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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세먼지와 ‘오염의 정치화’

입력
2019.03.13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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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개되고 있는 미세먼지 논쟁은 종교전쟁처럼 격렬한 양상을 띠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정쟁의 도구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환경 논쟁에 자주 등장하는 ‘오염의 정치화’를 떠올리게 한다. 미세먼지 문제가 정치 의제 목록의 윗자리에 놓이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3월 국회 논의를 앞두고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가 반드시 고려했으면 하는 점 몇 가지만 제안하려 한다.

미세먼지 문제를 푸는 첫 번째 열쇠는 사업장에 있다. 사업장은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최다 배출원이다. 국내 배출 기여도가 38%나 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언론과 국민의 관심에서 비켜나 있었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사업장 오염물질 총량관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연간 배출 총량을 5년 단위로 단계적으로 축소 할당해 점진적인 감량을 유도하는 제도다.

문제는 사업장들이 배출허용기준보다 30% 더 배출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 도입 당시 업계 반발을 의식한 고육지책이었다지만, 비상저감조치가 7일 연속 발령되는 상황에서도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기와 사업장 배출량 증가 시기는 11월부터 4월까지로 거의 일치한다. 이 시기만이라도 한시적으로 특례 적용을 중단한다면 사후적인 성격의 비상저감조치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경유차다. 경유차 매연은 수도권 미세먼지 발생원인 1위로 전체 배출량의 22%를 차지한다. 경유차 증가속도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작년 말 993만대를 기록해 불과 여섯 해 만에 300만 대나 늘었다. 경유차가 빠르게 늘어난 데는 휘발유에 비교해 15% 정도 싼 경유 가격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 조정은 예민한 문제다. 자칫하면 ‘서민 증세’ 논란에 휩싸이기 쉽고 그 효과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가 지금까지 주저했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경유차 증가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디젤 외제차 등이 주도하고 있다. 휘발유 대비 경유 가격이 120%까지 올라가도 미세먼지는 1.3% 감소에 그친다는 얘기가 있지만, 감축 효과는 전국 평균값으로만 논할 문제가 아니다. 도시 지역에서는 효과가 4배가량 커지고 경유차가 내뿜는 미세먼지는 같은 양이라도 휘발유차보다 위해성이 대여섯 배 높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관건은 생계형 경유차 이용자들의 퇴로를 마련하는 것이다. 조기 폐차 및 신차 구매 보조금 지원 대상과 범위를 대폭 늘리고 LPG 차량 사용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이건 모두 국회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것들이다. 미세먼지를 더 많이 내뿜고 건강에도 더 해로운 연료를 오히려 우대하는 가격체계 개선을 더 미룰 순 없다. 정부와 국회가 결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세 번째 열쇠는 우리가 갖고 있지 않다. 미세먼지를 중국 탓으로만 돌리는 건 문제지만 중국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11월 한ㆍ중ㆍ일 3국 각자의 분석 결과를 담은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LTP) 요약보고서가 발간되면 논란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태도다. 중국에 항의하지 않는다고 정부를 비난하지만, 그것으로 중국이 미세먼지를 더 빨리 줄일 것으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동연구와 모니터링을 통한 과학적 근거 확보는 성과가 금방 드러나지 않아 답답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향후 책임 규명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중국과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최종 목표는 다자 간 협력체계인 ‘동북아 청정대기 파트너십(NEACAP)’의 틀 내에서 참여국들이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제시한 후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국제협력은 정부 단독으로는 당장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오염의 정치화’가 정쟁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야 하는 이유다.

안병옥 호서대 융합과학기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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