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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업 떠난 지도요원 지하철 운행… 무자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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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업 떠난 지도요원 지하철 운행… 무자격 논란

입력
2019.04.17 04:40
수정
2019.04.17 15:4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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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4일 기관사와 무관한 지도요원 1~4호선 운행에 투입

서울교통공사 “무자격자 대체한 적 없어… 운전업무 능통한 지도요원이 운행”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교통공사가 서울 지하철 1~4호선에서 기관사로 부적격한 직원에게 열차를 몰도록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관사의 휴가ㆍ병가 등으로 발생한 대체근무에 투입한 것인데, 세월호 사고 5주기를 맞아서도 여전히 시민안전은 뒷전인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16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에 따르면 3월 1~14일 기관사가 아닌 지도요원이 지하철 1~4호선 운행에 투입됐다. 열차 운전과는 거리가 먼 승무원 운용과 실적관리, 교육훈련, 사업장 안전관리 등 업무를 하는 지도요원(운용부장, 지도부장, 운용기관사)이 기존 기관사의 휴가ㆍ병가 등으로 인한 대체근무를 서도록 한 것이다. 지하철을 몰기 위해서는 철도운전면허뿐 아니라 운전할 구간에서 실무수습교육을 이수하는 노선별 ‘구간 인증’을 받도록 철도안전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선로 등 조건이 다 달라 면허가 있는 기관사라도 전천후로 모든 노선을 안전하게 운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사측이 필요 인력을 충원하지 않은 채 휴일근로수당을 줄이기 위해 무자격자가 열차를 몰도록 했다”며 “명백한 철도안전법 위반일 뿐 아니라 시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다”고 주장했다.

실제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도 있었다. 성수역과 신설동역을 잇는 성수지선에서 이 구간 인증이 없는 직원이 역사에 진입한 열차의 반대편 출입문을 열뻔했다. 다행히 동승했던 기관사가 재빨리 조치해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서울교통공사는 당시 이 직원이 실무수습교육 중이었다고 해명했고, 노조측은 사측이 실무수습교육의 인원, 기간 등을 명시한 행정적 절차를 갖추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직원이 자발적으로 운전을 익히기 위해 탔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구간인증을 받았더라도 5년 넘게 해당 구간을 운전하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전동차를 모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서울교통공사의 ‘승무원 지도운영규정’에는 인증 구간이더라도 기관사로 전입한 경우 3일 이상 보완교육과 750㎞ 이상 운전실무수습을 다시 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핵심에는 부족한 인력과 돈 문제가 있다. 통상 1~4호선에서는 휴가, 병가 등으로 빈 자리가 생기면 휴일인 다른 기관사가 대체근무를 하고 사측은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왔다. 인력 충원은 하지 않고 비용을 아끼려는 사측과 수당으로 사실상 임금을 보전해온 기관사들의 이해가 맞아 그간 관행처럼 이뤄졌던 일이다. 이번에는 휴일근로수당마저 아끼기 위해 사측이 무리를 했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무자격자가 지하철을 운행한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지도요원이 대체근무에 투입된 적은 있지만 이들은 철도안전법과 내부 규정에서 정한 운전 업무에 필요한 자격요건을 모두 갖췄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일부 열차에 투입됐던 지도요원은 승무원을 대상으로 이론ㆍ실기교육, 안전지도ㆍ관리 등을 담당하는 운전업무에 능통하고 지도능력이 우수한 자들로 차량 고장 등 상황에서 필요하면 시운전 업무를 수행하는 운전업무종사자들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격을 갖췄다하더라도 지도요원에게 자신의 업무 밖인 열차 운행을 맡긴 것이 맞느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사측이 지도요원에게 승무원 업무를 ‘병행’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자신의 본래 업무를 보다가 대체휴일이 발생하면 투입돼 운전을 하도록 했다. 박찬용 서울교통공사노조 승무본부 사무국장은 “지도요원들은 ‘철도안전관리체계’상 자신의 역할과 업무영역을 가진 사람들로, 정확하게 운전업무 종사자가 아니다”며 “설사 운행 자격을 갖췄다 하더라도 회사에서 필요할 때 띄엄띄엄 차를 태우는 것은 자기 업무를 벗어나는 일로 규정 위반이다”고 지적했다.

지도요원의 열차 운행은 일단 노조 측의 문제제기와 함께 승무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을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가 노사간에 꾸려지면서 중단된 상태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기관사의 건강과 안전은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대체근무인력 충원은 인력이 몇 배로 느는 문제도 아닌데, 인력 운용에 충분한 여유가 생길 수 있도록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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