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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민생 관련 5건 해제만 요구”… 제재 해제 절실한 속내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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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민생 관련 5건 해제만 요구”… 제재 해제 절실한 속내 노출

입력
2019.03.01 17:50
수정
2019.03.01 23:5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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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 폐기만으로 사실상 전면 해제 노린 속내 실토

심각한 경제 타격 정황… 美 비난은 자제, 대화 의지

[저작권 한국일보] 한밤 기습 기자회견. 1일 새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묵고 있는 멜리아 하노이 호텔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2019-03-01(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한밤 기습 기자회견. 1일 새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묵고 있는 멜리아 하노이 호텔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2019-03-01(한국일보)

북한이 28일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심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으나 오히려 북한이 숨겨뒀던 속내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회견을 통해 북한이 영변 핵 단지 폐기만으로 사실상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노렸던 사실을 자인한 격이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남긴 것이다. 아울러 대북 제재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던 북한이 제재 해제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 북한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정황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북미가 협상 결렬 이후에도 대화 재개의 의사를 보였으나, 미국으로선 제재 유지를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견인할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후 1일 0시14분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였다”며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최 부상도 “군수용은 아직 요구 하지 않았다”며 “민생과 관련된 부분만 요구했다”고 민생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북한이 해제를 요구한 제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말기부터 트럼프 정부 들어 집중 채택된 것으로 트럼프 정부가 최대 성과로 내세우는 최대 압박 켐페인의 핵심이다. 이전 제재들이 대량살상무기(WMD)로 유입되는 자금을 겨냥했으나 확인이 어렵다는 점에서 유명무실했던 데서 벗어나 석탄 등 광물자원과 섬유, 유류 등 주요 수출입품목 자체를 제한해 북한의 외화 벌이에 타격을 주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일종의 여론전에 나섰지만, 되레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면서 사실상 전면 해제를 요구한 것을 실토한 셈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북 경협 등 일부 제재 면제를 얻기 위해 요구 수위를 일단 높게 잡은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에서 이를 관철시킬 수 있다고 봤던 셈이다. 이는 또 북한이 영변 핵 시설만으로 경제 제재 문제를 일단락 지으려는 계산으로 풀이 돼 영변 이외 핵 시설과 핵무기 등의 폐기 의지에는 의문을 남기는 대목이다. 북한은 핵 시설 목록에 대한 신고도 거부해왔다. 미국으로선 이를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과정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어 결국 협상 결렬의 요인이 됐다. 미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직면한 딜레마는 북한이 대량 무기를 완전히 동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이다”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에 물음표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들은 특정 지역의 비핵화만 원했다. 하지만 나는 전부를 원했다”며 “진짜 (비핵화) 프로그램 없이는 제재를 포기하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과 최 부상은 그러나 미국의 주장을 반박하면서도 회담 결렬은 언급하지 않고 미국에 대한 비난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선중앙통신도 회담 결렬에 대한 언급 없이 두 정상이 생산적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과의 대화 판을 깨지 않으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처럼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매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경제 문제 해결이 절실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북한이 무리하게 5건의 제재 해제를 한꺼번에 요구한 것도 대북 제재로 심각한 내상을 입고 있어 시간이 급하다는 방증이라는 얘기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암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본보에 “김 위원장이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은 이 제재들이 북한에 큰 압박을 주는데 효과적으로 작동 중임을 말해준다”며 “지난 한해 북한의 무역은 한국전쟁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부분 비핵화가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때까지 제재 유지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여 북한이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당장의 협상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노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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