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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촬영’ 정준영-승리, 방송가 활보 어떻게 가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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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촬영’ 정준영-승리, 방송가 활보 어떻게 가능했나

입력
2019.03.12 15:07
수정
2019.03.13 09:4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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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식구 감싸기’ 견제 기능 상실한 방송가

정준영 3년 전 같은 논란에도 3개월 만에 초고속 복귀

“인기 얻으면 더 큰 자극 원해” 연예인 ‘불법 촬영’ 반복 이유

‘약국’을 예능 소재로… 도덕불감증 부추기는 기획사

KBS2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할 당시 정준영. KBS는 12일 정준영 '1박2일' 출연 중단을 결정했다. KBS 제공
KBS2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할 당시 정준영. KBS는 12일 정준영 '1박2일' 출연 중단을 결정했다. KBS 제공

이미 3년 전 도덕성을 의심할 만한 ‘폭탄급’ 사건에 휘말렸다. 그럼에도 KBS2 ‘해피선데이-1박2일’(‘1박2일’)을 비롯해 tvN ‘짠내 투어’와 ‘현지에서 먹힐까?’ 등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채널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넘나들며 활약했다. 성관계 불법 촬영물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지인들과 공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30)은 2016년에도 비슷한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2년 넘게 방송 활동을 해왔다. 정준영의 부적절한 행위를 묵과한 방송국들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준영 사태’ 키운 ‘1박2일’

사회적 물의를 빚은 연예인에 대한 규제는 허술했고, 경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업계의 ‘제 식구 감싸기’가 ‘정준영 사태’를 키웠다. 정준영은 2016년 옛 여자친구를 상대로 한 불법 촬영을 한 혐의로 구설에 오른 뒤 불과 3개월 만에 연예 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같은 해 10월 자숙을 이유로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한 뒤 이듬해인 2017년 1월 ‘1박2일’로 복귀했다. 공영방송에서 제작하는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이 정준영의 방송 복귀에 제일 먼저 앞장선 셈이다. 검찰에서 정준영 관련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게 정준영 출연 재개의 이유였다. 당시 정준영은 옛 여자친구가 촬영에 동의했다고 주장했고, 정준영을 고소했던 옛 여자친구가 소를 취하했으나 경찰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정준영의 휴대폰 교체로 촬영에 이용된 휴대폰을 조사하기 어렵다는 게 무혐의 처분에 큰 영향을 줬다.

무혐의라고 해도 논란이 된 사건 자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공영방송이라면 물의를 빚은 출연자 복귀에 더욱 신중해야 했는데 너무 빨리 복귀시켜 그의 도덕적 불감증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BS에선 정준영 출연에 대한 내부 검증을 더 철저히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정준영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1박2일’에서 형, 동생으로 서로를 부르는 등 출연자와 제작진이 가족처럼 여기는 촬영 환경이다 보니 관계자들이 정준영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걸려가지고 ㅋㅋㅋ’… 정준영의 죄책감 부재

실제로 정준영은 당시 옛 여자친구와 찍은 동영상 촬영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숙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상에선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 11일 SBS 보도에 따르면 정준영이 동료 연예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정준영은 가수 용준형에게 ‘동영상 찍어서 보내준 거 걸려가지고 ㅋㅋㅋ’란 문자를 보냈다. 용준형이 정준영에 무슨 일이냐고 묻자 보낸 답이었다. 정준영은 또 다른 지인 김모씨에게는 ‘어ㅋㅋㅋ 아 영상만 안 걸렸으면 사귀는 척하고 (성관계를) 하는 건데’란 문자까지 보냈다. 웃음을 뜻하는 ‘ㅋ’까지 연발하며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까지 보도를 보면 정준영이 여러 연예계 지인들과 촬영 동영상을 공유한 거 같은데 그의 이런 행태를 과연 연예계 종사자들이 몰랐을지 의문”이라며 “그의 행실을 알면서도 쉬쉬하며 그를 방송에 출연시킨 게 아닌지 등 방송 제작 시스템 전반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영 감싸기에 급급했던 방송가는 이번 정준영 사태로 쑥대밭이 됐다. ‘1박2일’을 비롯해 ‘짠내투어’ ‘현지에서 먹힐까?’ 제작진은 12일 일제히 정준영 퇴출을 발표해 방송에 비상이 걸렸다. 출연자 검증에 소홀하다 제 발등을 찍은 셈이다.

“연예기획사 인성 교육 프로그램 의무화 정책적 검토해야”

불법 촬영 영상 유포 혐의를 받는 정준영과 승리는 얼굴이 널리 알려진 연예인이다. 누구보다 남의 눈치를 보고 행동 하나하나 조심해야 할 스타들인데 사람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에서 불법촬영물을 공유하며 일탈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얻으며 스타덤에 오르면 더 특별한 경험과 자극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며 “유명 연예인을 상대로 마약과 도박, 불법 촬영 영상 촬영 등의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연예기획사가 인기에 취해 자제력을 잃기 쉬운 스타를 바로 잡아줘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승리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YG)는 대마초 흡연과 향정신성의약품 반입으로 약물 문제를 일으킨 가수가 유독 많아 ‘약국’이란 비아냥을 들어왔다. YG는 이런 현실을 바로잡으려 하기 보다 오히려 예능 소재로 다뤘다.

YG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예능콘텐츠 ‘YG전자’에서 소속 연예인이 소변검사와 약물 검사를 한 장면을 넣었다. 승리는 ‘YG전자’에서 만취한 외국인 여성 투자자로부터 화상 채팅으로 ‘몸캠’(신체 노출)을 제안 받은 신인이 요구를 거절하자 “이 새끼가 배부른 소리 하고 있어”란 말까지 한다. YG가 소속 연예인과 자사 관련 논란에 그만큼 둔감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창작과 아티스트의 자유를 핑계로 소속 연예인의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한 YG의 매니지먼트 관행이 승리 문제를 키운 셈이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학업을 포기하고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 연습생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며 “연예기획사에 인성 교육 프로그램 등의 의무화가 가능한지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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