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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Talk] "일본, 에미넘 가사는 되고 BTS 셔츠는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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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Talk] "일본, 에미넘 가사는 되고 BTS 셔츠는 안되나"

입력
2018.11.14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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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멤버인 지민이 논란이 된 티셔츠를 입고 있다. 원자 폭탄 투하로 버섯 구름이 인 사진이 프린트돼 있고, 사진 왼쪽 옆엔 영어로 애국심과 우리 역사, 광복이란 단어가 쓰여있다. 지난 3월 공개된 유튜브 다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에 나온 이 티셔츠를 두고 일본에선 ‘반일 논란’이 일었다. ‘번 더 스테이지’ 캡처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멤버인 지민이 논란이 된 티셔츠를 입고 있다. 원자 폭탄 투하로 버섯 구름이 인 사진이 프린트돼 있고, 사진 왼쪽 옆엔 영어로 애국심과 우리 역사, 광복이란 단어가 쓰여있다. 지난 3월 공개된 유튜브 다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에 나온 이 티셔츠를 두고 일본에선 ‘반일 논란’이 일었다. ‘번 더 스테이지’ 캡처

정치적 희생양일까, 비판받을 만한 실수일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일본 방송 출연 취소를 두고 한일 관계가 더 차가워지는 분위기다. 한일 사이를 더욱 급속 냉각시킨 건 지민의 티셔츠 도안. 원자폭탄 폭발로 생긴 버섯구름 사진이 새겨져 있어 일본 극우의 심기를 건드렸고 방송 출연 취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명 ‘방탄소년단 원폭 셔츠 논쟁’을 계기로 문화계에선 K팝 등 현지 한류 전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탄소년단 원폭 셔츠 논쟁’은 해외에서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유대인 인권단체인 사이먼 비젠탈 센터는 방탄소년단 일부 멤버의 화보 속 모자 디자인이 나치의 상징을 연상시킨다며 11일(현지시간) 비판 성명을 냈다. 방탄소년단 관련 의상 논쟁과 일본 방송 출연 불발이 지닌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일보 대중문화 담당 기자들이 짚어 봤다.

강은영 기자(강)= “지민이 입은 티셔츠에 새겨진, 한국 국민이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모습과 원자폭탄 투하로 인한 버섯구름 사진은 역사적 사실을 보여준 이미지일 뿐이다. 방탄소년단 팬이 준 선물을 지민이 지난해 광복절에 맞춰 입은 걸로 알려져 있다. 이 티셔츠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입은 것도 아니다. 티셔츠 디자인 하나로 방송 출연을 막은 건 지나치다.”

양승준 기자(양)= “생각이 다르다. 원폭은 반인륜적 전쟁 수단이다. 수많은 민간인 피해가 따른다. 원폭은 누군가의 패션이 돼선 안 된다.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지민이 입은 티셔츠로 생긴 논란에 늦었지만 사과를 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역사적 아픔이 담긴 상징엔 더 민감해야 한다. ‘나치 친위대(슈츠슈타펠ㆍSS)’의 상징을 아무렇지 않게 옷 디자인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충격이었다.”

김표향 기자(김)= “원폭 사진에 대해선 나도 비판적이지만, 방송 출연 불발로 이어진 데는 반한 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고 본다. 미국 래퍼 에미넘은 2000년 낸 노래 ‘리멤버 미’에서 ‘히로시마처럼 폭탄을 떨어뜨렸다(I drop bombs, like Hiroshima)’고 노래했는데 일본은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출연한 영국 배우 루퍼트 그린트도 원폭으로 인한 버섯구름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일본에 입국까지 했는데 뒤탈이 없었다. 한국의 유명한 가수 방탄소년단이라서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본판 한한령’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양= “일본 넷우익(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극우파)의 방탄소년단 흠집 내기가 더 극심해진 것 같다. 방탄소년단이 ‘런’ 뮤직비디오를 일본 버전으로 2016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선 멤버가 물에서 허우적대는 장면이 있고, 영상 공개일이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3월 11일이라는 이유로 ‘용서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이 지난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더라.”

방탄소년단 멤버인 RM이 찍은 화보의 일부. 미국의 유대인 인권단체 사이먼 비젠탈 센터는 ‘모자의 해골 문양이 나치의 상징’이라며 문제 삼았다.
방탄소년단 멤버인 RM이 찍은 화보의 일부. 미국의 유대인 인권단체 사이먼 비젠탈 센터는 ‘모자의 해골 문양이 나치의 상징’이라며 문제 삼았다.

강= “방탄소년단 일본 방송 출연 불발 문제로 트와이스나 동방신기가 일본 공영 NHK의 연말 최대 음악 축제인 ‘홍백가합전’ 출연이 불투명해졌다는 식의 보도 등이 현지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런 내용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우리도 일본 방송사의 방탄소년단 프로그램 출연 취소로 일본이 전범국인 사실만 부각됐다 식의 감정적 대응을 지양해야 한다.”

양= “방탄소년단의 일본 방송 출연 불발로 현지 K팝 시장이 크게 위축될 거라고 내다보는 국내 전문가도 드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2년 독도를 다녀온 뒤 일본 주류 미디어에서 K팝 배척은 이미 이뤄져 왔다. ‘홍백가합전’만 해도 2012년부터 5년 동안 K팝 아이돌그룹은 단 한 팀도 초청받지 못했다. 독도에서 공연한 이승철도 2012년 일본 입국을 거부당했다. 세 명의 일본인 멤버가 있는 트와이스를 제외하면 K팝 그룹의 현지 주류 방송 출연이 애초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신곡 활동 한 번 하지 않은 방탄소년단은 일본에서 인기다.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일본 팬들이 K팝을 소비한다. K팝을 소비하는 층이 탄탄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김=“오늘 (일본 유명 음악차트인) 오리콘 차트를 보니 방탄소년단이 7일 낸 싱글 ‘페이크 러브/에어플레인 파트2’가 주간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일이 외교 문제로 더 비화하지 않으면 방탄소년단의 일본 활동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을 듯하다. ‘홍백가합전’ 등 현지 음악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다고 해서 K팝 가수의 음반 판매량이 떨어지거나 하진 않을 테니까.”

양= “짚어 봐야 할 또 다른 대목은 한국에서도 일본 내 ‘혐한’과 비슷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는 거다. 케이블채널 Mnet ‘프로듀스’ 시리즈로 데뷔한 한일 합작 그룹 아이즈원의 국내 활동을 삐딱하게 보는 이들이 있다. 일본 우익 성향의 프로듀서가 기획한 여성그룹 멤버가 포함돼 국내 지상파 방송 출연 등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KBS 시청자 상담실 홈페이지 뿐 아니라 청와대 국민 게시판에도 여럿 올라왔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기자 comeon@hankilbo.com

김표향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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