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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노동시간보다 오래 공부… 아동에게 쉴 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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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노동시간보다 오래 공부… 아동에게 쉴 권리를”

입력
2018.11.22 04:40
수정
2018.11.22 19: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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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 제출된 보고서 집필한

아동 7명이 직접 권고 이행 촉구

[저작권 한국일보]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제 5ㆍ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아동보고서 발간 기념 기자회견에서 박소민(16)양이 발표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저작권 한국일보]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제 5ㆍ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아동보고서 발간 기념 기자회견에서 박소민(16)양이 발표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어른들은 ‘주52시간제’를 통해 노동시간을 법으로 제한했지만, 저희의 ‘쉴 권리’는 무엇으로 보장받나요?”

아동의 쉴 권리와 ‘교육으로 고통 받지 않을 권리’를 외치는 당찬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국회를 쩌렁쩌렁 울렸다. 국제아동인권센터와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국회 아동ㆍ여성인권정책포럼과 함께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된 아동보고서의 권고사항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을 단순 보호대상이 아닌 존엄성과 권리를 지닌 주체로 보고 이들의 생존ㆍ발달ㆍ보호ㆍ참여에 관한 기본 권리를 명시한 것으로, 1989년 한국과 북한을 포함한 196개국이 비준해 따르고 있다. 협약이 정한 의무에 따라 가입국 정부는 5년마다 아동인권 상황에 대한 국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은 6~12세를 아동으로 보지만 유엔은 18세 미만을 모두 아동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보고서 집필에 참여한 아동 당사자 7인이 직접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2015년부터 ‘아동권리 스스로 지킴이’ 활동을 하며 주제 선택부터 활동 계획, 집필 과정까지 모든 결정을 주도했다. 아동이 주체가 되어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처음이다.

첫 번째 발표에 나선 경기 가평군 청심국제고 1학년 박소민(16)양은 “성인 1인당 평균 노동시간보다 더 긴 학습시간으로 인해 아동들의 쉴 권리와 놀 권리가 침해 받고 있다”며 “과도한 입시 경쟁과 쉼의 부족은 교통사고 사망률의 2배에 달하는 아동 자살률, 자살 아동 중 12%가 성적 비관 등의 수치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놀 시간’이 생겨도, 제대로 된 놀이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마땅히 무얼 하고 놀아야 할지 모른다는 비판도 나왔다. 강원 태백시 황지여중 2학년 임수연(14)양은 “집이 있는 태백시에는 놀이시설이나 다양한 기회가 없다 보니 여가 시간이 나도 집에서 컴퓨터나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 게 전부”라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PC방이나 노래방 같은 곳 말고 아동들이 다른 아동과 안전하게 어울려 놀 수 있는 곳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아동, 다문화가정아동,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발생하는 ‘교육 격차’도 지적 대상이었다. 경기 수원시 다산중 3학년 김도현(15)양은 “농어촌 지역 아동을 위한 교육 자원과 예산이 불충분하고, 레인보우스쿨 같은 다문화아동시설 역시 홍보가 안 돼 참여율이 낮다”면서 “불평등한 교육 기회는 성장 이후에도 불평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필진은 내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위원들을 직접 만나 아동의 의견을 피력할 예정이다. 이들의 의견은 또 내년 9월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대한민국 정부의 국가보고서를 심의할 때 주요 참고자료로 사용된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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