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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 벤처기업의 역사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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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 벤처기업의 역사 ‘그것이 알고 싶다’

입력
2019.03.2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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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벤처기업’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1997년 8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98년 2,000여개에 불과했던 벤처기업 수는 2019년 현재 3만7,000여개로, 18배 가량 폭증했다. 벤처 투자액도 2013년 1조4,000억원에서 2018년 3조4,000억원으로 최근 5년 새 2.5배 증가했다.

20여년 한국 벤처의 역사는 그러나 호시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없이 많은 벤처기업이 사라지고 투자가 급감하는 등 부침을 겪기도 했다. 우리의 벤처 역사를 개괄적으로라도 재조명하는 일은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창업으로 4차 산업혁명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안정적 성장 방안을 마련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자신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지 않았던가.

<국내 벤처기업 수>

*자료: 벤처인

<벤처캐피털 신규투자액>

*자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1990년대 중반 이전: 벤처기업의 태동

벤처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80년대 초반, 기술과 아이디어를 앞세운 젊은이들이 모험을 시작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이용태씨는 80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서울 청계천 허름한 사무실에서 삼보컴퓨터를 창업했다. 대한민국 벤처기업 1호였다.

81년 이범천씨는 카이스트 교수 직을 박차고 나가 큐닉스컴퓨터를, 83년 정문술씨는 반도체 검사장비업체 미래산업을, 같은 해 조현정씨는 대학생 벤처 1호로 비트컴퓨터를 설립했다. 이민화씨는 85년 메디슨을 세워 99년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면서 벤처 신화를 쓰기도 했다.

한글과컴퓨터, 휴맥스, 핸디소프트(다산에스엠씨에 흡수합병) 등 지금도 잘 알려진 회사들이 이 시기에 창업하면서 벤처 1세대로 한국 벤처산업의 태동을 알렸다. 당시 한 매체는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울올림픽 등을 거치며 선진국 전산기술을 접한 이들을 중심으로 벤처기업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고 보도했다.

◇1990년대 중반: 벤처 생태계 기반 마련

95년 12월 벤처기업협회가 창립되면서 벤처 붐이 조성되는 기틀이 마련됐다. 당시만 해도 벤처 생태계는 여전히 척박했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위한 장외주식거래시장이라 할 수 있는 지금의 코스닥이 없던 당시에는 투자원금 회수 방안이 불확실했기 때문에 KTB를 제외한 창업투자회사들은 투자하는 시늉만 내는 형편이었다.

벤처기업협회는 96년 3월 포럼을 통해 ‘벤처 활성화를 위한 코스닥 설립’을 공식 제안했고, 넉 달 뒤 코스닥이 설립됐다. 당시 코스닥 시장은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정부는 97년 11월 코스닥 시장을 제2거래소 수준으로, 나아가 미국의 나스닥을 목표로 육성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97년은 벤처 역사상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때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된 것이다. 이 법은 벤처기업 인정 요건을 정의하고, 연기금의 벤처 투자 허용, 엔젤투자자 세금 감면 추진 등 각종 지원 방안을 담고 있었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98년 2월 취임식에서 벤처기업을 ‘새로운 세기의 꽃’이라고 표현하며 벤처기업이 IMF 외환 위기를 극복할 수단이라는 것을 확실히 했다.

◇1990년대 후반: 벤처 붐 본격화

벤처 창업 열기가 전국적으로 번진 시기다. 현재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네이버, 인터파크, 다음 등이 이 시기에 설립됐다.

벤처기업 수는 98년 2,042개에서 불과 3년 뒤인 2001년 1만1,392개로 무려 5.6배나 급증했다. 벤처기업협회가 주도한 ‘실험실 창업 운동’(98년), 정보통신부의 ‘사이버코리아21’(99년) 등 다양한 활동이 거둬들인 결과다. 특히 사이버코리아21 정책은 세계 최초 ADSL(Asymmetric Digital Subscriber Lineㆍ기존 전화선으로 컴퓨터 통신을 하는 망) 상용화 같은 업적을 이뤘고, 이는 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인터넷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시기에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었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은 98년 8조원에서 이듬해 말 100조원을 돌파했다. ‘묻지마 투자’라고 할 만큼 엄청난 자금이 벤처 업계로 몰렸다. 당시 “1등 신랑감은 벤처인”이라는 말까지 회자됐다. 벤처 붐은 2001년까지 이어졌다.

◇2000년대: 벤처 침체기, 코스닥 폭락

벤처시장으로 돈이 쏟아지면서 일부 벤처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더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기대했던 벤처시장은 투기시장으로 변질됐고, 투자자 손실이 이어졌다. 본격적인 침체기에 돌입한 것이다.

2000년 3월 10일 코스닥 지수는 2,834.4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2019년 현재 700대 초반인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당시 코스닥 시장의 과열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코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찍은 지 1년 6개월만인 2001년 9월 460.5까지 추락했다.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사라졌다. 프리챌, 아이러브스쿨, 버디버디, 네띠앙, 엠파스 등이 대표적이다. 2001년 1만1,000여개였던 벤처기업 수는 2003년 말 7,700여개로 급감했다. 투자자들의 손실도 이어졌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2000년 한 해 선의의 개인투자자 손실은 54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2002년 벤처 확인 기준을 강화하고 벤처평가기관 실명제 도입 등을 담은 ‘벤처기업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벤처업계는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횡령 같은 도덕적 해이에 대한 자정 활동을 벌였다.

이런 침체기에도 희망의 불씨는 남았다. 셀트리온(2002년 설립), 골프존(2000년), 메디포스트(2000년), 네츄럴엔도텍(2001년) 등 지금도 소위 잘 나가는 기업들이 이 시기에 설립됐다.

<업종별 스타트업>

자료: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2000년대 중반 이후: 제2의 벤처붐을 향해

2004년 12월 24일 정부는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수립했다. 벤처캐피털 지원, 벤처기업 성장 지원, 코스닥과 제3시장 활성화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2005년에는 벤처 투자시장의 전환점이 마련됐다. 한국벤처투자주식회사 설립과 한국모태펀드의 출범이었다. 대한민국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안정적인 투자재원 공급체계가 마련되고,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투자관리 전문기관이 탄생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도 벤처기업 수는 지속 증가했다. 2008년 1만5,000여개에서 2009년 1만9,000개, 2010년 2만5,000개로 매해 30% 이상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2000년 이후 최대의 증가 폭이었다.

스마트폰 출현과 ‘모바일 혁명’으로 수많은 신생벤처기업들이 출현하면서 다시 벤처 창업 붐이 일고 있다. 스타트업이라는 용어가 보편화되고 전국민에게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와 최근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 기업) 대열에 합류한 우아한형제들, 블루홀 등 수많은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

현 정부도 이에 발맞춰 2017년 7월 중소기업청에 ‘벤처’를 더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키고 최근 ‘제2벤처붐 확산 전략’을 수립하는 등 벤처기업 지원에 나섰다.

벤처기업 수는 2015년 3만개를 돌파한 이후 올해 3만7,000개로 늘었다. 벤처기업의 수출액도 2018년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들 벤처기업은 연구 개발에 특히 힘을 쏟고 있다. 벤처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매출액 대비 3.5%(2017년 기준)로, 일반 중소기업(0.7%)에 비해 매우 높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아직 고쳐야 할 제도들이 많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고 우수한 인재들이 유입되고 있어 유니콘 수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글은 벤처기업협회 제공 자료와 벤처전문 미디어 ‘V-ON’에서 일부 참고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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