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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 김경훈 기자 “사진은 교양있게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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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 김경훈 기자 “사진은 교양있게 써야”

입력
2019.04.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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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의 김경훈 기자가 지난 11월 25일 멕시코-미국 국경 지역에서 촬영한 사진. 40세 여성이 두 딸과 함께 최루탄을 피해 국경지대를 달리고 있다. 티후아나=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의 김경훈 기자가 지난 11월 25일 멕시코-미국 국경 지역에서 촬영한 사진. 40세 여성이 두 딸과 함께 최루탄을 피해 국경지대를 달리고 있다. 티후아나=로이터 연합뉴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벽을 뒤로하고 달리는 엄마와 쌍둥이 딸들. 엄마의 손에 붙들려 뛰는 어린 딸 한 명은 휘청거리며 넘어지고, 한 명은 어느새 신발이 벗겨졌는지 맨발로 흙바닥을 헤집는다.

2019 퓰리처상을 받은 로이터통신 김경훈(45) 기자의 사진이다. 이 사진은 세상에 공개되며 미국 현지 언론은 물론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캐러밴’ 사태를 알리는 핵심 사진으로 떠올랐다. 이에 퓰리처상 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들의 긴급함, 절박함, 슬픔을 선명하고 충격적이게 그려냈다”며 로이터통신 사진부 기자들을 보도사진(Breaking News)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최초의 한국인 사진기자 수상자인 김 기자는 “사진을 찍었을 때 중요한 사진이 되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1999년 한국일보 60기로 일간스포츠에 입사해 사진기자 생활을 시작한 김 기자는 이후 로이터통신으로 이직했다. 로이터통신 도쿄지국에서 근무하던 김 기자는 중남미 지역의 대량 이민 행렬을 취재하는 중장기 프로젝트의 구성원으로 선발돼 멕시코로 떠났다. 멕시코시티부터 국경도시인 티후아나까지, 직선거리 2,000km가 넘는 거리를 이민자들과 동행하며 2주 동안 캐러밴을 기록했다.

“국경지대 인근에 도착하자 난민수용소에 있던 사람들이 평화 시위를 계획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시위 도중 일부 사람들이 국경을 향해 달리는 우발사태가 발생했고, 미 국경수비대는 이에 최루탄으로 응수했죠. 이때 저는 국경 장벽으로부터 3~5m 떨어져 있었는데,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엄마와 딸들을 포착하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보도 다음날 김 기자에게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유수 매체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반나절 동안 10여 개 언론사와 각 30분 정도의 인터뷰를 계속했다”는 김 기자는 “20년 기자 인생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경험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미국·국제 사회에 끼친 영향과 사진의 완성도를 인정받아 김 기자가 소속된 로이터통신 사진부는 이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무엇보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같이 상을 받아 보람 있다”고 하는 김 기자는 “사진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된 사진으로 상을 받게 돼 더 의미가 있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앞으로의 목표에 관해 묻자 김 기자는 보도사진뿐만이 아닌, ‘언어로서의 사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우리는 사진이 언어가 된 시대에 살고 있어요, 일반인들도 사진을 일상적인 도구로 사용하죠. 사람들이 사진이라는 언어를 더 ‘교양있게’ 쓰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사진을 교양있게 쓴다는 것은 품위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사진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사진으로 올바른 뜻을 전달할 수 있는 것. 사진이라는 언어를 잘 이해하고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사진”이 교양있는 사진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김 기자는 한 일화를 소개했다. “2015년 당시 한국과 중국에서 위안부 생존자들을 취재하며 수요집회 현장에 갔어요. 그때 여자 중학생들이 현장학습을 왔었는데, 처음에는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집회가 끝나고 학생들이 소녀상 주위에 모여서 소위 말하는 '여중생 셀카 포즈'로 기념사진을 찍더라고요. 그때 ‘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 상황에 맞지 않는 사진인 거죠.”

김 기자는 “언어로서의 사진이 잘못 쓰이거나 왜곡됐을 때의 영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너무 급하게, 준비 없이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며 사진이 보편화 됐고, 사람들이 사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라며 ‘쉽게 찍을 수 있게 된’ 사진에 대해 우리 사회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경훈(44) 로이터통신 사진기자가 지난해 취재한 미국 국경수비대의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는 중남미 이민자 모녀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한국국적 사진기자의 첫 수상으로 김 기자는 이민자 모녀 사진으로 9회 서재필 언론문화상도 수상했다. 연합뉴스
김경훈(44) 로이터통신 사진기자가 지난해 취재한 미국 국경수비대의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는 중남미 이민자 모녀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한국국적 사진기자의 첫 수상으로 김 기자는 이민자 모녀 사진으로 9회 서재필 언론문화상도 수상했다. 연합뉴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아래 링크에서 2019 퓰리처상 수상작 전부를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pulitzer.org/news/announcement-2019-pulitzer-prize-winners

관련기사: 한국인 기자 포함 로이터 사진팀의 '2019 퓰리처 수상작'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4161559024205?did=NA&dtype=&dtypecode=&prnews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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