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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선거 중] 지방선거서 일격 당한 모디에게 간디가 또다시 한 방 날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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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선거 중] 지방선거서 일격 당한 모디에게 간디가 또다시 한 방 날릴까

입력
2019.01.10 19: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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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5월 중 인도 총선 

 집권 인도인민당, 수성 꿈꾸지만 힌두 벨트서 민심 이반 드러나 3개월 앞둔 선거 다시 안갯속 

 ‘인도의 케네디 가문’ 野 간디 모디 측 압승 저지를 목표로 포퓰리즘 공약 내세우며 선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 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 연합뉴스

지상 최대규모의 민주주의 축제를 앞둔 인도가 들썩이고 있다. 인구는 13억6,000만명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직접ㆍ보통ㆍ비밀ㆍ평등 원칙의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 수에서는 비교가 안 된다. 중국은 여전히 참정권 행사에 제약이 따르지만 인도 유권자는 8억5,000만명으로 비할 바가 아니다. 전국에 설치된 투표소만 1,000만개가 넘는다. 특히 4~5월 치러질 총선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인도에서 5년 마다 정권의 향배를 결정짓는 최고의 이벤트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인도인민당(BJP)은 수성을, 빼앗긴 왕좌를 탈환하려는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는 설욕을 다짐하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거침없이 내달리는 코끼리 

 모디 총리는 인도 내부는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슈퍼스타’로 통한다. 2014년 연방정부 하원의원(록사바)을 뽑는 선거에서 당시 야당 BJP는 모디를 간판으로 내세웠다. 그 결과 543석 가운데 282석을 석권해 단독 과반을 차지했다. 정당이 난립해 통상 연정으로 정부를 꾸리는 인도에서 한 정당이 자력으로 록사바를 장악한 건 1984년 이후 30년 만이다. 모디 열풍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알 수 있다. 양원제인 인도의 하원의원은 국민이, 상원의원(라쟈 사바)은 각 주에서 선출한다. 

모디 총리는 국제사회에서도 귀한 몸이다. 인도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ㆍ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이다. 동시에 과거 비동맹 진영의 맹주로서 중국ㆍ러시아와 손잡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를 견제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패권을 놓고 맞붙는 미중 양국이 경쟁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면서 인도의 주가는 연일 치솟고 있다.

경제지표도 일찌감치 파란 불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라는데 별 이의를 달지 않는다. 한때 웅크렸던 코끼리가 거침없이 달리고 있는 셈이다. 경제성장률은 매년 7%를 웃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17년 프랑스를 제쳤고, 조만간 영국마저 추월할 전망이다. 2030년에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경제대국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성난 인도의 농민 수십만명이 지난해 11월 정부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수도 뉴델리의 의회를 향해 무리 지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팍팍한 살림살이에 성난 인도의 농민 수십만명이 지난해 11월 정부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수도 뉴델리의 의회를 향해 무리 지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흔들리는 민심, 등 돌리는 유권자 

이처럼 수치상으로는 장밋빛으로 가득하다. 자연히 이번 총선이 모디 총리의 무난한 압승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BJP는 5년 전 총선에서 44석으로 쪼그라든 제1야당 INC를 향해 “곧 사라질 것”이라고 으스대기도 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곪은 상처투성이였다. 유권자들은 모디 총리의 후광을 바라보며 내심 이를 갈았다. 지난달 치러진 주 의회 선거에서 표심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다. 중ㆍ북부 ‘힌두벨트’의 마디아프라데시, 라자스탄, 차티스가르 3개 주에서 BJP는 참패했다.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BJP가 텃밭을 내주며 충격적으로 무너졌다. 이들 3개 주는 지난 총선에서 65석 가운데 62석을 BJP에 안기며 정권 교체의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불과 5년 만에 표심은 싸늘히 식었다. 3개 주를 포함해 힌두세력의 지지기반인 선도지역에 배정된 록사바 의석은 총 225석으로, BJP는 5년 전 이 중 203석을 휩쓸었지만 이제 승리를 장담하기조차 어려운 처지로 몰렸다. 반대로 제1야당 INC가 적진에서 대승을 거둬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3개월여 남은 선거구도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무엇보다 농민과 젊은층의 누적된 불만은 민심이 등을 돌리는 기폭제가 됐다. 인도 인구의 70%가량은 농업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자연히 농민은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최대 표밭이다. 하지만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잇단 경제개혁에도 불구하고 농작물 과잉공급과 금리인상, 유가상승 등으로 농가의 소득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살림살이가 악화되면서 정부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한 상태다. 2004~2014년 10년간 INC가 집권하는 동안 매년 3.6%에 달했던 농업부문의 성장률은 모디 총리 집권 이후 5년간 평균 2.5%로 하락했다. 급기야 지난해 수십만 명의 농민들이 뉴델리, 뭄바이 등 대도시로 몰려가 수차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젊은이들도 앞장서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18세를 넘긴 성년이 매달 100만명씩 쏟아지는데도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모디 총리는 5년 전 공약으로 1,000만개 일자리를 약속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상당수 청년들은 “변화를 외쳤지만 바뀐 게 없고, 경제는 성장하지만 우리가 얻은 것은 없다”고 외치며 이번 총선을 기다리고 있다.

라훌 간디 인도 제1야당 국민회의(INC) 총재. 위키피디아
라훌 간디 인도 제1야당 국민회의(INC) 총재. 위키피디아

 모디의 마술, 간디의 반격… 누가 더 예리할까 

모디에 맞서는 INC의 수장 라훌 간디 총재는 지난달 주 의회 선거에서 승리해 꺼져가던 불꽃을 살리며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모디 총리보다 스무 살 어린 간디는 ‘인도의 케네디가문’으로 불리는 네루-간디 가문의 적자다. 인도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자와할랄 네루, 11년간 총리를 지낸 딸 인디라 간디, 인디라 간디의 장남으로 총리를 지낸 라지브 간디, INC의 집권 여당 시절 대표인 소냐 간디를 잇는 적통을 계승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총선에서 INC가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데다 모디 총리에게 세간의 관심이 모두 쏠린 탓에 어느새 뒷전으로 밀린 터였다.

이번 총선에서 간디 총재가 모디 총리를 꺾고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드물다. 예전보다 약발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선거에서 여전히 강한 매력으로 유권자에게 어필하는 모디 특유의 마술 때문이다. 다만 282대 44로 여야 간 의석 차가 워낙 큰 만큼, 집권 BJP의 단독 과반 의석을 저지하고 INC가 최소 100석 이상을 확보해 존재감을 드러내면 야당의 유력 정치인 간디는 일약 차기 대선 고지를 선점할 전망이다. 모디 총리가 이기더라도 쉽게 이기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게 바로 간디 총재의 최대 목표다.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모디의 BJP는 보수 우파를, 간디의 INC는 중도 좌파를 표방하고 있다. 자연히 BJP는 기업 친화적이고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사회복지예산을 줄이려 한다. 이와 달리 INC는 영국에서 독립한 오랜 전통을 기반으로 약자와 빈곤층에 대한 배려를 중시한다. 다종교국가인 인도에서 BJP는 힌두 민족주의를 자극해 지지세력 결집하는데 비해, INC는 세속주의를 기치로 모든 신앙을 존중하고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두 정당의 노선과 지향점은 다르지만 선거가 다가오면서 저마다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며 유권자의 환심을 사는데 혈안이다. 모디 총리가 지난 8월 1억명의 저소득층 가구에 연간 50만루피(약 800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히자, 간디 총재는 지난달 선거에서 승리한 라자스탄 주에서 농가당 20만루피(약 320만원)의 빚을 탕감하겠다고 선언하며 맞불을 놨다. 또 중산층을 겨냥한 모디의 간접세 인하에 맞서 간디는 전국 규모의 농가 부채 탕감을 거론하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모디 정부는 4조루피(약 63조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농가 부채를 줄이는데 쏟아 부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과도한 재원 투입에 비판이 일고 있지만, BJP는 “2008년 INC는 7,200억루피(약 11조3,400억원)를 부채 탕감에 투입해 이듬해 선거에서 정권을 잡았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11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에서 힌두교도들이 사원 건립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에서 힌두교도들이 사원 건립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인도의 고질적인 종교 갈등도 선거 막판 표심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다. 1992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에서 힌두 근본주의자들이 모스크를 파괴하면서 힌두-이슬람 세력간 충돌로 2,000여명이 숨졌다. 이후 힌두의 신 라마가 탄생한 이곳에 사원을 건립해야 한다는 힌두교도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힌두교도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모디 정부는 이에 호응하면서도 아직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만약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경우 또다시 극단적인 종교 대결 양상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 더구나 우타르프라데시주는 인도에서 인구(2억명)와 하원의석(80석)이 가장 많아 총선의 승패를 가를 수도 있는 곳이다. 종교적 민감성과 정치적 폭발력을 동시에 갖춘 승부처인 셈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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