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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트라우마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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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트라우마 심각

입력
2019.03.14 17:24
수정
2019.03.15 00:0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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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믿고 구입해 가족 잃어… 분노ㆍ죄책감이 피해자 압박”

14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에서 황전원(왼쪽 세번째) 지원소위원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에서 황전원(왼쪽 세번째) 지원소위원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ㆍ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4,127가구(5,253명) 중 무작위로 추출한 100가구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초부터 두 달여간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신체ㆍ정신ㆍ사회경제ㆍ심리적 피해를 총체적으로 파악한 공식적인 심층 조사는 처음이다.

조사결과 성인 피해자의 66.3%가 지속적인 울분 상태를 보였고, 이중 절반(전체의 33.3%)은 중증도 이상의 심각한 울분을 호소했다. 중증도 이상의 울분을 보인 비율은 일반인보다 2.27배 높다. 조사대상의 27.6%는 자살을 생각했고 실제 자살을 시도한 비율도 11.0%로 집계됐다. 일반인 자살시도보다 4.5배 높은 수준이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자신이 가습기 살균제 광고를 믿고 구입해 가족을 잃었다는 분노와 죄책감이 피해자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1994년 판매가 시작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17년이나 지난 뒤에야 조사한 것도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켰다. 이은영(43)씨는 “피해자가 알아서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정부와 기업을 비판했다.

특조위 의뢰로 이번 조사를 수행한 한국역학회는 문제 해결 능력이 없었던 사회 구조가 신체적 피해를 정신적 피해로 확산시킨 이유라고 지목했다. 한국역학회 김동현 회장(한림대 의대 교수)은 “피해 인지와 원인 규명, 가해자 처벌, 피해자 지원 등 전 과정이 지연되면서 피해를 눈덩이처럼 키웠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제조기업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 임직원 4명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검찰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의 유해성을 숨기기 위해 관련 자료를 은폐한 혐의(증거인멸)로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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