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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씩 가격 떨어지는 전두환 연희동 자택, 왜 안 팔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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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씩 가격 떨어지는 전두환 연희동 자택, 왜 안 팔릴까

입력
2019.02.23 11:00
수정
2019.02.2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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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왼쪽 하얀 지붕이 별채, 오른쪽은 본채.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왼쪽 하얀 지붕이 별채, 오른쪽은 본채.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두환 전 대통령 소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의 ‘새 주인 찾기’가 또 다시 성과 없이 끝났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범죄수익환수부가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의뢰해 전씨 자택을 ‘공매’에 부쳤지만 이달 들어 진행된 1차에 이어 2차도 유찰됐다.

2차 공매 감정가는 최초 감정가 102억원보다 10억원 가량 낮았다. 그럼에도 끝내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씨 자택 매각 방식이 ‘공매’로 진행되고 있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공매는 얼핏 경매와 비슷해 보이지만 경매와 달리 명도(인도)가 까다롭다. 법원이 낙찰자의 신청을 받으면 열흘 안에 인도명령 결정을 내려주는 경매와 달리, 공매는 낙찰자가 별도로 소송을 내야 한다.

이는 민사소송이라 시간과 비용이 꽤 소요된다. 여기에 고령 환자가 있을 경우 강제집행이 더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는 고령의 전씨를 명도 집행으로 내보내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 응찰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경매업계는 보고 있다.

 ◇시세보다 10% 싸지만 응찰자 ‘0명’ 

23일 캠코에 따르면 지난 18∼20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 자택의 2차 공매가 유찰됐다. 공매 대상은 연희동 95-4, 95-5, 95-45, 95-46 등 토지 4개 필지와 주택ㆍ건물 등 2건이다. 전씨 자택은 4개 필지를 합해 총 1,652㎡(약 500평) 규모다.

이 부동산의 소유자는 부인인 이순자씨 외 2인으로 돼 있다. 공매로 나온 토지 4필지 중 연희동 95-4 토지(818.9㎡)는 이순자씨가 소유하고 있고 단독주택이 딸린 연희동 95-5 토지(312.1㎡)는 전씨의 며느리가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2개 필지는 전씨의 개인 비서관 출신 인사가 소유하고 있다.

최초 감정가는 102억3,285만원으로 정해졌다. 이는 3.3㎡ 당 2,044만원으로, 부동산 업계는 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씨 자택 인근 시세가 2,000만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1∼13일 첫 공매가 유찰돼 2차 공매는 이보다 10% 낮은 92억957만4,000원으로 진행됐지만 응찰자가 나오지 않았다. 캠코는 오는 25∼27일 3차 공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저 입찰가는 2차 입찰가격보다 10% 낮은 81억8,628만8,000원이다.

전씨는 1997년 내란ㆍ반란수괴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 중 납부한 추징금은 약 1,150억원 정도로 아직도 1,055억원의 미납 추징금이 남아 있다. 추징금 환수 시효는 2020년으로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공매, 경매와 유사하지만 과정ㆍ법적 범위 달라 

부동산 업계에서는 잇단 유찰 이유로 ‘공매의 특성’을 가장 먼저 꼽고 있다.

경매와 공매는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과정과 법적 범위에서 차이가 난다. 경매는 대부분 사적인 채무관계에 따라 법원이 개입해 부동산을 매각하는 절차다. 반면 공매는 국가ㆍ지방자치단체ㆍ금융회사 등이 일정한 절차에 따라 공개적으로 부동산 등을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입찰 과정이다. 경매의 경우 예비입찰자가 법원을 찾아 입찰서를 제출하는 형태다. 반면에 공매는 ‘온비드’를 통해 온라인에서 입찰이 이뤄진다. 집행기관도 법원이 아닌 캠코에서 담당한다.

입찰 보증금에서도 차이가 있다. 경매 입찰보증금은 최저가의 10%지만 공매는 응찰가의 10%다. 경매는 유찰 시 통상 전회의 가격에서 20∼30% 차감되지만, 공매는 1차 입찰 가격을 기준으로 10%씩 떨어진다.

낙찰을 받은 뒤 대금 납부도 경매는 매각 허가 결정 확정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공매는 낙찰가격에 따라 다르다. 1,000만원 미만일 때는 매각 결정일로부터 일주일 이내, 1,000만원 이상일 때는 60일 이내에 납부해야 한다.

또한 선행적으로 임대차 현황을 조사해 반영하는 경매와 달리 공매는 그렇지 않다. 예비 입찰자가 직접 주민센터를 방문해 반드시 전입 가구를 열람해야 한다.

 ◇공매, 명도 소송 해야 강제집행 가능 

공매와 경매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명도 부분이다. 경매는 법적 권한이 없는 모든 점유자에 대해 인도 명령이 가능하다. 즉 낙찰자에게 명령권이 주어지는 셈이다.

반면에 공매의 경우 명도 소송을 통해야만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이 점이 경매보다 공매의 낙찰가가 떨어지는 요인이다. 명도가 되지 않는다면 낙찰 받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며, 명도 소송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명도 소송에 이겨도 상대가 순순히 협조해줄 거라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현재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는 89세의 전씨가 거주 중이라 명도가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공매는 경매와 적용 법이 달라 명도소송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는데, 승소하더라도 해당 주택에 거주하는 고령의 환자를 법 집행관이 강제로 내보내기가 쉽지 않다”며 “앞서 서울시 38기동팀이 ‘알츠하이머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비서관의 말 한마디에 발길을 돌린 바 있어 낙찰 받아도 명도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직 대통령이 살던 집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향후 유찰이 지속되며 감정가가 더 내려가면 매각될 여지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 팀장은 “전 전 대통령 자택은 낙찰 후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가격ㆍ상징성 측면에서 분명한 메리트가 있다"면서 "이런 험난함을 감수하고라도 매입할 만한 가격대가 나오기 전까진 유찰이 거듭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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