을 얹어서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 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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