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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음색여왕 “힙스터들이 제 목소리에 반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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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음색여왕 “힙스터들이 제 목소리에 반했대요”

입력
2019.01.17 17:00
수정
2019.01.17 19:1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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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뮤지션 ‘모트’

존재를 잃은 청춘의 상실감을

달콤한듯 쓸쓸한 음색으로 위로

모던록ㆍ재즈ㆍ전자음악 아울러

인디 뮤지션인 모트(본명 김은지ㆍ23)는 ‘힙스터’ 사이에서 차세대 ‘음색여왕’으로 불린다. 그는 정작 “학교 다닐 때 수줍음이 많아 누군가 앞에 노래를 부르는 게 싫었다. 음악 시간이 너무 싫어 꾀병을 부릴 정도였다”며 웃었다. 이한호 기자
인디 뮤지션인 모트(본명 김은지ㆍ23)는 ‘힙스터’ 사이에서 차세대 ‘음색여왕’으로 불린다. 그는 정작 “학교 다닐 때 수줍음이 많아 누군가 앞에 노래를 부르는 게 싫었다. 음악 시간이 너무 싫어 꾀병을 부릴 정도였다”며 웃었다. 이한호 기자

“오늘 오는 길엔 창밖에 내가 없어”. 인디 뮤지션인 모트(본명 김은지ㆍ23)의 노래 ‘백스페이스’(2018)는 이렇게 시작된다. 창에 내 모습은 비치는데, 정작 땅에 발을 딛고 선 난 없다. 존재를 잃어버린 청춘의 상실감은 짙다. 모트는 고등학교 졸업 후 2년 반 넘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가수란 꿈을 쫓지만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생계를 꾸려야 하는 ‘불편한 동거’는 오히려 창작의 밑거름이 됐다.

“일 끝나고 버스를 타면 멍해지고, 제가 사라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다 우울증이 좀 왔고요. 하지만 그 때 더 노래가 더 잘 써졌던 것 같아요.” 1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를 찾은 모트의 말이다.

모트는 요즘 온라인에서 유망주로 꼽힌다. 자신만의 문화 찾기를 즐기는 ‘힙스터’ 사이에선 독특한 음색으로 입소문이 났다. 볼빨간사춘기와 한영애의 목소리를 반씩 섞은 듯, 달콤하며 쓸쓸한 그의 목소리는 여운이 깊다. 그의 음악엔 모던록(‘미스’)과 전자음악(‘다이빙 인투 유’)뿐 아니라 재즈(‘깊은 잠’)의 숨결까지 깃들었다.

모트는 음색에만 기대지 않는다. 그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박준 시인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이다. 그는 책을 늘 곁에 두며 음표에 살아 있는 이야기를 심으려 애쓴다. 온라인에 ‘입시할 때 (모트의) ‘도망가지마’를 들었다. 사랑 노랜데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 들어 눈물이 글썽했다’(ineedapr****)는 감상과 ‘인생 노래-’일시 정지’ 모트’(txtx****) 같은 글이 흔치 않게 올라오는 이유다.

모트는 2017년 노래 ‘티킨’으로 데뷔했다. 어려선 노래 부르는 게 너무 부끄러워 가수가 될 꿈도 못 꿨다고 했다. 그랬던 소녀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달라졌다. 학교 자습시간에 짝꿍이 모트에 박효신의 노래 ‘추억은 사랑을 닮아’를 들려준 뒤였다고 한다. 모트는 “감동을 받아 고3 때부턴 직접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모트는 가수의 길을 걷기 위해 대학 진학은 과감히 포기했다. 그 흔한 음악 기획사 오디션도 보지 않았다. 대신 서울 홍익대 인근 카페에 있는 ‘오픈 마이크’를 즐겨 찾았다. 자작곡을 한 곡 이상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래할 수 있는 무대였다. 어디에 뽑히기 위해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 내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곳에서 케이블채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7’ 출신 가수인 곽푸른하늘과 윤슬을 만나 용기를 얻기도 했다. “노래 부르고 난 뒤 일면식도 없는 두 분께 가 ‘저, 노래 계속해도 될까요?’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계속 하셔야죠’라고 해 주시더라고요. 어떻게 용기를 냈는지 모르겠어요, 하하하.”

‘21세기 청년’은 옛 골목길에 자주 간다. 좁고 후미진 길을 걸으며 모트는 자신을 찾는다고 했다. 그의 삶의 신조는 “흘러가는 대로 살자”다. 모트는 21일 신곡 ‘이 밤을 너와’를 낸다. “매달 신곡을 내보려 해요. 현실에선 그렇지 못하지만, 음악으로 누군가와 대화하고 소통하고 싶거든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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