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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반칙ㆍ특권 도려냈지만 “미래 대신 과거 집착” 피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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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반칙ㆍ특권 도려냈지만 “미래 대신 과거 집착” 피로감

입력
2018.12.25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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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그마가 된 文정부의 약속들 <3> 적폐청산] 

 기무사ㆍ대법원 등 권력기관에 칼날… 국정동력 소모도 

 집권 3년 차에는 민생으로 정책 중심 옮겨야 

[저작권 한국일보] 노만석 군검 합동수사단 단장이 지난달 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관련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수사단은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 기우진 전 5처장 등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신상순 선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노만석 군검 합동수사단 단장이 지난달 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관련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수사단은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 기우진 전 5처장 등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신상순 선임기자

보수정권의 구시대 적폐를 심판한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등장한 문재인 정부의 지상과제는 단연 적폐 청산이었다. 이미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세 명의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줄줄이 구속됐고, 이제 수사의 칼끝은 사법농단 혐의를 받고 있는 직전 사법부 수뇌부를 향하고 있다. 적폐 청산을 통해 군 정보기관의 여론조작 행위, 블랙리스트 작성을 통한 반대 세력 억누르기 등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역행한 불법과 탈법 행위들이 한 꺼풀씩 벗겨져 나갈 때마다 국민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적폐 청산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관가의 피로감 호소 등 부작용도 적지 않게 쌓이고 있다. 특히 적폐 청산의 칼끝이 겨눴던 보수 진영의 불만은 가파르게 거칠어져 적폐 청산을 정적을 죽여야 자기가 살았던 조선시대 사화(士禍)에 비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과거의 담론인 적폐 청산 시비로 국정 운영의 동력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이제는 출구 전략을 모색할 때라고 조언했다. 물론 단순히 반칙과 특권을 일소하는 적폐 청산을 그만두라는 의미가 아니다. 적폐 청산 작업의 성과를 이어갈 수 있는 제도 개혁에 매진함으로써 미래 담론을 얘기하는 ‘적폐 청산 시즌 2’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제시한 방향은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다. 그 방법론으로 제시한 적폐 청산의 지난 1년 7개월을 복기하자면 당연히 긍정 평가가 앞선다. 취업 청탁으로 입사한 강원랜드 입사자들이 퇴사하고, 성적은 좋아도 돈과 백이 없어 떨어진 구직 청년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게 가장 상징적인 변화다. 정권과 사법권력의 유착 의혹을 밝혀내기 시작한 사법농단 사건도 적폐 청산의 도도한 흐름이 없었다면 시작도 못할 수사였다.

하지만 촛불민심이 분노했던 제왕적 대통령과 권력의 집중 문제 해결, 검찰 권력 견제 등 제도 개혁은 제자리를 맴도는데 전 정권 적폐만 파헤치다 보니, ‘사람을 갈아치운 것 말고 바뀐 게 뭔가’ ‘별건 수사나 정치 보복으로 또 다른 적폐를 낳았다’ 등 싸늘한 여론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청와대의 권력은 여전히 강하고 공기업이나 산하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도 바뀐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법농단 수사가 길어지면서 사법부 내부의 갈등만 적나라하게 노출해 사법부의 권위 추락만 초래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저작권 한국일보] 문재인 정부 전직대통령 사법처리 현황. 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문재인 정부 전직대통령 사법처리 현황. 강준구 기자

적폐 청산에 대한 피로감이 부각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책 우선순위 설정의 실기(失期)를 꼽았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적폐 청산을 제1의 과제로 삼았다면, 이후 적절한 순간에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재설정 작업이 필요했는데 이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국민들의 시선이 적폐 청산에서 먹고 사는 문제로 옮겨 가는데 현 정부가 이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는 얘기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24일 “적폐청산이 됐건 사정정국이 됐건 과거 어느 정부에서나 초기에 바짝 있는 일”이라면서 “어떤 정부든 골간은 민생경제와 국가안보가 핵심인데 청와대가 이 문제들을 위해서라도 적폐 청산이 필요하다는 차원으로 접근해 왔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들어 생활 적폐까지 얘기하면서 적폐 청산을 너무 일상화시키려 하니까 국민들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박수를 치다가 이제 피로감을 더 심하게 느끼기 시작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하면서 제도 개혁에 방점을 두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도 국정원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리에 나섰는데, 보수정권 9년을 거치면서 오히려 더 퇴행했다”면서 “이는 제도개혁이 아닌 일회성 청산 작업에 그쳤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개혁에 초점을 두고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 눈에는 이번 청와대 특별감찰반 문제도 결국 과거의 관행에서 청와대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며 “더욱 엄격한 잣대로 자신의 잘못을 도려내는 방식으로 적폐 청산의 정당성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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