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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곤조곤 소설 읽는 소설가들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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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곤조곤 소설 읽는 소설가들 무대에 오른다

입력
2019.03.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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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퇴계로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열린 낭독극에서 배수아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집 '뱀과 물'에 수록된 '기차가 내 위를 지나갈 때'의 한 대목을 읽고 있다. 피크닉 제공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퇴계로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열린 낭독극에서 배수아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집 '뱀과 물'에 수록된 '기차가 내 위를 지나갈 때'의 한 대목을 읽고 있다. 피크닉 제공

머리 위로 떨어지는 핀 조명을 받으며 배수아 작가가 어둑한 공간 한 가운데 앉아있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신의 소설집 ‘뱀과 물’에 실린 단편 ‘기차가 내 위를 지날 때’의 한 대목을 읽어 나간다. 작가가 앉은 의자 뒤로는 소설 전개에 어울리는 사진과 영상이 흐른다. 소설 속 대화 장면에서는 무대 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연극의 한 장면처럼 작가와 대화를 주고받는다. 관객 80명은 행여 방해가 될까, 침마저 숨죽여 삼키면서 1시간10분에 걸친 ‘소설 듣기’에 빠져든다.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퇴계로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소설극장’ 행사가 열렸다. 작가가 자신이 집필한 소설의 주인공 또는 화자가 되어 무대에 오르는 낭독 공연이었다. 배 작가에 이어 지난 1일에는 정영문 작가가 ‘강물에 떠내려가는 7인의 사무라이’를 공연했다. 2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관람료에도 불구하고 80석 좌석이 이틀 만에 마감됐을 정도로 열기가 제법 뜨거웠다. 공연을 기획한 김범상 글린트(피크닉 운영 전시기획사) 대표는 “작가를 직접 보면서, 그의 작품을 실제 육성으로 듣는 경험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거리감을 느꼈던 사람에게도 특별한 체험이 될 거라는 생각에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읽는 낭독회 행사는 주로 시인들의 무대였다. 낭독회의 주요 무대인 독립서점이 증가하고,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하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늘면서 소설가들 역시 낭독회의 주인공으로 속속 나서고 있다.

고 박완서(1931~2011) 작가의 8주기를 맞아 출간된 추모 소설집 ‘멜랑콜리 해피엔딩’에 참여한 작가 29명은 번갈아 가며 추모 소설집 낭독회를 갖고 있다. 지난달 13일에는 정용준 작가가, 27일에는 윤이형 작가의 낭독회가 서울 연남동 독립서점 책방서로에서 열렸다. 6일에는 백수린 작가의 낭독회가 예정돼 있다.

김세희 소설가가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독립서점 고요서사에서 열린 낭독회에서 독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민음사 제공
김세희 소설가가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독립서점 고요서사에서 열린 낭독회에서 독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민음사 제공

전시공간이나 독립서점이 주축이 되어 열리는 낭독회는 출판사가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열었던 일회성 낭독회와 다르다. 소규모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열린다는 장점 덕에 신인 작가들에게도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독립서점 고요서사에 열린 김세희 작가의 낭독회에는 12명의 독자가 참석해 작가와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최근 첫 소설집 ‘가만한 나날’을 낸 김세희 작가는 이날 생애 처음으로 다른 작가를 대동하지 않고 독자와 만났다. 사회초년생들이 등장하는 김 작가의 소설처럼 취업준비생인 독자들이 참석해 훈훈한 시간을 가졌다.

아예 낭독회를 위한 소설을 따로 쓰는 경우도 있다. 고요서사는 신인작가들이 낭독회를 위한 소설을 새로 쓰고, 서점이 이에 대한 고료를 지급하는 ‘시작하는 낭독회’를 최근 시작했다. 차경희 고요서사 대표는 “문예지 청탁을 받아야만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가 소설을 발표할 수 있고, 서점이 ‘지면’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해당 낭독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작가 입장에서는 독자가 작품을 어떻게 읽었는지를 직접 들을 수 있어 뭉클한 경험이 되고, 독자 역시 작가를 만날 기회가 생기면 없던 관심도 생길 수 있는 선순환의 구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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