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오뚝이 경제인]회계사에서 AI기업 대표로… “인공지능 영역 무궁무진하죠”

알림

[오뚝이 경제인]회계사에서 AI기업 대표로… “인공지능 영역 무궁무진하죠”

입력
2019.01.02 04:40
수정
2019.01.02 10:29
24면
0 0

위기를 극복한 오뚝이 경제인

<2> 유태준 마인즈랩 대표

유태준(앞줄 왼쪽에서 네번째) 마인즈랩 대표가 직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인즈랩 제공
유태준(앞줄 왼쪽에서 네번째) 마인즈랩 대표가 직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인즈랩 제공

“현재 시중의 인공지능(AI) 기술은 정말 초보 단계입니다. 인간 두뇌의 복잡 미묘한 능력을 구현한 AI 알고리즘은 1,000분의 1도 안되니까요. 아직 갈 길이 먼데,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서 만난 AI 스타트업 마인즈랩 유태준(54) 대표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쳤다. 2014년 1월 문을 연 마인즈랩은 올해로 6년차를 맞은 AI 기업이다. 회사 설립 1년 만에 최대주주가 발을 빼면서 회사가 문 닫을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전 직원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한 덕분에 창업 첫해 적자였던 매출이 지난해 110억원으로 뛰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2017 한국 10대 스타트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초기 스타트업이, 그것도 AI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둔 셈이다.

◇회계사에서 AI 회사 대표로

유 대표는 창업 전까지 삼일회계법인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다. 회계사론 1년, 나머지는 대부분 기업 상대 컨설팅 업무를 했다. 1995년부터 유 대표는 생산, 물류, 회계 등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자동 관리해주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국내 대기업 실정에 맞게 짜주는 일을 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사의 프로그램을 기업 요구에 맞춰 레고 블록처럼 재조립해 주는 거였다.

18년 넘게 ERP 컨설팅을 하면서 자연스레 빅데이터 분야에 관심이 갔다. 그는 “ERP를 통해 영업 정보를 비롯해 수많은 데이터가 쌓였는데 이걸 분석하면 의미 있는 결과를 찾을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삼일엔 이런 툴을 개발할 역량이 없었다. 유 대표는 회사에 건의해 빅데이터 툴을 개발하는 마인즈랩(자본금 16억원)을 세웠다. 삼일과 보광그룹이 자본을 대고 유 대표가 전문경영인을 맡았지만 사업 구상이 한창이던 2014년 말 첫 위기가 왔다. 최대주주였던 보광그룹이 경영난을 이유로 더는 투자금을 댈 수 없으니 회사를 접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유 대표는 “말도 안 된다”며 8명 직원들을 설득해 함께 지분을 떠안기로 결심한다. 유 대표가 수억원을 투자하고 엔지니어들도 은행 빚을 내 2,000~3,000만원씩 보탰다. 보광도 투자금(10억원)을 조금이라도 건지기 위해 유 대표가 요구한 감자를 받아들였다. 삼일은 마인즈랩에 1년간 공짜로 사무실을 내줬다. 월급쟁이였던 유 대표는 2015년 3월 최대주주가 된다.

유태준 마인즈랩 대표.
유태준 마인즈랩 대표.

이후 마인즈랩은 변화를 거듭한다. 창업 첫해 뉴스, 트위터를 분석해 소비 트렌드를 알려주는 아이템을 내놨지만 기업들의 눈길을 잡지 못했다. 유 대표는 기업이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하다 고객센터에 매일 수만 건씩 접수되는 고객민원을 분석하기로 한다. 그러려면 고객음성을 자동으로 글자로 바꿔주는 기술이 필요했다. 유 대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음성인식 기술을 사 와 고객민원을 글자로 바꿔주는 STT(Speech to Text) 엔진을 개발한다.

마인즈랩은 이때부터 빅데이터 회사에서 AI 회사로 방향을 바꿔 역량을 집중했다. AI가 스스로 학습하는 ‘딥 러닝’ 기술을 통해 STT 엔진을 고도화시켜 2016년엔 미국에도 진출한다. 고객센터에 접수된 영어 민원을 글자로 바꿔주는 STT인데 이를 계기로 이 엔진을 유럽과 호주에도 수출했다. 2017년부턴 자체 기술로 영상, 이미지 속 내부 텍스트를 분석하고 인식하는 AI 엔진을 비롯해 30개 가량의 AI 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 지원 체감 안 돼”

마인즈랩은 현재 미국, 캐나다, 필리핀에 진출했다. 올해부턴 강화학습 창시자인 캐나다 앨버타 대학의 리차드 서튼 교수가 세운 캐나다 에이미(AMII) 연구소에 가입해 개발자도 파견한다. 유 대표는 “로컬 AI 회사가 글로벌 AI 연구원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마인즈랩은 올해 200억원의 투자가 예정돼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AI 엔진을 개발할 계획이다. 내년엔 상장 계획도 있다.

유 대표는 정부의 AI 육성 지원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정부는 스타트업이 투자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데 우린 전혀 체감 하지 못했다”며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조건은 상당히 엄격한데 정부가 나서 유명 AI 벤처에 매칭 펀드를 해주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choikk999@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