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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손혜원 “옛 서울역사, 한국판 오르세로 만들자” 공예박물관 건립 집요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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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손혜원 “옛 서울역사, 한국판 오르세로 만들자” 공예박물관 건립 집요한 요구

입력
2019.01.23 04:40
수정
2019.01.23 09: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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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부터 문체부 압박… 바로옆 서울역엔 본인 소유 공예품점 

 수십억 상당 고가 나전칠기도 보유… 이익충돌 논란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젊은빙상인연대, 빙상계 성폭력 사건 관련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젊은빙상인연대, 빙상계 성폭력 사건 관련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사) 공간을 공예박물관으로 만들자고 집요하게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 의원이 나전칠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바로 옆 건물인 신서울역에서는 자신이 창업한 공예품점 ‘하이핸드코리아’가 운영되고 있어 손 의원이 자신의 이익이 연계된 공예계의 입장을 과도하게 대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국회 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국회 문체위원이던 손 의원은 지난해 10월 11일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에 공예박물관이 없다. 그 안(문화역서울284)을 채울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니까 이 멋진 건물을 우리도 박물관으로 오르세나 이런 데같이 하자”고 했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은 과거 기차역을 개조해 만들었다. 손 의원은 또 문화역서울284가 당시 국립한국문학관 후보지로 검토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저는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시인이시라 이것을 문학관으로 하려나? (생각했다)”며 “사실 문학관을 하기에는 이 건물이나 그 가치가 상당히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했다.

옛 서울역사 건물인 문화역서울284는 2011년부터 공예, 건축, 디자인 전시회 등을 개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체부는 위탁 운영을 맡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의 5년 계약이 지난해 11월 만료를 앞두고 있자 6개월 계약 연장을 했다. 이에 손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계약 연장을) 6개월 단위로 하니까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집행을 하는 데 있어서 길게 장기적으로 갈 수가 없다”며 “여기를 우리가 국립공예박물관으로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손 의원은 지난해 10월 29일 문체부를 상대로 한 확인 국감에서도 “제가 보기에는 문학관으로서도 누가 써도 굉장히 훌륭한 공간이지만 층고(層高)라든지 돌, 인테리어 자재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잘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써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외국에서도 역이라는 곳, 그리고 역사성을 갖고 있는 역은 항상 가장 유명한 공간, 전시장이라든지 뮤지엄 같은 걸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오르세 같은 역을 보시면 가장 대표적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공예미술관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체부 관계자에 따르면 손 의원은 2017년부터 문화역서울284의 국립공예박물관화를 주장했다. 또 문체부와 따로 접촉해 공예박물관 건립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물관을 만들면 본인이 소유한 나전칠기를 무료로 기증하기로 하겠다는 의사도 표명했다고 한다. 문화계에서는 “박물관에 전시되면 가치가 오르기 마련이어서 손 의원과 친분이 있는 나전칠기 장인 작품도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보고있다.

하지만 문체부는 국립공예박물관으로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2016년 문화역서울284의 중장기 활용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해 공예, 건축, 디자인, 철도 등을 아우르는 근대 복합공간으로 활용키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손 의원이 2017년부터 공예미술관을 만들자고 했는데 처음부터 어렵다고 답했다”며 “불과 차로 10분 거리인 옛 풍문여고 부지에 서울시가 시립공예미술관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공예문화 융성 차원의 의정활동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으나, 국민을 대표해야 할 손 의원이 자신의 관심사를 대변하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손 의원이 28억원 상당의 나전칠기 등 예술품을 보유하고 있어 이해충돌에 해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화역서울284 바로 옆인 신서울역에서는 손 의원이 세운 공예품 업체인 하이핸드코리아가 입점해 있다. 손 의원이 서울역 공간을 공예 문화공관으로 만들어 사업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손 의원은 2013년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위크’ 중 한국관 행사인 한국공예전 예술감독을 하면서 문화역서울284를 눈여겨본 것으로 보인다. 손 의원은 밀라노 공연에서 선보였던 작품을 2013년 6월 문화역서울284에서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3’이란 이름으로 다시 개최했다. 이 공예전은 문화역서울284를 위탁 운영하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했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에 남편 이름으로 부동산을 구입한 손 의원의 조희숙(52) 보좌관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출신이다. 조 보좌관은 손 의원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활동을 같이 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의원의 의정 활동에 사익과 공익이 뒤섞여 있다는 비판은 이전에도 나왔다. 손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조카 명의의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을 직접 언급하는가 하면, 목포 도시재생사업의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손 의원은 또 “(도시재생)사업이 잘되면 목포가 우리나라의 산토리니가 될 것”이라고 자신이 부동산을 매입한 목포를 띄우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손 의원 측은 이날 ‘서울역 공예박물관 개설’ 발언과 관련해 “체육계 출신인 이동섭 의원이 태권도를 진흥하자고 얘기하고 바둑인 출신 조훈현 의원은 심지어 바둑진흥법도 만들었다”며 “국회는 다양한 이익단체를 대변하는 의원들이 합의를 찾는 곳인데 이를 이익충돌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하이핸드코리아와 관련성에 대해선 “이미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서울역 신역사에 입점해서 어떤 특혜도 있을 수 없다”며 “형편이 어려운 전통 공예인을 위해 사비를 털어 20억원 정도의 물품을 직접 구입해 재고로 쌓아 놓고 판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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