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국민은행 5400명 ‘파업 빈자리’… 인터넷ㆍ모바일 뱅킹이 메웠다

알림

국민은행 5400명 ‘파업 빈자리’… 인터넷ㆍ모바일 뱅킹이 메웠다

입력
2019.01.08 19:07
수정
2019.01.09 01:20
10면
0 0

19년 만의 총파업 여파 미미… “귀족노조 파업” 여론 냉담, 노조는 “무리한 요구안 아니다”

KB국민은행이 19년 만에 총파업에 들어간 8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영업점에 사과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KB국민은행이 19년 만에 총파업에 들어간 8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영업점에 사과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3,100만 고객을 보유한 국내 최대 은행 국민은행이 19년 만에 벌인 총파업은 일부 영업점에서 차질을 빚기도 했지만, 의외로 잠잠하게 끝났다. 평소 일선 지점을 찾는 고객이 전체의 10%도 채 안될 만큼 인터넷ㆍ모바일 금융거래가 확산된 ‘온라인 뱅킹 시대’가 은행 파업의 풍경마저 바꾼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임금을 달라”는 고액 연봉 은행원들의 파업을 보는 시선은 한층 싸늘해지는 분위기다.

◇인터넷ㆍ모바일이 바꾼 파업 풍경

국민은행이 일일 총파업을 강행한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지점. 일부 직원들의 파업 참여로 창구 7개 중 4개만 운영되고 2층에서 하던 외환 업무는 1층에서 처리됐다. 하지만 큰 업무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다. 대체로 오전 시간엔 방문 고객이 적었던데다, 그나마도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파업하는 줄도 몰랐다”던 한모(71)씨는 “지점에 와도 주로 ATM을 이용하기 때문에 불편할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오후에 찾은 서울 마포구 마포지점도 풍경은 비슷했다. 차질이 예상됐던 기업금융이나 가계대출 상담도 가능했다. 한 지점 직원은 “본점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노조원 업무를 대신 맡았다”며 “평소 점심시간엔 직장인들로 붐볐는데, 오늘은 그렇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파업엔 국민은행 전체 직원 1만7,000여명의 30% 수준인 5,400여명(은행측 추산)이 참여했다. 은행 측은 전국 1,057개 점포 모두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역별 거점점포 411곳(서울 145개, 수도권 126개, 지방 140개점)을 지정, 일부 특수 업무를 제외한 대부분 업무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파업 참여 직원이 많아 문을 닫거나 입출금 등 기본 업무만 수행한 지점에선 고객 불편이 일부 발생했지만, 대체로 심각한 업무 차질을은 없었다는 평이다.

이처럼 은행 파업의 위력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은행 업무 대부분이 이제 온라인ㆍ비대면 거래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업무의 기본이자 가장 이용 빈도가 높은 입출금 및 자금이체의 절반(건수 기준 49.4%)을 인터넷ㆍ모바일뱅킹이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ATM 등 자동화기기(34.3%), 텔레뱅킹(7.5%) 등을 합하면, 창구(8.8%)를 제외한 비대면 채널 이용이 은행 거래의 90% 이상이다. 국민은행 고객 정새롬(35)씨는 “주로 모바일로 거래해 은행 지점을 안 간지 1년이 넘었다”며 “직원들이 파업해도 은행 모바일앱까지 멈추는 건 아니라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귀족 노조 파업” 비판도

은행 파업에 대한 여론은 냉담하기만 하다. 비록 사측과의 임금 협상이 결렬됐다고 해도, 상대적인 고액 연봉을 받으며 일하는 집단이 꼭 고객 불편을 볼모로 한 파업에 나섰어야 했냐는 비난이다.

이날 온라인에선 “고객 생각은 안하고 파업 강행하는 귀족 노조 때문에 은행 신뢰도가 떨어진다” “부당 해고나 점포 폐쇄 같은 불가피한 명분이 아닌, 이익 챙기기를 위한 파업” 등의 냉소적 반응이 줄을 이었다. 2017년 기준 국민은행 직원 1인당 평균급여는 9,100만원으로, 그 해 국내 근로자 평균 연봉(3,519만원)보다 2.6배 많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 둔화 속에 은행권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상황에도 시선은 곱지 않다. 은행원들의 혁신 노력보다는 예대금리차 확대라는 외부 요인에 힘입어 거둔 실적인데, 노조가 파업까지 불사하며 과도하게 자기 몫을 챙기려 든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국민은행이 주요 시중은행과 비교해 생산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2017년 기준 국민은행 직원 1인당 대출 실적은 135억3,600만원으로 신한(144억6,900만원), 하나(143억8,100만원), 우리(139억원) 등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았다.

하지만 국민은행 노조는 “교섭요구안이 무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흥해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주장한)성과급 300% 지급은 데이터에 따라 산출한 수치로, 신한은행 등 다른 은행도 합의한 사안”이라며 “신입행원 기본급 상한 제한(페이밴드)과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1년 연장안이 핵심 쟁점”이라고 말했다. 임금 인상에 매달려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는 해명이다.

감정적인 비난 여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금융업계 특성상 고액 연봉자가 많지만, 파업을 결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급여 수준에 상관 없이 그들이 급여를 정당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받고 있는지, 파업의 이유는 무엇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