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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은혜 “KT 화재에 화가 난 게 아니었어요”, ‘그날’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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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은혜 “KT 화재에 화가 난 게 아니었어요”, ‘그날’의 사연

입력
2018.11.2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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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혜. 얼리버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은혜. 얼리버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KT 화재 사건과 관련해 뜻밖의 주목을 받았던 배우 박은혜가 입을 열었다. 박은혜의 아들과 같은 반에 다니는 한 아이의 학부형이 블로그에 글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됐고, 박은혜는 조심스럽게 그간 밝히지 못했던 이야기에 대해 털어놨다.

앞서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서울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 일대와 은평구·경기 고양시 일부 지역에 통신대란이 일어났다.

이후 박은혜는 자신의 SNS를 통해 휴대폰 불통 소식을 전하며 통신사 이동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직접 겪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얼마나 두렵고 당황스러운지 모를 것이다. 인터넷 뉴스도 접할 수 없고, 어느 정도 복구가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한테 전화로 문자로 물어볼 수도 없고 그냥 고립 그 자체"라는 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한 기사들이 쏟아지며 한때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최근 한 블로그에 박은혜와 관련된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을 게재한 네티즌은 "박은혜 언니의 아이와 같은 초등학교 같은 반 아이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박은혜 언니와 나와 두 명의 일행은 아이들을 데리고 1박으로 가평에 놀러갈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는 "박은혜 언니와 나만 운전을 할 수가 있어서 한 명은 내가 픽업하고 한 명은 언니가 픽업하기로 했는데, (KT 화재 발생일에) 내 휴대폰으로 모르는 부재중 번호가 계속 떠 있었다. 몇 통이 같은 번호라 걸어보니 가게 점원이 언니를 바꿔주더라"며 "휴대폰 먹통으로 픽업을 가야 하는데 카톡 아이디만 알고 있던 언니와 연락이 안돼 초조해했다. '네비도 안 켜질텐데 어쩌나' 걱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은혜가) SKT로 바꿔야겠다고 하고 어찌나 실행력이 좋은지 통신사를 바로 바꿨더라.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당장 내일 만나야 되는 사람들과도 연락이 되질 않으니.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발끈하는 글들을 보니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또한 "내가 1년을 본 언니는 사람이 좋다. 배우나 연예인은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피하거나 무시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그런 게 없다. 조심스레 아이들 돌봐주는 선생님께 감사해하고, 아이 친구 엄마들에게 자신의 아이가 말썽이 많으니 예쁘게 봐달라고 말하는 모습이 더 예의바르고 좋아보였다"며 "쌍둥이 사내아이 둘 키우느라 온 힘을 내고 있는 분이니 좀더 따뜻한 눈으로 봐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네티즌이 블로그에 올린 박은혜의 사진
해당 네티즌이 블로그에 올린 박은혜의 사진

28일 오전, 어렵게 연락이 닿은 박은혜는 본지에 "이 일과 관련해 또 시끄러워질까봐 겁이 난다. 사실 SNS에 일기처럼 쓴 글이었는데 이처럼 파급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SNS를 연예인으로서도 활용하지만, 육아를 하는 평범한 엄마로서도 소통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박은혜는 "사람들이 인스타는 개인 공간이 아니라고 하면서 '너 힘들고 속상한 거 쓰지 말라' 하더라. 그런데 내가 인스타를 하게 된 이유는 예전에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면서 남의 아이는 너무 잘 자라고 쉽게 크는 기분이 든 적이 있다. 나는 밥 먹이는데 한 시간 넘게 걸리는데, 보면서 상실감 같은 게 있었다. '나만 힘든가' 하는 생각에 아이들이 지저분하게 해놓은 집을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너무 공감을 해주시는 거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내 글을 보면서 연예인의 화려한 면만을 생각하며 상실감을 갖는 분들이 위로를 받는 거 같아서, 같이 힘내잔 취지로 주변인으로서의 생활을 올리고 있다. 연예인도 사람이고 나도 힘든 육아를 하고 있다. 우리 애도 말 안 듣는다. 그런 것들을 알리니 오히려 나를 위로하더라.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방송에서 비춰지는 거 외에 인간으로서의 생활을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은혜는 "그날도 KT 화재 발생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그 지역에 계시던 분들은 공감을 했을 거다. 아이들도 픽업하러 가야 하고, 혹시 어디가 아프거나 급한 연락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인데 휴대폰이 먹통이 되니 너무 겁이 났다. 상담원에게 문의를 해봐도 언제 복구가 될지 알 수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급한 마음에 통신사 이동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순수한 마음에 쓴 글이 이렇게까지 번진 거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글을 내린 것도 네티즌과 설전을 하다가 그런 것이 아니고 내 글 하나로 시끄러워지는 게 싫어서 내린 거다. 내가 그렇게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이번 일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리 가족도 야단을 치더라. 언니가 연락이 와서 '너는 화재를 걱정해야지. 왜 화를 내냐' 하더라. 나는 화재 상황 자체에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그날 다시 글을 올려서 내가 해명을 해봐야 또 다른 오해를 낳을 것 같고, 상황이 너무 커져버린 거 같아서 많이 놀라기도 한 상태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내가 자만했나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나를 다 이해할 거란 생각을 하고 그런 자만심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차분하게 전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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