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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택시업계, 숨 고르는 카카오 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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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택시업계, 숨 고르는 카카오 카풀

입력
2018.12.12 04:40
수정
2018.12.12 09: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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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택시 1만대로 국회 포위” 

 카카오T 호출 거부운동도 확산 

 출퇴근 시민 추위 속 불편 호소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에서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김모(75)씨는 최근 차량용 휴대폰 거치대를 치웠다. 7일 시작된 카카오택시(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 호출 거부 운동에 동참하기 위한 조치. 20만원에 가까운 사납금을 매일 채워야 하는 처지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김씨는 단호했다. 카카오 카풀(Car Poolㆍ승차 공유) 서비스가 17일 정식으로 시작되면 지금보다 더 힘든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김씨는 “동료 택시기사가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분신하기까지 했다”라며 “설사 (호출 거부로) 매출이 감소한다고 해도 그 고통을 참고 견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 정식 개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택시업계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일종의 기술혁명에 따른 택시 생태계의 급변, 이로 인해 ‘그냥 앉아서 죽을 수는 없다’는 반발 심리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 택시기사 최모(57)씨가 서비스 중단을 촉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10일 분신 사망한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택시업계 분위기는 점차 격앙되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우선 카카오T 호출 거부 운동 카드를 꺼내 들었다. 7일 이후 택시기사 대부분이 휴대폰 앱을 꺼놓는 등 카카오T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 김도길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기획부장은 “카풀 서비스로 택시업계가 하루 178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하는 통계가 있다”며 “취소될 때까지 계속 호출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집단행동도 예고했다. 20일 국회 앞에서 10만명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는 것.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전국택시연합회관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차량 1만대를 동원해 국회를 둘러싸고 서강대교를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승객들은 당장 불편함을 호소한다. 평소 카카오T로 쉽게 이뤄졌던 택시 호출이 돌연 멈춰버리면서 당장 출퇴근 수단으로 택시를 이용하던 시민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은미(26)씨는 “평소 집 근처에서 택시를 쉽게 잡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어림도 없다”며 “추위 속 길가에 서서 몇 분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겨우 탑승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김범규(27)씨는 “지난 주말 서울 이태원에서 카카오T 호출에 묵묵부답이던 택시들이 몇 발자국 걸어가니 줄지어 서 있길래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들의 집단 반발과 시민들의 불편함 호소에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카오)는 일단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카카오는 “정식 서비스 개시(17일) 일정 등을 정부와 국회 등 관계 기관, 택시업계와 함께 적극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11일 밝혔다. 다만 “시범 서비스를 통해 카풀이 택시 승차난 해소에 얼마나 기여할지, 기존 택시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검토하겠다”라며 사업 추진 의지까지는 감추지 않았다. 업계에선 카카오 내부적으로 내년부터는 교통 부문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고, 택시 승차난이 가중되는 연말이 신종 서비스 출시에 여론도 우호적일 거란 판단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카풀ㆍ택시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약 1시간30분 비공개 긴급회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전현희 위원장은 “택시 산업의 생존권이 위협받지 않도록 보다 합리적인 규제 완화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대로 사회적 갈등을 내버려둘 수는 없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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