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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리에 진행 된 ‘제주감귤 수송작전’…8년 만에 북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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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리에 진행 된 ‘제주감귤 수송작전’…8년 만에 북한행

입력
2018.11.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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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C-130 수송기가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산 감귤 50t을 싣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송이버섯 2톤을 선물한 것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감귤 200톤을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북으로 보낸다. 연합뉴스.
공군 C-130 수송기가 1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산 감귤 50t을 싣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송이버섯 2톤을 선물한 것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감귤 200톤을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북으로 보낸다. 연합뉴스.

한반도 최남단 제주 감귤이 8년 만에 다시 북한으로 날아갔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후 5ㆍ24 대북제재 조치 이후 처음이다. 이번 ‘제주감귤 수송작전’은 11일 청와대의 ‘깜짝’ 발표 이전까지 제주도조차 모르게 극비리에 진행됐다.

제주도와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이날 북한으로 전달된 감귤 200톤은 제주지역에서도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난 서귀포지역에서 재배된 조생종 노지감귤이다. 그 중에서도 당도가 10브릭스 이상 되는 최상품들로만 골라 10㎏ 상자 2만개에 나눠서 포장됐다. 현재 노지감귤 시세가 10㎏ 상자당 가격이 약 2만원 전후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가격은 대략 4억원 정도가 되는 셈이다.

이들 감귤이 제주공항에서 북한행 수송기를 타기 전까지는 이 감귤들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아는 이들은 극소수였다. 심지어 제주도 역시 이날 청와대 발표가 이뤄진 후에야 알게 됐다.

도와 농협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번 감귤 수송 작전이 시작된 것은 한달 전쯤. 청와대측에서 농협중앙회를 거쳐 서귀포지역 농협지역조합에 요청이 들어왔다. 이어 서귀포지역 농협산지유통센터(APC) 4곳에서 각각 50톤씩 확보한 후 최근 일주일 사이 감귤의 크기와 당도 등을 측정하는 선과작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선과작업 과정에서도 일반 판매용 감귤 상자가 아닌 아무 것도 표시되지 않은 하얀 상자로 작업이 이뤄져 어떤 용도로 사용될 지는 관계자 외에는 알지 못했다. 감귤 생산농가 역시 자신의 재배한 귤이 북한으로 가는 사실을 몰랐다.

제주 감귤이 남북 외교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주도는 1999년 1월 대한적십자 등과 협의해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지방 특산물인 감귤 100톤을 북한으로 보냈다. 이어 ‘비타민C 외교’라고 평가 받고 있는 감귤 북한 보내기 운동은 다음해부터 2010년까지 지속됐고, 북으로 향한 감귤만 4만8,328톤에 달한다. 북한측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제주도민 방문단을 초청해 4차례에 걸쳐 도민 750여명이 북한을 방문했다. 같은 기간 제주 당근 1만8,100톤도 북한으로 향했다. 2009년부터는 제주 흑돼지 협력사업을 추진해 분만사 1동과 양돈 기자재 18종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5ㆍ24조치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제주 흑돼지 100마리를 지원하는 후속사업 등 남북교류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제주 감귤이 북한에 전달된 것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송이버섯을 보냈는데 우리는 답례품으로 제주 감귤을 보냈다. 북한 주민들에게 감귤 맛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남북 평화와 농업교류에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평양에 돈사를 지었는데 아직은 흑돼지를 넣어놓지 못했다”며 “남북교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흑돼지도 평양에서 번식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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