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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ㆍ러시아와 전쟁하면 질 수도” 최강 미국의 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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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ㆍ러시아와 전쟁하면 질 수도” 최강 미국의 엄살

입력
2018.11.15 16:13
수정
2018.11.15 21:4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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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군사력 평가 보고서 눈길

“안보 불안 요인 다양해지는데

국방비는 충분치 않아

압도적 우위 발휘하게 더 늘려야”

미국 국방비 연 680조원 중국의 4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맞붙으면 패할 수도 있다.”

미 의회가 14일(현지시간) 발간한 군사력 평가 보고서의 경고다.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집계한 지난해 미국의 국방비는 6,028억달러(약 680조원)로, 1,505억달러(170조원)에 그친 2위 중국에 비해 4배나 많다. 심지어 전세계 국방비 지출 2위부터 11위까지 10개 국가를 합친 것보다 미국은 더 많은 돈을 군비로 쓴다. 그런데도 전쟁에서 진다는 건 충격적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국방전략위원회는 관료 출신 전문가 10여명으로 구성된 초당적 기구로, 지난해 통과된 국방수권법에 따라 미국의 안보전략을 검토해 의회에 제출한다.

보고서의 요지는 “미국을 위협하는 안보불안 요인이 갈수록 다양해지는데도, 국방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군대가 대만해협을 건너거나 러시아가 동유럽의 발틱지역을 침공하는 국지전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전쟁에서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논리다. 뒤늦게 달려들어 끝장을 보려 했다간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탓이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할 당시 미국이 처했던 딜레마이기도 하다. 심지어 2024년 중국이 속전속결로 대만을 점령하는 시나리오도 실려있다. 결국 전면전에서 미국이 중국ㆍ러시아에 진다는 게 아니라, 적이 감히 미국의 권위에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국방비를 충분히 늘려달라는 얘기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갖춘 미국이 이렇게 엄살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고서는 미국의 힘을 빼는 원인으로 △경쟁국 중국, 러시아의 급속한 군사력 팽창 △불량국가 북한, 이란의 도전 △여론조작, 사이버공격 등 비군사영역 회색지대의 갈등 고조 △과격 무장세력의 테러 위협 △무기 생산기술의 확산 등 5가지를 꼽았다. 그럼에도 미국의 국방비 지출은 계속 줄어 이들 위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0년 7,940억달러(약 897조원)에서 2015년 5,860억달러(약 662조원)로 크게 감소해 한국전쟁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올해 국방부가 7,000억달러(약 790조원)가 넘는 예산을 확보했지만 미국의 국방목표를 충족하기엔 여전히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군비 증액’으로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전개하다 보니, 곳곳에 교묘한 가정이 깔려 있다. 가령 해군 군함의 경우 지난 7년간 중국은 늘고 미국은 줄어 숫자가 엇비슷해졌지만 성능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한 군사전문가는 “미 항공모함은 1분에 전투기를 4대 띄우는 반면 중국 항모는 기술력 부족으로 고작 1대를 띄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을 예로 들어 “군사력이 형편없던 아르헨티나가 단 1발의 미사일로 영국의 최신 군함을 격침시켰다”면서 미국이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의 도발을 감당할 수 없는 것처럼 평가했다. 하지만 영국이 포클랜드 전쟁에서 압승을 거둬 국력을 과시하고 존재감을 부각시킨 점을 감안하면 과연 미국이 마냥 뒷짐만 지고 있을지 단언하기 어렵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오히려 중국은 끊임없는 팽창과 공급과잉으로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미국과의 정면승부를 벌이기에 위험부담이 더 크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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