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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시간 근무일’ 길병원 당직실서 30대 전공의 숨진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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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시간 근무일’ 길병원 당직실서 30대 전공의 숨진 채로

입력
2019.02.08 17:09
수정
2019.02.08 23:4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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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36시간 연속 근무 바꿔야”

인천 남동구 소재 가천대길병원 전경.
인천 남동구 소재 가천대길병원 전경.

국립중앙의료원의 윤한덕(51)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설 연휴기간에도 근무하다 과로사해 의료계가 침통해 하는 가운데, 인천 가천대길병원에서도 설 연휴 전날 당직근무를 하던 전공의가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가 최대 36시간까지 연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8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설 연휴 전날인 이달 1일 오전 9시께 인천 남동구 가천대길병원 당직실에서 2년차 전공의 A(33)씨가 숨져 있는 것을 동료의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동료의사는 경찰에서 “A씨가 연락을 받지 않아 당직실에 가 봤더니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의 시신부검을 의뢰한 결과 타살 혐의점이 없다는 1차 구두소견을 전달 받았다. 평소 앓던 지병이 없었던 A씨는 숨진 당일 새벽까지도 여자친구와 휴대전화 메시지를 주고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과수의 정밀부검 결과가 나오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의료계는 A씨가 36시간 연속 근무일에 숨졌다는 점을 들어 과로가 원인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전국수련병원에서 수련·근무하는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 산하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대전협)는 A씨의 수련환경에 문제는 없었는지 자체조사에 나선다고 8일 밝혔다.

실제로 A씨는 숨지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평일 낮 근무를 한 상태에서 곧바로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또 야간근무 12시간을 더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시간 근무를 한 상태에서 사망한 당일도 낮 근무로 12시간을 연속해서 더 일한 뒤 오후 7시께 퇴근할 예정이었다.

길병원 측은 “수련환경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과로사가 아닌 ‘돌연사’라고 표현했으나 대전협은 ‘병원이 파악하고 있는 근무실태와 실제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길병원측은 “수련환경에는 문제가 없었고, 과로사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수련과정을 거치는 의사로, 흔히 레지던트로 불린다. 2017년부터 시행된 ‘전공의의수련환경개선및지위향상을위한법률’(전공의법) 7조에 따르면 병원은 전공의에게 한 달 평균으로 계산해 1주일에 80시간까지 수련을 시킬 수 있다. 여기에 1주일에 교육목적으로 8시간까지 근무를 연장할 수도 있다. 16시간 이상 연속 수련을 한 전공의에게는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줘야 한다. 이 법은 또 병원이 전공의에게 연속해서 36시간을 초과해 수련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사실상 36시간 연속근무를 허용한 것이다. 응급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40시간까지 연속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일선병원은 전공의에게 평일 낮 근무 12시간과 야간근무 12시간에 다음날 낮 근무 12시간까지 붙여 36시간의 과도한 연속근무를 시키는 실정이다.

강봉수 대한병원의사협의회 기획이사는 “전공의들은 병원에서 전문의(교수)들을 대신해 근무를 하는 근로자가 아닌 교육생”이라며 “사회전반에서 적용하고 있는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기는 힘들지만, 수련시간을 주 80시간에서 60시간 정도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ankookilbo.com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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