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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완벽한 타인’ 윤경호 “노력왕 유해진, 츤데레 이서진, 격려왕 조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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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완벽한 타인’ 윤경호 “노력왕 유해진, 츤데레 이서진, 격려왕 조진웅”

입력
2018.11.2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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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완벽한 타인'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윤경호는 다년간의 연극 무대 경험으로 내공이 탄탄한 배우다. 이번 영화에서 대선배들과 호흡하면서도 전혀 이질감이 없었던 건, 대본 두세 권이 너덜너덜해질만큼 치밀하게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다.

다소 투박한(?) 그의 외모는 거침없이 당당한 성격을 예상케 하지만, 실제론 정반대다. 현장에서 얻은 별명이 '크리스탈'일만큼 언제 깨질지 모를 유리멘탈이며,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다. 긴장한 탓인지 자주 아팠고, 덕분에 선배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기도 했다.

앞서 기자와 만난 이서진은 "막내 윤경호가 고생을 많이 했다"며 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단히 노력한 그를 칭찬한 바 있다. 나이가 열살 가까이 많고, 경력도 한참 많은 선배들과 친구로 대등하게 만나는 역할인지라 걱정이 많을 법도 했다.

'완벽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다룬다. 450만 관객을 돌파해 장기 흥행 중이다.

윤경호는 극중 히든카드 영배 역을 맡았다. 후반부에 극을 묵직하게 만드는 막중한 임무를 띤 인물이다. 하지만 유해진과 주고받는 통통 튀는 호흡이 관객들의 배꼽을 쥐게 한다.

이재규 감독은 윤경호를 캐스팅한 이유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배우이길 원했다. 평범해 보이고 관심 영역 밖에 있지만 반전이 일어나면서 중심에서 주목 받을 수 있는 배우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윤경호는 무려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기자가 만난 윤경호는 겸손하고 생각이 바른 배우였다. 연극배우 시절의 자신을 기억하는 것에 감동하던 그는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연기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조진웅과 윤경호. ‘완벽한 타인’ 스틸
조진웅과 윤경호. ‘완벽한 타인’ 스틸

이하 윤경호와 일문일답.

-첫 주연을 맡은 소감이 궁금하다.

▲영광이다. 내가 지금까지 주연을 맡아본 적이 없다. 상업영화 '군함도'를 할 때 "여러분이 주연"이라는 말은 들었었지만, 타이틀이 올라간 건 처음이다. 우리 영화는 구성원이 출연진의 전부니까 조연이고 단역이고 그런 것과 상관없이 너무 특별하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미팅을 했다. 이재규 감독님이 평소에 눈여겨 본 여러 배우들 중에 내가 있었다더라. GV 때 감독님 얘기를 듣고 알게 됐는데, 평범해보이는 듯하면서도 다른 출연진들과 나이대도 비슷해보이며 신뢰가 가는 배우가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더다라. 200명 중에 뽑힌 거라고 얘기를 해서 놀랐다.

-배우들과 친해진 것 같은데?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친구로 나왔고 선배님들이 마음을 열어주지 않으면 어려웠겠지만 사생활 고민도 털어놓고 농담도 주고 받고 그랬다. 저녁 자리를 마련해주면 같이 어울리고, 작품에 대한 얘기를 한달 동안 나누게 되니까 벽이 없이 지냈다.

-별명은 왜 크리스탈인가.

▲아. 내가 은근히 티를 내는 편인가보다. 정말 감춰야 하는데. 집에서도 저희 와이프가 그런다. 엄살 부리는 거 다 티난다고, 보기보다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한다. 선배들도 '얘가 생각보다 몸도 약하고 걱정도 많고 신 하나에 고민이 많아서 유리멘탈이니 보호해줘야 되겠다' 하시더라. 앞으로 '크리스탈'이라 부르자고 했다가, 너무 이국적이니까 '수정이'가 별명이 됐다. 이서진 선배님은 정말 츤데레다. 많이 보호를 받고, 예뻐해주셨다.

-선배들과 친구 역할이 쉽진 않았겠다.

▲그게 제일 걱정이 됐다. 이런 분들이랑 같이 선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열살 정도 어린데 친구처럼 보일까 걱정을 했더니, 감독님이 '본인 외모에 대해 모르는 모양인데 전혀 의심할 필요 없다. 있는 대사들로만 주고 받으면 충분히 오해 소지는 없다' 하시더라. (유)해진 선배랑 (이)서진 선배는 내 걱정을 듣고 대노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네가 더 늙어보인다' 하셨다. 하하.

-유해진과 호흡이 특히 좋았는데?

▲어릴 때부터 해진 선배 연기를 보면서 자란 세대다. 해진 선배는 이런 말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대학로에서 시작해서 영화 단역으로 출발을 했는데 비주얼이 한때 어글리쪽이라 분류됐던, 개성 강한 악역이나 건달 역을 했어야 하는 배우들한테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도 갈 수 있다는 길을 열어준 선구자다. 선배님의 신들이 분명히 무언가 준비된 느낌을 받았다. 정말 준비를 많이 해온단 걸 느꼈다. 너무 많이 메모하고 연구를 해오시니 내 대본을 펴기 민망할 정도였다. 내가 준비할 때 두세 권이 너덜해질 때까지 메모를 하는데, 그게 부끄러울 정도로 고민이 보이더라.

-어떤 부분의 도움을 받았나.

▲선배의 연기에 대한 고민과 배려심이 대단하다. 선배랑 리허설을 하고 나서 그 상태 그대로 슛이 들어가면 편하게 받기만 하면 되는 식이었다. 단독 투샷을 했을 때 너무 떨렸다. 유해진 배우랑 내가 투샷을 하다니! 하지만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좋았다. 실은 내가 담배를 끊었는데 흡연 장면이 있다. 선배가 '너 괜히 피는 거 힘들지 않니. 시늉만 해도 돼' 그런 거까지 세세하게 챙겨주더라. 연기 뿜을 때도 편하게 하라고 계속 얘기하셨다. 누가 되지 않으려 노력했다. 선배는 항상 스스로 꼰대가 되지 않으려 한다. 신조어에도 관심이 많고 항상 농담을 많이 건네고 젊은 친구들과 교류를 한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어떤 것인지?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이다.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면서 친구들 앞에서 고백을 하고 결론 내리는 신이 있다. 그 신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고 다른 선배들도 고민을 해줬다. 가장 대사가 많은 시퀀스였다. (조)진웅이 형이랑 방에서 맥주 마시며 얘기 나눴는데 '한번 해봐라' 하셔서 그 장면을 연기했다. 형도 같이 공감을 깊게 해주면서 조언해주고 격려하고 응원해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연극에서 매체로 넘어온 과정이 궁금하다.

▲사실 고리가 없다. 연극도 연기고 드라마도 연기고 영화도 연기인데 배우라는 직업을 시작할 때는 모든 매체를 하고 싶지, 한 분야에 대한 고집은 없다. 연극을 오래 했다고 영화에서 인정해주는게 오래 되지 않았다. 카메라를 이해하고 편집을 이해해야 하고, 영화나 드라마 필모를 새로 쌓아야 한다. 뮤지컬 작품 경력이 수십 편이어도 영화는 하나도 안 하면 신인인 거다.

영화를 어릴 때부터 하고 싶어서 연극을 하면서도 오디션을 봤다. '야인시대' 때부터 보조출연을 했다. 졸업하고 오디션 봐서 처음 된 게 '스카우트'라는 임창정 선배 주연의 영화였다. 조직보스 1로 나왔다. 필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경력을 인정 받아서 확률을 줄여나간 거다. 하지만 배역을 따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다.

-영화를 하고 싶어하는 연극 배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준비를 많이 해야 하고, 영화 라인업 등의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 막상 영상을 찍어서 내라고 하면 1분 동안 뭘 해야 할 지 모르고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영화를 할 거면 영화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임해야 한다. 단지 영화가 하고 싶어서 연극을 해서 발판을 다지고, (연극을) 중간 단계쯤으로 생각하는 오해를 한다. 연극이 영화보다 밑에 있다던지 높고 낮은 그런 개념이 없어져야 한다.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어떤 매체나 오갈 수 있는 마인드를 갖고 임해야 한다.

-연극에 대한 그리움이 있나.

▲내가 본격적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한 지 얼마 안됐다. 일이 끊길까봐 두려움도 있고 끝나기 전에 찾아주는 고마움도 있다. 회사에서도 주변에서도 '입지를 굳히는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 하더라. 연극은 10년이 넘었지만 어찌 보면 이쪽은 새내기다. 출연을 간간이 했지만 이름은 알린 적이 없으니까 영화인으로서 기억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은 필요하다.

연극을 그 와중에 같이 하고 싶은데 병행하면서 하기는 힘들다. 연습 기간에 최선을 다해서 달달 외워야 한다. 지금도 꿈을 꾼다. 공연 펑크가 나서 내가 가서 무대에 떠밀려 올라가는데, 핀 조명 받고 의상도 못 입고 대본이 손에 들려진 채로 서 있는 꿈을 꾼다. 싸늘한 관객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내 스스로 느끼는 마음의 부채 같은 거다. 고마운 팬들이 기대하고 왔더니 대사도 못 외우는게 말이 되냐.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올리고 싶다.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이 있는데?

▲대단하다 생각한다. 실제로 배우가 잘되고 안되고의 차이를 연극을 하면 힘들고 영화나 드라마를 하면 잘되는 거라고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 김수로 선배나 황정민 선배는 연극을 곁에 두고 계신다. 그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쪽은 가난하다는 인식이 없어져야 한다. 연극하는 사람들도 무척 훌륭하고, 숭고한 연극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낮게 보는) 시선을 안 받았으면 좋겠다.

-윤경호의 실제 성격은 어떤가.

▲편한 사람이랑 있으면 즐겁게 얘기하지만 진지하고 소심하다. 좋게 보면 신중하고 생각이 많고 그런 편이다. 초반에 외모만 보고 오해들을 많이 한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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