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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이돌 외모 규제

입력
2019.02.19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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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마른 몸매 등 비슷한 외모의 아이돌이 방송에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해 논란이다. 성형 광풍을 부추기는 미디어의 외모지상주의와 성차별적 언어는 규제해야 마땅하나, 아이돌 외모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국가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1970년대 한 경찰관이 무릎 위 15㎝가 넘는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는 모습(왼쪽)과 최근 과다 노출로 물의를 빚은 걸그룹 마마무(Mnet 제공).
여성가족부가 마른 몸매 등 비슷한 외모의 아이돌이 방송에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해 논란이다. 성형 광풍을 부추기는 미디어의 외모지상주의와 성차별적 언어는 규제해야 마땅하나, 아이돌 외모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국가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1970년대 한 경찰관이 무릎 위 15㎝가 넘는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는 모습(왼쪽)과 최근 과다 노출로 물의를 빚은 걸그룹 마마무(Mnet 제공).

중국인은 허풍이 꽤 심하다. 춘추시대 미녀 서시(西施)의 별명은 침어(沈魚). 호수 속 물고기가 산책하던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미모에 넋을 잃고 가라앉았단다. 당나라 미녀 양귀비는 ‘수화(羞花)’로 불렸다. 꽃을 부끄럽게 만들 정도의 미인이라는 뜻이다. 양비귀가 예쁜 꽃을 살짝 건드리자 꽃이 그녀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몸 둘 바를 몰라 고개를 숙였다나. 당시 기록을 보면, 목에 세 겹 주름이 있을 정도로 뚱뚱한 체구에 둥근 얼굴형을 미인으로 여겼다. 양귀비는 몇 걸음만 걸어도 숨을 헐떡거리고 땀을 비 오듯 쏟았다고 한다.

□ 미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바뀐다. 그래도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풍만하고 육감적인 여성이 오랜 기간 미인의 대명사로 군림했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까지 볼 살이 통통하고 둥근 얼굴형의 복스러운 여성을 미인으로 꼽았다. 70, 80년대에는 넓은 이마와 짧은 턱선에 눈, 코, 입이 조화를 이룬 동그란 얼굴형의 미인이 선호됐다. 90년대에는 얼굴이 작고 갸름한 계란형 얼굴에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한 서구형 미인이 각광받았다. 2000년대 이후 좀 더 갸름해진 턱선과 이목구비가 조화를 이룬 동안(童顔)형이 미인의 기준이 됐다.

□ 여성가족부가 최근 제작ㆍ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가 논란이다. 여가부는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 획일성이 심각하다”며 “대부분 아이돌 그룹의 외모는 마른 몸매, 하얀 피부, 비슷한 헤어스타일,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과 비슷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하라고 방송사에 권고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여가부 장관은 여자 전두환이냐”며 “군사독재 시대 때 두발 단속, 스커트 단속과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 대한민국은 인구 대비 성형수술 비율 세계 1위인 성형공화국이다. 특히 연예인 대부분이 성형수술을 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현대인은 미디어가 전파하는 이미지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너나없이 미디어가 이상화한 연예인의 성형 이미지를 추종하니 ‘성괴’(성형괴물), ‘의란성 쌍둥이’(성형외과 의사가 만든 판박이 얼굴)가 넘쳐난다. 미디어가 부추기는 외모지상주의와 성형 광풍, 성차별적 언행 등은 규제해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국가가 아이돌 외모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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