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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잊은 적 없다” 시민들이 광화문에 수놓은 노란 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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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잊은 적 없다” 시민들이 광화문에 수놓은 노란 리본

입력
2019.04.13 20:28
수정
2019.04.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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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년 기억문화제…다시 밝힌 촛불

세월호 참사 5년을 사흘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노란 우산으로 세월호 리본을 형상화하는 플래시몹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5년을 사흘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노란 우산으로 세월호 리본을 형상화하는 플래시몹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억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는 결코 잊어선 안 될 우리 사회의 거울”이라며 5년을 맞은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곱씹었다.

문화제에 참가한 대학생과 시민 500여 명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을 의미하는 오후 4시 16분에 맞춰 광화문 광장 북쪽에 노란 리본을 수놓았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는 글귀가 적힌 노란 깃발을 따라 리본 대형으로 줄을 지어 선 참가자들은 세월호 추모곡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따라 부르면서 서로의 어깨의 손을 얹고 행진했다.

리본 모양으로 늘어선 시민들은 음악에 맞춰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가사를 따라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이들은 함께 노란 우산을 펼쳐 들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전면 재조사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민 각각이 노란 점이 돼 수놓은 노란 리본이었다.

세월호 참사 5년을 사흘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노란 우산으로 세월호 리본을 형상화하는 플래시몹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5년을 사흘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노란 우산으로 세월호 리본을 형상화하는 플래시몹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은 ‘의무’라고 입을 모았다.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이은순(47)씨는 “보통 안 좋은 일이 있고 세월이 흐르면 기억이 옅어지기 마련인데 세월호는 그렇지 않다”며 “예전에는 세월호 관련 영상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아파 영상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씨는 “결코 단순한 사고라고 볼 수 없는 세월호의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야 한다”며 “그를 위해서 나 같은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행사에 나와 뜻을 모으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게 일종의 ‘부채의식’을 갖는 것은 어린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성남시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한재(17)군은 “이런 행사라도 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매년 세월호 추모 행사를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군은 학교에서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세월호 주간’ 준비위원회에 참가하는 친구들과 함께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세월호 생존학생 모임 '메모리아' 소속으로 활동하는 장애진(22)씨. 홍인택 기자
세월호 생존학생 모임 '메모리아' 소속으로 활동하는 장애진(22)씨. 홍인택 기자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학생들은 손수 제작한 엽서와 스티커, 노란 리본들을 전하며 연대하는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세월호 생존학생 모임인 ‘메모리아’에서 지난해부터 이런 활동들을 이어오고 있다는 장애진(22)씨는 “피해 당사자가 아닌데도 이렇게 세월호를 잊지 않고 찾아주고 자기 일처럼 발벗고 나서는 시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기억하게 하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활동”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메모리아에 참여한 다른 생존학생 7명과 함께 이날 행사를 위해 두 달 전부터 시민들에게 나눠줄 기억 물품 600개를 준비했다. 초기 구조에 실패한 국가로 인해 친구들을 잃었던 기억은 유아교육과 진학을 꿈꾸던 장씨가 진로를 바꿔 응급구조학과에 진학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2월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장씨는 취업 준비로 바쁜 시기에도 발 벗고 나섰다. 장씨는 “수사ㆍ기소권이 없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 이후로 아직 진실이 다 드러나지 않았다”며 “책임자에 대한 처벌로 이어지도록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생존학생 모임 '메모리아' 회원들이 직접 만들어 포장한 세월호 기억물품. 홍인택 기자
세월호 생존학생 모임 '메모리아' 회원들이 직접 만들어 포장한 세월호 기억물품. 홍인택 기자

장훈 4ㆍ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문화제 단상에 올라 세월호 참사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 운영위원장은 “빨리 선내에서 탈출하라고 한 번만 외쳤으면 304명 희생자가 전부 살았을 것”이라며 “공소시효 소멸 전에 책임자들을 수사해 기소하고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해가 저물자 집회 참가자들은 종이컵으로 감싼 촛불로 다시 광화문광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진행된 기억문화제 본공연에는 가수 이승환씨, 유가족으로 구성된 4ㆍ16 합창단 등이 무대에 올랐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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