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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갈이 인사’ 기준과 범위 필요성 일깨운 김은경 영장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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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갈이 인사’ 기준과 범위 필요성 일깨운 김은경 영장 기각

입력
2019.03.27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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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수사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26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례적으로 길게 설명한 기각 사유의 핵심은 “탄핵 정국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고의로 법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김 전 장관과 함께 환경부 산하기관의 ‘물갈이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위법이라고 보기에는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의 윗선인 청와대로 향하려던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김 전 장관 구속 여부는 유ㆍ무죄에 대한 본안 판단은 아니나 정권 교체 후 관행적 물갈이 인사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박 부장판사는 핵심 사안인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한 사정’을 들었다. 물갈이 인사가 외견상 ‘낙하산 인사’ 논란을 낳더라도 그 배경에는 탄핵 정국 이후의 대대적 적폐 청산 흐름이 있었던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취지다. 환경부 산하기관 주요 인사들의 교체는 “고의나 위법성 인식이 다소 희박해 보이는 사정이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인 셈이다. 법리와 증거보다 정치적 상황을 감안했다는 논란이 나오지만 수긍할 만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법원 판단을 계기로 물갈이 인사의 기준과 허용 범위, 나아가 대통령과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이다. 정권 교체 때마다 정권 출범에 기여한 사람들을 위해 물갈이 인사로 자리를 마련하는 일은 관행이란 미명 아래 이어져 왔다. 하지만 무리한 표적 사찰과 물갈이 인사까지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물갈이 인사 논란의 해소를 위해서라도 불법과 합법의 가이드라인 제시는 필요하다.

김 전 장관 영장 재판을 ‘코드 사법’ 운운하며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역대 어느 정권도 물갈이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공공기관장 임명 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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