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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평양 밀당’ 마친 비건… 9일 강경화와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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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평양 밀당’ 마친 비건… 9일 강경화와 회동

입력
2019.02.08 21:14
수정
2019.02.09 01: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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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정상회담 준비 협상 결과 공유할 듯… 日 외무성 국장과도 만나 

2박 3일간 방북 일정을 마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8일 미군 수송기를 이용해 경기 평택 오산미군기지로 복귀했다. 오후 8시 15분께 숙소인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 들어섰던 비건 대표가 약 30분 뒤 차량에 탑승한 채 호텔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2박 3일간 방북 일정을 마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8일 미군 수송기를 이용해 경기 평택 오산미군기지로 복귀했다. 오후 8시 15분께 숙소인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 들어섰던 비건 대표가 약 30분 뒤 차량에 탑승한 채 호텔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해 방북했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박 3일의 평양 협상을 마치고 8일 귀환했다. 외부와 단절된 사흘간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주스페인 북한대사 등과 비핵화 및 상응조치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7, 28일 열릴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늠할 중대 협상이었음에도 그간의 진행상황이 전혀 공개되지 않으면서 비건 대표의 입에 전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6일 북한 평양을 방문했던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6시 30분쯤 미군 수송기를 이용해 경기 평택 오산미군기지로 복귀했다. 평양에 도착했던 6일 오전 10시부터 북한 출국 시점인 이날 오후 5시 30분쯤까지 총 55시간 이상 평양에 머무른 것이다. 비건 대표가 앞서 평양으로 떠나기 전 우리 정부에 “협상 추이를 보고 복귀 날짜를 정할 것”이라며 긴 협상을 예고하긴 했으나, 실제 사흘까지 회담이 이어진 것은 기대 이상이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비건 대표는 서울 도착 직후 본국에 협상 결과를 공유하고 이튿날엔 우리 정부와 접촉할 예정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9일 오전 10시 강경화 외교장관을 예방하고, 이어 우리 측 북핵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실무협상 결과를 공유한다. 비핵화ㆍ평화체제 구축 관련 북한의 최근 입장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 새 실무협상 대표인 김 전 대사의 성향 등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저녁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가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서 착륙하고 있다. 뉴스1
8일 저녁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가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서 착륙하고 있다. 뉴스1

 

 김정은 만났나, 북핵 디테일 접점 찾았나… ‘비건 보따리’ 촉각 

비건 대표의 귀환 후 움직임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그간 미국 협상단의 동선 및 일정 등 세부사항이 일절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건 대표의 보고내용이 2차 정상회담 성패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 있음에도 미국 측은 사흘 동안 협상 과정 및 내용에 대해 함구한 채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실무협상의 성공 신호라 할 만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면담 여부도 알려지지 않았다. 북측 역시 비건 대표의 방북 기간 내내 협상과 관련된 소식을 보도하지 않아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북미 양측이 실무협상 내용을 철저히 함구한 것은 그만큼 2차 정상회담 합의문을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상회담까지 약 3주간 수차례 실무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협상에 대한 만족 여부를 드러내 레버리지를 잃지 않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대변인이 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2차 정상회담 의제를) 앞질러서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준비하는 데 매우 주력하고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평양 협상 결과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북미 고위급, 실무 회담을 통틀어 처음으로 24시간 이상 북한의 ‘홈그라운드’인 평양에서 협상을 진행한 까닭이다. 김 위원장의 의중이 즉각 반영될 수 있는 환경이 협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비건 대표가 방북에 앞서 북측과의 타협 가능성을 내비쳤던 것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그가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포괄적 핵 신고는 비핵화 과정이 최종적으로 이뤄지기 전 어느 시점에 달성할 문제”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도 선(先) 핵신고를 고집하기 보다는 9월 남북 평양공동선언에서 약속된 영변 핵시설 폐기부터 우선 추진하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되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주스페인 대사. 연합뉴스·EPA 자료사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주스페인 대사. 연합뉴스·EPA 자료사진

 北 제재완화 합의 여부 등 주목 

특히 핵심 쟁점인 대북제재 문제에 있어 양측이 얼마나 이견을 좁혔을지 주목된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에 나서려면 그 대가로 대북제재가 완화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지난달 30일 노동신문 논평에서도 “관계개선과 제재는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 관계개선의 기초가 존중과 신뢰라면 제재의 기조는 적대이고 대결”이라고 주장하는 등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6ㆍ25전쟁 종전선언과 인도적 지원 확대,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등의 조치는 취할 수 있지만, 제재 완화는 북한 핵시설 폐기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들어서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북미가 제재 완화가 아닌 제재 면제의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주장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미측이 포괄적 제재 면제를 통해 ‘뒷문’을 열어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의제와 관련된 논의가 한 번에 마무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후속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비건 특별대표는 한국에 이어 일본에도 협상 결과를 설명할 전망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8, 9일 방한해 비건 특별대표 및 이도훈 본부장과 회동할 계획이라고 6일 보도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10일쯤 한국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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