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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 전복, 구명조끼가 생사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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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 전복, 구명조끼가 생사 갈랐다

입력
2019.01.11 17:18
수정
2019.01.11 23:4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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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원 14명 중 3명 사망, 2명 실종

사망자 포함 4명 구명조끼 미착용

11일 오전 5시쯤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약 80㎞ 해상에서 여수 선적 9.77톤급 낚시 어선 무적호(둥근 원)가 전복돼 통영해경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통영해경 제공
11일 오전 5시쯤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약 80㎞ 해상에서 여수 선적 9.77톤급 낚시 어선 무적호(둥근 원)가 전복돼 통영해경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통영해경 제공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해상에서 낚싯배가 화물선과 충돌 후 전복돼 배에 탄 14명 중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특히 낚시가 금지된 공해상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 당시 사망자들은 모두 생명과 직결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통영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57분쯤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약 80㎞ 해상에서 선원과 낚시객 14명이 타고 있던 9.77톤급 낚시어선 ‘무적호’가 3,000톤급 화물선 ‘코에타(KOETA) 파나마’호와 충돌해 전복됐다. 무적호는 사고 전날 오후 1시25분쯤 선장 최씨와 선원, 낚시객 12명을 태우고 갈치 낚시를 위해 여수 국동항에서 출항했다. 이 사고로 선장 최모(57)씨와 낚시객 안모(71)씨, 최모(65)씨 등 3명이 숨지고, 정모(51)씨와 임모(57)씨 등 2명이 실종됐다. 나머지 9명은 여수전남병원, 여수제일병원, 여천전남병원 등으로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대부분 양호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해역에선 경비함정29척, 항공기11대, 해경 잠수사 34명 등이 동원돼 실종된 2명에 대한 수색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경은 무적호와 충돌한 코에타호를 통영항으로 압송, 사고 당시 선박 운항을 총지휘하던 필리핀인 당직 사관 A(44)씨를 업무상 과실 치사와 선박전복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코에타호는 이번 사고를 처음 신고한 선박으로, 충돌 직후 사고 현장에서 머물면서 구조 활동에 동참했다. 해당 화물선은 파나마 선적으로 당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을 위해 울산에서 출항에 중국으로 가던 중 충돌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화물선이 이날 오후 10∼12시 사이에 통영항에 도착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압송되면 선박 관계자들을 불러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김문중 기자
김문중 기자

경찰이 조사중인 사고 원인과는 별도로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때문에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본적인 구명조끼 착용 여부에서 생사가 좌우됐기 때문이다. 구조된 무적호 사무장 김모(49)씨는 “‘구명조끼 입으세요’ 하는 순간 (배가) 넘어갔다”면서 “잠을 잘 때는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낚시할 때만 구명조끼를 입는데 사고 당시 새벽시간이라 다들 방에 들어가 자고 있어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통영해경 관계자도 이번 사고와 관련된 브리핑에서 “승선 추정 인원 14명 가운데 구조자 12명 중 8명은 구명조끼를 착용했으나 사망자 3명 포함 총 4명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며 “낚시어선은 구명조끼 착용이 의무여서 미착용은 과태료 대상”이라고 밝혔다. 생존자 중 2명은 뒤집어진 배 안에 형성된 에어포켓에서 추위와 불안에 떨며 3시간을 버티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번 사고가 낚시 금지 구역인 공해상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따져볼 사안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개정된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이 시행되면서 공해상 낚시는 불법이다. 일반적으로 육지에서 12해리(약 22㎞) 떨어진 해상부터 공해로 본다. 무적호의 김모 사무장이 “갈치 낚시를 마치고 귀항 도중 북서풍이 불어서 편하게 가기 위해 통영쪽으로 약간 배질을 했다”며 사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지만 낚시를 위해 공해상에 진입했을 가능성 또한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특히 해경은 무적호의 자동 어선 위치 발신 장치(V-PASS)와 선박 자동식별장치(AIS)가 사고 전날인 오후 4시 6분부터 전복 때까지 꺼진 채 운항된 것을 확인, 공해상 불법 낚시를 위한 고의성 여부를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통영해경 관계자는 “먼 바다인 공해는 파고가 높아 안전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개정 법안이 올해부터 시행됐다”면서 “V-PASS나 AIS는 육지로부터 거리가 너무 멀면 꺼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단정 짓기 어렵고 추후 사고원인 조사 과정에서 V-PASS와 AIS가 꺼진 이유를 함께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물선이 신고한 뒤 구조활동을 하며 사고 현장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본인들 선박과 충돌한 사실을 왜 곧바로 밝히지 않았는지는 조사해봐야 한다”며 “화물선을 압송해온 다음 본격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통영=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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