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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히스토리 맞선 허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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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히스토리 맞선 허스토리

입력
2019.03.05 17:54
수정
2019.03.05 20:1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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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도 참여 작가도 모두 여성

근대화서 매도된 여성 서사 환기

올해 5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설치될 정은영의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 속 한 장면. 작가 제공
올해 5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설치될 정은영의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 속 한 장면. 작가 제공

“역사는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어.”

한국계 미국 작가 이민진의 장편소설 ‘파친코’(2017)의 첫 문장이다. 강렬하면서 도전적인 이 선언이 올해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메시지가 됐다. 오는 5월 이탈리아에서 개막하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들어설 한국관을 압축하는 주제로 선정된 것. 한국관 기획을 맞은 김현진 예술감독은 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남성의 역사를 말하는 ‘히스토리(History)’로부터의 억압과 시련, 그럼에도 상관없이 세상과 분투하는 주체들의 자기 확신을 함축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관 구성의 중심은 ‘여성’이다. 근대화의 거친 과정에서 삭제되거나 매도된 여성들의 서사를 다시 쓴다. 김 감독부터 남화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한국계 덴마크인) 등 한국관 참여 작가 3명 모두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자란 여성이다. 이들은 한국과 동아시아 역사에 대한 수년 간에 걸친 연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서사를 완성해 가는 중이다.

정은영의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 중 또다른 장면. 작가 제공
정은영의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 중 또다른 장면. 작가 제공

한국관은 회화, 조각 등 전통 예술품이 아닌 영상을 중심으로 채워진다. 영상이 집중 조명하는 건 여성, 그리고 그들의 몸짓이다. 정은영 작가는 여성 배우끼리 공연하는 창극인 ‘여성국극’에서 남성 역할을 맡아 온 이등우의 생애를 들여다 본다. 정 작가는 “한국 사회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미치다가 특정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 손쉽게 배제된 여성국극을 통해 역사적 맥락을 읽어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트랜스젠더 전자음악가 키라라를 비롯한 퀴어 퍼포머를 내세워 젠더 문제를 환기한다. 김 감독은 “한국관 전면에 정 작가의 영상물이 설치된다”며 “사회적으로 주변화되거나 소외됐던 젠더와 퀴어 영역을 세상에 전폭적으로 드러내는 의미”라고 전했다.

올해 5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설치될 남화연의 '반도의 무희' 중 한 장면. 작가 제공
올해 5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설치될 남화연의 '반도의 무희' 중 한 장면. 작가 제공

남화연 작가는 격동의 시대를 뜨겁게 통과한 근대 여성 예술가 최승희(1911~1967)의 삶의 궤적을 좇는 신작 ‘반도의 무희’와 ‘이태리의 정원’을 선보인다. 최승희의 일생을 정치ㆍ사회적 프리즘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남 작가는 “예술가 최승희에게 깊이 개입했던 제국주의, 식민주의, 오리엔탈리즘 등의 문제들에 질문을 던지는 형식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제인 진 카이젠 작가는 ‘바리공주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이별의 공동체’를 내건다. 딸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바리공주가 결국은 어려움에 처한 부모를 살려낸다는 줄기의 설화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한살 때 덴마크로 입양된 작가의 사연과도 겹치는 이야기다. 제주의 풍경과 역사, 그리고 제주의 무당 등을 영상에 담았다. 그는 “어디로부턴가 소외됐던 나의 관점에서 역사를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올 5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전시되는 제인 진 카이젠의 '이별의 공동체' 속 한 장면. 작가 제공
올 5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전시되는 제인 진 카이젠의 '이별의 공동체' 속 한 장면. 작가 제공

한국관에는 관람객의 촉각과 공감각을 깨우는 장치들이 설치된다. “시각성에 의존하는 미술의 규범적 양식을 의도적으로 미루고 청각, 촉각적 요소를 다양하게 시도했다”는 게 작가들의 설명이다. 세계 최대의 미술 전시인 베니스 비엔날레는 5월 11일부터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 아르세날레 전시장 등에서 열린다. 모든 전시는 11월 24일까지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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