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한국경제 역풍 직면” IMF 이례적 강한 경고

알림

“한국경제 역풍 직면” IMF 이례적 강한 경고

입력
2019.03.13 04:40
수정
2019.03.13 07:25
1면
0 0

 “고강도 부양책 펼 때” 최소 9조원대 추경ㆍ금리 인하 권고 

 洪부총리 “미세먼지 추경 고려”… 금리인하는 당장 가능성 적어 

타르한 페이지오글루(왼쪽 세번째)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 미션단장 등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IMF 연례협회 주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타르한 페이지오글루(왼쪽 세번째)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 미션단장 등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IMF 연례협회 주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회원국의 경제상황 점검을 위해 연례협의단을 파견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연례협의를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이 중단기적으로 역풍(headwinds)을 맞고 있다”며 최소 9조원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사실상의 기준금리 인하 등을 포함한 강한 부양 조치를 권고했다.

그간 대체로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세를 인정하면서, 일부 구조적인 위험요인을 언급하는 데 그쳤던 IMF가 올해는 이례적으로 경고의 수준을 대폭 높인 것이다. 정부가 IMF의 권고를 받아들일 의무는 없지만, 한층 강해진 국제기구의 경고 메시지를 둘러싸고 최근 우려가 높아지는 성장세 둔화와 대응 방안에 대한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IMF 이례적 경고 왜? 

12일 IMF 연례협의단은 정부서울청사에서 ‘IMF-한국 연례협의 결과’와 관련한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IMF 협의단 단장은 특히 최근 한국 경제의 취약점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은 투자 및 세계교역 감소로 둔화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고 고용창출도 부진하다”는 게 IMF의 지적이다. 또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높은 가계부채 비율과 잠재성장률 감소 추세도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꼽았다. 아울러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 0.98명으로 하락하는 등 부정적인 인구변화와 생산성 증가 둔화세도 향후 전망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양극화와 불평등도 성장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 협의단이 “한국 경제가 역풍을 맞고 있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사실 IMF는 이전에도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 잠재성장률 둔화 등이 성장제약 요인임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하지만 ‘역풍’이라는 강한 뉘앙스의 단어까지 보고서에 명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IMF는 지난해 연례협의에서 “급속한 고령화와 서비스 부문 생산성 저하 등 구조적 문제”를 ‘중장기 성장의 저해 요인’으로 꼬집는 정도에 그쳤었다.

때문에 이날 역풍 표현은 우리 경제의 위기 요인이 복합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다는 인식과 우려의 의미로 풀이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근래에 IMF가 한국에 역풍이란 단어를 쓴 적이 없다”며 “그 정도로 우리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추경 규모/ 강준구 기자/2019-03-12(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추경 규모/ 강준구 기자/2019-03-12(한국일보)

 ◇“GDP 0.5% 넘는 추경해야 성장목표 달성” 

페이지오글루 단장은 역풍을 지적한 이유에 대해 “세계적으로 부정적인 소식들이 많아 경제가 가장 개방된 국가인 한국은 당연히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수출, 투자가 모두 둔화하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정부가 강한 정책 조치를 도입할 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IMF 협의단은 우리 정부에 “경제 성장을 위해 추가적인 거시, 금융 및 구조 정책을 통합한 정책조합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특히 페이지오글루 단장은 “단기적인 성장을 지원하고 리스크를 낮추려면 정부가 추경을 통해 재정지출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게 IMF의 판단이다. 페이지오글루 단장은 “IMF는 올해 한국 정부의 성장목표인 2.6~2.7%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단 대규모 추경이 뒷받침된다는 전제 아래서”라고 밝혔다.

추경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그는 “국내총생산(GDP)의 0.5%를 초과하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명목 기준 1,782조원)를 감안하면, 최소 8조9,000억원 이상의 추경 필요성을 언급한 셈이다. 그는 “최근 3년간 한국의 초과세수 규모로 볼 때, 충분히 지출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협의단은 또 "한국은행은 명확히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가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작년 말부터 동결기조에 접어든 기준금리를 더 내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도 들린다. 페이지오글루 단장은 다만 ‘당장 금리를 인하하라는 의미냐’는 질문에 “한은이 검토하고 논의를 해야 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밖에도 협의단은 중기적으로 확장적인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고용보호 법률 유연성 제고 △사회안전망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강화 △보육과 아동수당 개선 포함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 △기존 사업자에 대한 보호 완화해 상품시장 규제의 경직성 해소 등을 권고했다.

 

 ◇추경ㆍ금리인하 현실화? 

다만 IMF의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다. 확장적 재정정책 권고의 경우, 이미 올해 정부예산을 작년보다 9.5%나 늘렸다는 점에서 “이미 확장적”이라는 인식이 정부 내에 적지 않다.

하지만 IMF가 이례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에 우려를 부각시킨데다, △지난해 25조원을 넘은 초과세수 △미세먼지 대책으로 추경까지 고려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등을 감안하면 IMF의 신속한 추경 권고는 적절한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실제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IMF 추경 편성 권고와 관련, "미세먼지 추경이 고려된다면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을 거쳐 추경을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추경 필요성에 동의한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수출까지 둔화하면 투자가 살아날 수 없고 성장률 목표 2.6~2.7%도 방어하기 힘들다”며 “추경도 타이밍이 있는데 경제 심리가 다 죽기 전에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당장 실현될 가능성이 적다는 게 중론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기준금리가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 인하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명확히라는 표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문제인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의 표현 아니었나 싶다”며 “IMF와의 협의 과정에서도 입장차가 특별히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