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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슈퍼히어로의 아버지, 더 높은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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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슈퍼히어로의 아버지, 더 높은 곳으로…

입력
2018.11.13 18:22
수정
2018.11.13 19:44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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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업계 거장 스탠 리 별세

아이언맨ㆍ헐크ㆍ스파이더맨 등

‘어벤져스 군단’캐릭터 창조

“그를 대체할 사람 없을 것”

배우들ㆍ세계 영화팬들 추모

‘슈퍼히어로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탠 리 마블 코믹스 명예회장이 2012년 4월 로스앤젤레스 에서 열린 영화 ‘어벤져스’ 시사회에서 정정한 모습으로 환히 웃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슈퍼히어로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탠 리 마블 코믹스 명예회장이 2012년 4월 로스앤젤레스 에서 열린 영화 ‘어벤져스’ 시사회에서 정정한 모습으로 환히 웃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엑셀시어(Exelsiorㆍ더욱 더 높이).”

하늘로 힘차게 솟구치는 슈퍼히어로를 생전의 그는 이렇게 묘사하곤 했다. 그리고 그 말처럼 떠났다. 마블 슈퍼히어로의 아버지 스탠 리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이날 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리의 생몰 연도를 뜻하는 ‘1922-2018’이라는 문구가 게재됐다.

리는 전 세계가 열광하는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창조한 만화업계 거장이다. ‘어벤져스’ 군단을 일군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헐크,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팬서, 토르, 앤트맨은 물론 엑스맨과 판타스틱4 등이 모두 그와 동료들 손에서 탄생했다. 본명은 ‘스탠 마틴 리버’이지만 필명인 ‘스탠 리’로 더 친숙했고, 한국에선 ‘스탠 리 옹’ ‘스탠 리 할아버지’라는 애칭으로도 불렸다.

1922년 뉴욕 맨해튼의 루마니아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리는 어린 시절 독서와 영화를 좋아했고 글쓰기를 즐겼다. 1939년 우연한 기회에 타임리 코믹스(마블 코믹스 전신)에 입사해 만화업계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편집 조수로 일하다 능력을 인정받아 이야기 구성에 관여하게 됐고, 당시 큰 인기를 끈 ‘캡틴 아메리카’ 각본 일부를 쓰면서 만화 원작 제작에도 참여했다.

1950년대 잇따른 부진에 만화업계를 떠나려 했던 그는 1961년 마지막 도전이란 심정으로 집필한 ‘판타스틱4’의 대성공으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1962년에는 ‘헐크’ ‘스파이더맨’ ‘토르’의 원작을 썼고, 1963년엔 ‘아이언맨’ ‘닥터 스트레인지’ ‘어벤져스’ ‘엑스맨’을 탄생시켰다. 1964년엔 오랜 기간 휴재했던 ‘캡틴 아메리카’도 부활시켰다.

이후 마블 코믹스 편집장과 마블 엔터테인먼트 사장 등을 역임하며 마블을 대형 멀티미디어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1980년대 제작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편집위원과 명예회장 등을 맡았다. 1994년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윌 아이스너 어워드’를 수상했고 1995년 잭 커비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2008년에는 예술가들의 최고 영예인 ‘미국 예술훈장’을 받았다.

스탠 리가 창조한 마블의 슈퍼히어로 아이언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헐크,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스탠 리가 창조한 마블의 슈퍼히어로 아이언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헐크,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리는 2002년 ‘스파이더맨’ 실사영화의 수익 배분 문제로 마블코믹스와 법적 다툼을 벌였지만, 2005년 극적인 합의를 이룬 뒤에는 마블의 정신적 지주로 함께했다. 카메오 출연을 즐겨 해 마블 영화에 40여차례 등장했다. ‘스탠 리 찾기’는 마블 팬들 사이에 일종의 놀이문화로 향유된다.

리는 “엔테테인먼트는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당신이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있다면 당신은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리의 별세 소식에 할리우드와 전 세계 영화 팬들은 슬픔에 잠겼다.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사장은 “마블 스튜디오에서 하는 모든 일들에 스탠 리만큼 영향을 준 사람은 없었다”며 “그는 오래도록 살아남을 엄청난 유산을 남기고 떠났다”고 애도했다. 마블의 경쟁사인 DC코믹스도 “그는 우리가 슈퍼히어로를 보는 관점을 바꾸게 만들었다”며 “현대 코믹스는 그의 흔적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고 존경을 표했다.

배우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당신 때문에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는 글과 함께 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캡틴 아메리카’의 크리스 에반스는 “그는 수십 년간 모험과 탈출, 위안, 자신감, 영감, 힘, 우정, 즐거움을 줬다”며 “그를 대체할 사람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팬들도 SNS에 추모 글을 올리며 리의 영면을 빌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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