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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불신 자초하는 세종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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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불신 자초하는 세종시의회

입력
2018.11.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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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예산 삭감에 무상교복 조례 철회

구도심 주민, 학부모 등 거세게 반발

세종시의회 전경. 세종시의회 제공.
세종시의회 전경. 세종시의회 제공.

세종시의회가 여론과 동떨어진 의정활동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구도심 주민들이 학수고대하는 100억원 대의 조치원 도시재생 뉴딜사업비를 전액 삭감하는가 하면, 주민 지지가 높은 무상교복 현물 지원방식의 조례안이 갑작스런 수정안 제출로 돌연 철회하면서 비난여론이 비등하다. 시의회에 대한 불신은 가뜩이나 싸늘한 의정비 인상 여론에 찬물까지 끼얹고 있는 형국이다.

28일 세종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세종특별자치시 저소득층 학생교복 구매비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 조례안’이 철회됐다.

이 조례안은 내년부터 시행하는 중ㆍ고 무상교복 지원을 현물 방식으로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이미 교육안전위원회(위원장 상병헌)를 통과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상 위원장이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0명이 ‘현금과 현물을 병행해 무상교복을 지급하자’는 내용의 수정안을 뒤늦게 제출했다는 이유로 전격 철회했다.

상 위원장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에서 “수정안이 상정되면 표결로 인해 같은 동료의원에게 심적 부담을 주는 것과 다수당의 분란으로 보이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철회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무상교복 지원은 현금과 현물(교복) 지급을 놓고 일부 논란이 있었지만 현물 지급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다 지난 22일 의안접수 마감을 불과 1시간 앞두고 박성수 의원 등 의원 10명 발의로 개정 조례안에 대한 수정안이 접수됐다.

수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교복을 현물로 고정해 지급하면 교복을 입지 않는 일부 학교 학생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보편복지 실현 원칙에서도 어긋난다”며 “조율안을 마련해 차질 없이 무상교복이 시행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습적인 수정안 제출에 대해 상 위원장이 철회 선언을 하면서 상임위를 통과한 조례안이 폐기됐고, 원안 폐기로 수정안도 자동으로 폐기돼 무상교복 지급 방식의 제도적 근거가 될 조례안 제정은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시의회가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같은 당 소속 일색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에 대해 제대로 조율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시의회의 이런 행태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세종참교육학부모회는 “현물 지급과 현금 지급을 모두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수정안은 결국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으로, 학교 현장의 혼란은 야기하고, 구성원 간 갈등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의원의 반대 수정안은 시민들을 향한 폭거이고 시민을 상대로 싸우겠다는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기습적 수정안 제출 과정에서 의원들이 보여준 추악한 힘겨루기는 아이들 교육복지를 인질로 자기 밥그릇 챙기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세종시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도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의회에 수정안 제출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고, 책임을 촉구할 예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시의회는 앞서 구도심의 중심축인 조치원의 도시기반을 정비하는 도시재생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해 지역 사회의 반발을 불러왔다.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차성호)는 지난 20일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조치원읍 도시재생 뉴딜사업 사업비 100억여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날 예산 삭감에 따라 이미 지원받은 국비 50억원도 반납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이 사업은 구도심 중심축인 조치원의 도시기반을 정비하는 것으로,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의 2017년 도시재생뉴딜 시범사업 중앙공모에 선정돼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 간 360억원을 쏟아 붓는 대형 프로젝트다.

시의회는 예산 삭감의 배경에 대해 조치원읍을 인구 10만이 거주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선 ‘도시재생’이 아닌 ‘실질적 개발사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철도변에 건립키로 한 청년주택의 소음과 진동 피해 우려도 예산 삭감의 주요 원인으로 내밀었다.

예산 삭감에 대해 지역 사회에선 “시의회는 석고대죄하라”는 등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세종시민단체연대회의는 “예산 삭감 이유가 도시재생에만 치중하며 개발사업에는 예산을 쓰지 않는다는 문제의 회의로 발언을 보면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며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에 대한 시대정신을 읽지 못한 채 도시재생과 개발사업을 분리해 사고하는 이분법적 사고체계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치원읍 주민들이 참여한 조치원발전추진 비상대책위원회도 ‘돌팔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동원하며 시의회를 맹비난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시의회에 대한 불신은 의정비 인상에 불똥이 튈 조짐이다. 세종시의회 의정비는 찬반 여론이 분분하다. 전국 최저수준인데다 4년째 동결돼 이번에는 인상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지만, 의회의 역할론에 대한 싸늘한 여론도 여전하다. 여기에 민심과 동떨어진 의회의 잇따른 결정까지 더해지며 의정비 인상에 대한 반대여론이 커질 전망이다.

서금택 의장은 “의원들이 너무 열성적으로 일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며 “여론을 잘 반영해 원만히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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