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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 “연기하면서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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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 “연기하면서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있어요”

입력
2019.02.05 13:00
수정
2019.02.0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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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뺑반’으로 설 연휴 관객을 만나는 배우 류준열은 “‘뺑반’과 서민재 캐릭터에 애정이 크다”며 “관객에게 호응을 얻어 속편도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쇼박스 제공
영화 ‘뺑반’으로 설 연휴 관객을 만나는 배우 류준열은 “‘뺑반’과 서민재 캐릭터에 애정이 크다”며 “관객에게 호응을 얻어 속편도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쇼박스 제공

쉬지 않고 일해서 이름 앞에 ‘소’라는 수식까지 달렸는데도 도통 지친 기색이 없다. ‘열일’ 때문이 아니라 특유의 활력과 근성, 건강한 에너지 때문에 ‘소준열’이라 불리는 모양이다. “영화를 만드는 일이 재미있어요. 재미있으니까 신이 나요.” 배우 류준열(33)이 서글서글하게 웃었다.

지난해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독전’으로 관객을 만났던 류준열이 ‘뺑반’으로 새해를 열었다. 3월 개봉하는 영화 ‘돈’과 여름 대작 사극 ‘전투’로 이어지는 ‘2019년판 소준열’ 행보의 시작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류준열은 “작품마다 배우는 게 많다”며 “배움의 순간이 나를 지치지 않도록 이끌어 준다”고 말했다.

‘뺑반’에서 그는 경찰서 뺑소니 전담반 순경 서민재를 연기한다. 어수룩한 겉모습과 달리 천부적인 수사 감각을 지닌 서민재는 뺑소니 전담반으로 좌천된 경위 은시연(공효진)과 의기투합해 미치광이 사업가 정채철(조정석)의 범죄 행각을 집요하게 쫓는다. “서민재에게서 천재적이면서도 너드(괴짜)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2G폰을 쓴다는 설정도 독특하잖아요. 시스템과 매뉴얼을 따르기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움직이는 인물인 거죠.”

류준열은 경찰인 지인에게서 경찰의 삶과 애환을 자세하게 듣고 서민재에 현실감을 입혔다. 안경과 자죽 재킷도 류준열이 직접 선택한 소품이다. 그는 “대화를 할 때도 서민재만의 독특함이 살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촬영하면서 대사를 즉흥적으로 바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수룩한 겉모습 안에 투철한 정의감과 사명감을 지닌 괴짜 경찰 서민재. 쇼박스 제공
어수룩한 겉모습 안에 투철한 정의감과 사명감을 지닌 괴짜 경찰 서민재. 쇼박스 제공

서민재가 자동차에 관해 누구보다 뛰어난 지식과 경험을 발휘하는 배경엔 불우한 과거가 있다. 영화 중반부 정재철이 연루된 사고로 아버지(이성민)를 잃은 뒤 서민재의 어두운 내면이 폭발한다. 류준열은 “고정되지 않고 입체적으로 변하는 인물이라서 더 끌렸다”고 했다. “서민재를 1, 2부로 나누어 다르게 연기했어요. 1부에선 속을 알 수 없는 건조한 느낌으로 표현했고, 2부에선 격렬한 감정의 파도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촬영 전에는 이런 변화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컸는데 이성민 선배님의 연기에서 해답을 얻었어요. 선배님의 애틋한 눈빛이 저에게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고 저절로 감정이 열렸어요. 지금의 서민재를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뺑소니 범죄를 다루는 만큼 자동차 추격전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배우들은 대역 없이 90% 이상 자동차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류준열은 평소에도 영화 촬영용 자동차를 몰고 다니며 운전 감각을 몸에 익혔다. “자동차의 움직임에 캐릭터의 감정이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어느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만의 자동차 추격전을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배우의 표정이 자동차 창 밖으로 보였으면 했는데 다행히 잘 표현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껴요.”

아찔한 곡예 운전을 하면서 감정 연기까지 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류준열은 “운전을 하다가 서민재가 아닌 류준열이 튀어나올까 봐 더욱 신경을 썼다”며 웃음 지었다.

류준열은 캐릭터의 변모를 매끄럽게 변주하며 영화에 긴장감을 더한다. 쇼박스 제공
류준열은 캐릭터의 변모를 매끄럽게 변주하며 영화에 긴장감을 더한다. 쇼박스 제공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6)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이후 영화 ‘글로리데이’ ‘양치기들’ ‘계춘할망’(2016) ‘더킹’ ‘택시운전사’ ‘침묵’(2017) 등 저예산 영화부터 100억원대 대작까지 숱한 영화를 누볐다. ‘택시운전사’의 순박한 대학생 재식과 ‘독전’의 전직 조직원 서영락, ‘리틀 포레스트’의 청년 농부 재하 등 다채로운 캐릭터가 그의 연기로 빚어졌다. ‘뺑반’의 서민재는 감정기복이 없다는 점에서 류준열과 특히 닮은 캐릭터였다. 류준열이 서민재를 닮아간 것이기도 하다. “여러 캐릭터를 만나면서 저도 몰랐던 저의 여러 모습을 발견했어요. 그렇게 저 자신과 캐릭터를 동일시하면서 연기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캐릭터에 휩쓸려 들어가더라고요.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일까, 고민되기도 했죠. 하지만 혼란스러워하거나 우울해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 모두가 류준열이니까요. 다음 작품에선 어떤 나를 만나게 될까 기다려져요.”

충무로 제작자들이 류준열을 유난히 아끼는 이유를 알 듯했다. 류준열에게도 그 이유를 아느냐고 물으니 “영업비밀”이라며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건 몰라도 제가 인복은 있는 거 같아요. 연기를 하며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났어요. 작품을 하면 할수록 동료의식도 강해지고요. 앞으로도 좋은 분들과 행복하게 일하고 싶어요. 모두가 행복해야 결과도 좋은 것 같아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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