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모슈] 수능 성적 무효만 314명, 2004년 커닝사건을 아세요?

알림

[모슈] 수능 성적 무효만 314명, 2004년 커닝사건을 아세요?

입력
2018.11.14 14:00
수정
2018.11.14 17:32
0 0

올해 26살된 수능…탄생부터 각종 사건 사고, 정답률 0.1% 미만 불수능까지

※ [모슈]는 ‘모아보는 이슈’의 준말로, 한국일보가 화제가 된 뉴스의 발자취를 짚어보는 기사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학교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학교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19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하루 앞둔 오늘, 수험생들의 마음은 긴장을 넘어 해탈의 경지로 향하고 있을 듯 합니다. 올해로 26년째를 맞는 수능. 그 시작은 암기식 교육으로 대변되는 “비정상적 교육 풍토”, 즉 과열된 입시 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대신 ‘창의력’ 중심 교육으로 가려는 노력이었죠.

하지만 창대하게 시작된 수능의 역사는 평탄치 않았습니다. 수능 전 미리 온라인이 공지된 수백 명 연루 조직적 커닝사건, 천재지변으로 인한 시험일 연기, 0.1% 이하 정답률 문제가 있었던 ‘불수능’까지. 수능 시험을 둘러싼 각종 사건사고를 알아봅니다.

◇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하여” 수능맨의 등장

12일 오전 세종시 한 인쇄공장 관계자들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지를 전국으로 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세종시 한 인쇄공장 관계자들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지를 전국으로 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93년입니다. 해당년도 온 일간지는 ‘사고력’ ‘독서’ ‘탈 교과서’ ‘창의’란 단어로 뒤덮이다시피 합니다. ‘암기’로 표상되는 빡빡한 성장중심사회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회로 이동하는 일생일대의 숙제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부여되는 분위기였습니다.

1994년 모 일간지는 ‘수능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교과서 밖의 실력자들’이 돌풍을 일으켰다”고 보도했습니다. 내신 등급은 낮지만 평소 “가족들간의 대화나 신문, TV 등을 통해 시사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진” 학생이 수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얘기는 당시 미디어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였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수능시험이 대한민국에 독서 열풍이나 토론 문화를 불러오지는 못한 듯합니다. 대신 물수능, 불수능 등의 유행어가 등장합니다. 물수능은 난이도가 낮은, 불수능은 난이도가 높은 수능시험을 뜻합니다.

◇ ‘불수능’의 맛을 보아라

1997학년도 이공계 수리영역 29번 문제. 역대 최저 정답률인 0.08%를 기록했다.
1997학년도 이공계 수리영역 29번 문제. 역대 최저 정답률인 0.08%를 기록했다.

역대 수능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걸로 꼽히는 시험은 1997학년도 시험입니다. 시험이 얼마나 어려웠던지 시험장에서 나온 수험생들이 흘린 눈물이 강을 이뤘다는 과장법도 횡행했는데요. 당시 400점 만점에 200점만 넘어도 서울 소재 대학을 갈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만점자는 당연히 없었고 전국 1등의 점수는 373.3점이었습니다. 특히 수리영역이 어려웠던 걸로 유명한데, 역대 수능 최저 정답률을 기록한 문제도 이때 나왔습니다. 이공계 수리영역 29번 문제는 정답률 0.08%로 지금도 그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반대로 가장 쉬웠던 물수능은 2001학년도 수능으로 꼽힙니다. 97학년도에 정점을 찍었던 시험 난이도는 이후 꾸준히 떨어져 2001학년도에는 만점자가 무려 66명이나 나왔습니다. 따라서 만점을 받고도 서울대에 진학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 휴대전화로 신호 보내.. 집단 커닝 사건

2004년 11월 17일 치러진 수능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이 사용한 송신용 휴대전화. 뚜껑이 없어 정답 신호를 보내기 좋은 점을 이용했다. 연합뉴스
2004년 11월 17일 치러진 수능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이 사용한 송신용 휴대전화. 뚜껑이 없어 정답 신호를 보내기 좋은 점을 이용했다. 연합뉴스

2004년 11월 6일 인터넷에 ‘수능’이란 이름으로 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17일 실시될 2005학년도 수능시험에서 일어날 대규모 부정행위를 예고하는 글이었습니다. 글 게시자는 “공부 잘하는 애들(선수)과 커닝을 원하는 자(관객), 커닝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사람(코치)”으로 역할이 나뉘어져 있다며 “코치들은 여관에서 시험장에 있는 선수들에게서 답을 받아 답안을 작성한 뒤 과목당 50만∼70만원씩 지불한 관객들에게 일괄적으로 전송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선수들이 휴대전화를 잠바 안이나 상의 속에 넣고 답을 두드려 코치들에게 전달하는데, 학교나 학원에서 연습을 해봤지만 아무 탈 없이 편하게 했다”며 “6월 모의고사에서도 시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며칠 후 치러진 시험에서 이 예고는 현실이 됐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서 처음 부정행위가 적발되면서 수사는 전국으로 확대됐고, 당시 부정행위가 드러나 성적 무효 처리를 받은 학생만 무려 314명에 달했습니다. 앞서 2002~2004학년도 수능 때 부정행위를 한 사람들도 적발돼 이미 대학에 입학한 학생 70여명의 합격이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부정행위 처벌이 대폭 강화된 것은 물론입니다. 시험실 인원은 32명에서 28명으로 줄었고 모든 전자기기의 반입이 금지됐습니다. 부정행위자는 해당 시험 성적을 무효로 처리하는 것뿐 아니라, 부정행위의 정도가 심각할 경우 내년까지 응시자격이 박탈됩니다.

◇ 포항 규모 5.4 지진, 수능시험 전격 연기

2018학년도 대입 수능이 연기된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종로학원 옥상에서 수험생들이 전날 버렸던 문제집을 찾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8학년도 대입 수능이 연기된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종로학원 옥상에서 수험생들이 전날 버렸던 문제집을 찾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수능시험 하루 전인 11월 15일 저녁 8시 20분, 정부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시험 일주일 연기를 발표했습니다.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 때문입니다. 수능시험이 연기된 것은 역대 세 번째로, 2005년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개최 때 일주일씩 연기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천재지변으로 인한 연기는 지난해가 최초였습니다.

시험 12시간 전에 발표된 연기로 입시 일정엔 비상이 걸렸습니다. 대학별 면접 및 논술 고사를 비롯해 수능 성적 통지일, 원서 접수, 합격자 발표까지 모든 것이 연기됐습니다. 수능 출제위원과 인쇄요원의 합숙기간도 덩달아 연장됐습니다.

이날 밤 전국의 학원엔 버렸던 참고서와 문제집을 다시 찾아가려는 수험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몇몇 학원들은 ‘하늘이 내린 기회’ 같은 문구로 일주일 특강 광고를 내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던 지난해 11월 23일 오전 포항 이동중학교 고사장 앞에서 수험생들이 입실을 앞두고 포옹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던 지난해 11월 23일 오전 포항 이동중학교 고사장 앞에서 수험생들이 입실을 앞두고 포옹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