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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리얼’ 찾는 시청자, 딜레마에 빠진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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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리얼’ 찾는 시청자, 딜레마에 빠진 예능

입력
2019.02.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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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예능에서 리얼을 찾고 있다. 그렇지만 예능이 시청자를 만족시키는 리얼 상황만을 보여주는 것은 하늘에서 별 따기다. 리얼리티를 강조했다고 한들, 그 또한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되기 십상이다. 예능이 딜레마에 빠졌다.

SBS 제공
SBS 제공

한 때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메인 에피소드보다 더욱 화제를 모았던 것이 있다. 바로 홍진영과 김종국의 핑크빛 ‘썸’ 기류였다.

당시 고정 멤버로 합류하기 전이었던 홍진영은 김종국의 출연분에 함께 등장, 김종국과 찰떡 케미를 선보이며 ‘런닝맨’에서부터 이어졌던 썸 구도를 이어갔다. 여기에 두 사람을 향한 패널들의 지지와 김종국 어머니의 호감 표현까지 더해지며 두 사람의 썸은 급물살을 탔다. 두 사람의 썸은 방송 이후에도 화제였다. 방송 끝난 이후 시청자들은 홍진영과 김종국의 실제 열애 여부에 주목하며 ‘진짜 두 사람이 사귈까, 사귀지 않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냈다.

이처럼 최근 예능 속에서 비춰진 설정이나 상황들이 ‘리얼’화 되며 현실에서의 피드백으로 연결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반인 출연자들이 등장했던 몇몇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의 경우 프로그램 내의 리얼한 연애 구도에 몰입한 일부 시청자들이 특정 출연자의 팬덤을 구축, 라이벌 구도에 있는 타 출연자의 실제 SNS에 악성 댓글을 다는 등의 행동으로 빈축을 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TV조선 제공
TV조선 제공

그런가 하면 TV조선 ‘연애의 맛’은 오는 22일 시즌1 종영 및 기존 출연자들의 하차 소식을 알린 뒤 “출연 중이었던 커플들의 연애와 썸은 다 가짜 연출이었냐”는 일부 시청자들의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이 같은 사태는 과거 버라이어티 중심이었던 예능이 관찰 예능 트렌드로 넘어옴에 따라 함께 부각된 ‘리얼리티’가 예능 속에서 그 경계를 잃어버림에 따라 발생했다. 예능을 통해 스타들의 현실 같은, 말 그대로 ‘리얼해 보이는’ 일상적 모습들을 접한 시청자들이 이에 흥미를 느낌과 동시에 이 같은 모습들에 몰입하기 시작했고, 점차 ‘더 리얼한’ 리얼리티를 원하게 되면서 어느새 예능과 현실의 경계선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 그야 말로 예능을 더 이상 예능이 아닌 ‘현실’ 그 어디께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 예능에서 100% 리얼리티를 그려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전하는 것이 예능 프로그램들의 주 목적인 만큼, 리얼리티를 베이스로 하되 어느 정도의 연출을 배제할 순 없는 것. 실제로 각 프로그램들의 기획 의도가 다르며 연출자가 시청자에게 보여주고자 의도했던 그림이 존재하는 만큼, 제 아무리 리얼리티 예능이라고 한들 출연자의 ‘리얼’로만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갈 순 없다.

‘연애의 맛’을 통해 실제 부부로 거듭나며 ‘리얼’ 예능의 정점을 찍은 이필모♥서수연 커플의 사례는 매우 드문 경우다. 이들이 결혼 발표 이후 지금까지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 역시 이들의 경우가 지금까지 예능계에서 전례 없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결혼 이후 ‘연애의 맛’ 시즌1 종영 소식이 전해지며 일부 시청자들이 러브라인의 진위 여부에 불만을 토로했지만, 이필모-서수연 커플을 일반화 시켜 비교할 순 없다는 말이다.

‘연애의 맛’의 기획 의도는 ‘사랑을 잊고 지내던 대한민국 대표 싱글 스타들이 그들이 꼽은 이상형과 100일 간 연애하며 사랑을 찾아가는 신개념 연애 인문학 예능 프로그램’이다. 실컷 현실을 넘나드는 연애의 판타지를 심어주더니 ‘출연 계약 종료’라는 이유로 갑작스러운 시즌 종영과 하차를 알린 제작진에게 당혹감을 표현할 순 있어도, ‘러브라인이 다 거짓말이었다’는 이유로 배신감의 화살이 출연진에게 가선 안 될 일이다.

다양한 출연진들의 활약상을 60분 내외로 한정된 방송 시간 안에 보여주기 위해서 누군가의 분량이 일부 편집 될 수밖에 없는 것 역시 연출자로선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한 예능국 PD는 “실제로 리얼리티의 딜레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현재 예능가에서 ‘리얼’은 필수불가결적 키워드가 된 것 같다. 리얼리티를 배제하고 시청자를 유입시키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다만 프로그램의 시간적 한계 안에서 연출을 하다 보니 리얼 감정에 몰입한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조작이다, 아니다’라는 이야기 들이 나오기도 하는 것 같다. 연출자로서는 모든 촬영분들 가운데 조금 더 재미있고 시청자 분들이 좋아할 부분들을 골라 방송에 내보내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이 많아지면서 간혹 그런 반응이 나올 때가 있다. 예능 자체가 모든 출연자를 정확한 분량으로 나눌 수 있는 포맷이 아니라 그런 부분들이 가장 힘들고 고민되는 지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MBC 제공
MBC 제공

예능에서의 리얼함이 예기치 못한 논란의 불씨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해 12월 뜬금없이 전현무와 한혜진의 결별설이 제기됐다. 당시 두 사람이 함께 출연했던 MBC ‘나 혼자 산다’에서의 태도가 이유였다. 두 사람은 해당 방송분에서 다른 때 보다 서로의 말에 리액션을 크게 보이지 않았고, 이는 이내 결별설로 몸집을 불려 이후 약 3일 간 뜨겁게 포털 사이트를 달궜다. 결국 두 사람은 소속사를 통해 “두 사람의 결별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을 해야 했다. 방송용 리액션보다는 다소 현실적이었던 리액션이 전파를 타며 걷잡을 수 없는 오해가 되고, 이것이 기정사실화 됐던 일련의 상황은 과연 예능에서 ‘리얼함’이 재미적 순기능만 있는 것일까에 대한 고찰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예능에서 ‘리얼’을 찾는 시청자들을 탓할 순 없는 노릇이다. 애초에 시청률과 화제성을 위해 경쟁처럼 ‘더 리얼 같은’ 요소들을 예능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시청자에게 ‘리얼 판타지’를 심어준 건 제작진이다. ‘예능은 예능일 뿐, 리얼로 보지 말자’라는 말이 무색하게 제작진이 먼저 나서 예능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이로 인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화제를 노리는 것.

PD들의 말처럼, 현재 예능가에서 ‘리얼’은 빼놓을 수 없는 중심 키워드다.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리얼리티로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리얼 판타지’로 인한 시청자들의 과몰입, 이로 인한 역기능들에 대한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할 때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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