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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트남, 이제 비경제분야 협력도 신경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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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트남, 이제 비경제분야 협력도 신경써야”

입력
2018.11.12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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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주베트남 대사 취임 6개월

삼성전자 출신 취임부터 화제

한인사회 구심점 될 숙원사업

‘코리아 센터’ 취임 직후 성사시켜

저녁 하루 2, 3번 먹으며 동분서주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가 지난 9일 하노이 대사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임 6개월간의 소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가 지난 9일 하노이 대사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임 6개월간의 소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베트남 하면 모두가 경제, 경제하지만 이젠 비경제적 부문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도현(51) 주 베트남 대사는 “한국과 베트남이 흠 잡을 데 없는 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향후 이게 언제 어디서 삐걱거릴지 알 수 없다”며 “경제 협력으로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 범위를 비경제적 분야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기획재정부 출신인 김 대사는 2013년 삼성전자로 옮겨 임원으로 지내다, 지난 5월 주 베트남 대사로 발탁됐다. 발탁 초기부터 화제를 낳았던 그는 베트남에 부임한 뒤에도 실질과 성과를 중시하는 일 처리로 베트남 교민사회에 보기 드문 자극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인터뷰는 취임 6개월을 즈음한 지난 9일 하노이 대사관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경제분야 협력 확대와 관련, 김 대사는 부임 후 강력하게 추진 중인 ‘코리아센터’ 건립을 꼽았다. 그는 “한인 사회 구심점 역할은 물론, 센터에 각 기관이 한데 입주하면 교민과 베트남은 찾는 한국 기업인, 여행객 등 모두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베트남 측의 배려로 지어질 건물인 만큼 양국 관계의 든든한 고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부임 초기부터 ‘원스톱’ 재외행정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베트남 당국과 협의, 최근 하노이시로부터 3군데의 부지를 확보했다. 교민 대표와 건설사 관계자 등 15명 규모의 평가단이 각 후보지를 방문했고, 내부적으로는 결정을 내린 상태다.

올해 수교 26주년을 맞는 베트남 교민사회에서 ‘코리아센터’는 숙원 사업이었다. 26년간 지체된 사업을 6개월만에 성사시킨 배경에 대해 김 대사는 “진정성 있는 외교 덕분”이라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쩐 다이 꽝 주석 서거 당시 이낙연 총리가 직접 조문 오면서 베트남 고위직들이 한국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코리아센터 부지를 받은 시점도 조문을 계기로 이 총리-응우옌 쑤언 푹 총리의 만남 이후의 일이다.

물론 이 같은 변화는 외교의 힘 때문만은 아니다. 박항서 감독의 도움도 빠뜨릴 수 없다. 김 대사는 “박 감독 이야기만한 게 없다”며 “많은 고관대작들이 최근 막 개막한 ‘스즈키컵’에 대한 기대를 보내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사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의 유창한 러시아 실력이 원활한 양국 관계에 기여했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같은 공산권 국가였던 베트남은 정ㆍ재계 고위 인사의 80%가 러시아 유학파다. 김 대사도 “러시아어 덕분에 부임 초기부터 베트남 정ㆍ재계 인사들과 자연스레 속 깊은 얘기를 나누고 그들의 ‘이너서클’에 들 수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 밖에도 저녁을 2, 3번씩 먹어가며 적극적으로 베트남 관리 및 교민들을 만난 것도 현지서는 유명한 이야기다.

반 년간의 파격적 일 처리는 상반된 평가로 이어졌다. 김 대사를 보좌해야 하는 국내 파견 외교관 및 공공부문 관계자들은 과거 상상도 못했던 고난도 업무지시로 ‘못해먹겠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교민 사회에서는 거꾸로 ‘신선하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김 대사도 이런 평가를 알고 있는 듯 삼성 이병철 창업주가 강조했던 ‘메기론’으로 응수했다. ‘메기론’은 무서운 메기와 한 곳에 사는 미꾸라지가 그렇지 않은 것보다 강하다는 얘기다. 김 대사는 “나는 민도 아니고 관도 아닌 중간지대 대사”라며 “공관에만 의지하려는 교민, 교민 위에 군림하려는 관에 적당한 동기부여와 함께 긴장을 불어넣는 메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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