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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중국이 세계를 구원하리라”… 영화 ‘유랑지구’로 우주굴기

입력
2019.02.24 16:00
수정
2019.02.24 23: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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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SF 넘어섰다” 평가… SF산업 발전 전기 될 것으로 기대

중국의 공상과학(SF) 블록버스터 영화 ‘유랑지구’(流浪地球ㆍThe Wandering Earth)의 흥행이 가히 폭발적이다. 춘제(春節ㆍ음력 설) 연휴에 맞춰 개봉한 뒤 열흘만에 박스오피스 매출이 30억위안(약 5,023억원)을 돌파했다. ‘중국판 람보’라는 별칭 속에 2년 전 개봉해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잔랑2’의 56억8,000만위안(약 9,510억원)을 깨뜨리는 건 시간 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유랑지구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거침이 없다. 지난 5일 중국과 거의 동시에 개봉된 북미 지역에선 지금까지 박스오피스 매출이 330만달러(약 37억원)를 기록하며 이미 잔랑2의 인기를 넘어섰다. 아직 구체적인 방영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공룡 콘텐츠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조만간 28개 언어로 번역돼 190여개 국가에서 지구촌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 영화의 흥행을 두고 중국이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이 중국인들의 애국주의와 국가적 자부심을 자극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영화 개봉 직전 중국은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우주선을 착륙시키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실제 유랑지구는 미국인 슈퍼 영웅 한 사람이 지구와 인류를 구한다는 할리우드 SF 대작영화와 달리 평범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영화 전반에 중국이 지구촌 리더 국가가 될 것이란 의지와 바람이 담겨 있다.

하지만 유랑지구의 흥행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이 영화가 할리우드와의 협력 없이 자체 자본과 기술로 만들어진 첫 SF 영화라는 점이고, 그런데도 영화의 품질은 흠잡을 데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SF 영화의 우주굴기(堀起ㆍ우뚝 섬) 시대가 열렸다”고 극찬했고, SF 영화의 대가로 꼽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할리우드를 넘어서는 영화 출현이 중국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중국에선 유랑지구의 성공이 영화 한 편의 대대적인 흥행에 그치지 않고 중국 SF 산업 발전의 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경제매체 차이신(材新)은 “SF를 소재로 한 콘텐츠를 대중들에게 선보여 사회적 반향과 함께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원작자인 류츠신(劉慈欣)의 SF 소설은 온ㆍ오프라인 서점에서 대박이 났고 유통가에서도 영화 관련 캐릭터 상품이 적잖이 팔리고 있다. 최근 남방과학기술대학이 발표한 ‘중국 SF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00억위안(약 1조6,700억원)이던 SF 산업 전체 생산액은 올해 200억위안(약 3조3,4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중론이다. 할리우드의 경우 SF 영화가 완벽한 산업라인을 구축하고 있어 디자인ㆍ원작의 판권 거래, 완구나 애니메이션 같은 파생상품 운용 등에서도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중국에선 도서 출판 외에 두드러진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SF 영화 제작자 공거얼(龔格爾)은 “유랑지구의 흥행 성공은 분야별 칸막이가 뚜렷했던 중국 SF 산업계가 본격적인 연관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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