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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의 개념 자체를 바꾸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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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의 개념 자체를 바꾸고 싶어요”

입력
2018.11.0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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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만(62) 제이아그로 대표

정영만(62) 제이아그로 대표가 기존의 농업 처방학 관행에서 벗어나 식물을 뿌리부터 튼튼하게 키우자는 예방학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제이아그로 제공.
정영만(62) 제이아그로 대표가 기존의 농업 처방학 관행에서 벗어나 식물을 뿌리부터 튼튼하게 키우자는 예방학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제이아그로 제공.
2018년 제아아그로 하계워크숍에서 직원들이 단합을 외치며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제이아그로 제공.
2018년 제아아그로 하계워크숍에서 직원들이 단합을 외치며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제이아그로 제공.

전국 방방곡곡에 ‘신토불이’라는 슬로건이 내걸릴 때 ‘우리 몸에는 우리 농약’이라는 농담이 나돌았다. 농업에서 농약은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우리 농업은 병발생 후 농약으로 처방하는 ‘처방학’ 관행이 주류였다. ‘처방학’에 대비되는 개념이 ‘예방학’으로 병 발생 자체를 줄여서 농약을 쓸 데 없게 만들자는 생각이다.

정영만(62) 제이아그로(주)대표는 예방학의 선두주자다. 그는 미국 텍사스의 스톨러 자선 재단 설립자인 제리 스톨러 박사의 ‘모든 식물은 뿌리로부터 자라고 뿌리로부터 병든다’는 말을 슬로건 삼아 다양한 처방을 연구했다. 식물의 언어를 이해하고 면역성을 강화해 식물을 건강하게 재배하자는 골격으로 선진 미래 농법을 선보였다. 식물에 꼭 필요한 영양소인 ‘12가지 뷔페식 시비법’을 주창했고 ‘붕소가 포함된 칼슘재’의 신기술을 특허, 보급했다. ‘기후예방학’, ‘슈가무브 농법’, ‘뿌리 관리를 위한 5대 호르몬 이론’ 등 식물면역성 강화 연구에 천착했다. 그의 연구 성과들이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모두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된 까닭이다. 어느 연구 하나 이론을 위한 이론, 성과를 위한 성과가 없다. 곧장 밭에 나가서 실천해도 괜찮을 실용적인 지식을 하나 둘 씩 캐냈다.

정 대표와 농사와의 인연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철이 들 무렵부터 부지런히 땅을 파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밀레의 만종 같은 삶을 동경하며 꿈을 키웠다.

첫 직업은 농군이었다. 1980년, 군대 제대 후 경기도 화성군 농전농장에서 본격적인 농사일을 시작했다. 아버지는 고향인 경남 의령군의 정신적 지도자였다. 아버지는 그해에 멀리 있는 아들을 찾아왔다. 논두렁에 앉아서 농사짓는 아들을 하염없이 지켜봤다.

“농사지을 거면 내 밑에서 짓지!”

그러나 아버지 밑으로는 가지 않았다. 3년쯤 농사를 짓다가 1983년에 채소종자회사 ‘농우종묘사’에 입사했다. 농우종묘사는 훗날 농우바이오로 성장한 우리나라 대표 농업회사다. 부지런하고 머리가 좋았던 청년은 농업시장의 현장경험을 쌓았고 농업선진국인 일본연수의 기회도 잡았다. 농업이론을 다지며 연구하고 업적을 쌓아갔다. 본부장을 역임하며 13년간 샐러리맨으로 살면서 교배종 보급 및 농민교육을 통해 일찌감치 농업 신기술 보급에 앞장섰다.

1995년,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영광농자재를 창업했다. 다니던 회사에 대한 의리상 전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다. 2002년 4월, 식물의 첨단영양보호제와 친환경 비료를 생산 공급하는 제이아그로를 설립, 법인 등록했다. 사후약방문이 아닌 식물을 뿌리부터 튼튼하게 키워 농약과 비료를 줄이자는 발상의 전환으로 ‘처방학에서 예방학’의 신념으로 새로운 농업혁신을 일으켰다. 그는 회사의 경영을 총괄하며 IMF와 외환위기 등의 시련도 거뜬히 이겨냈다.

정 대표는 ‘친환경’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실천 가능한 친환경 농업이론을 창안, 보급했다. 시야가 남달랐다. 일본 동경 학사회관 목초액 세미나에 참석 후 ‘이것이 목초액이다’를 발간, 전국적 세미나를 개최해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친환경자재 사업 확대에 기여했다. 농업생산성 향상과 미네랄 함유 친환경 농산물 생산으로 국민건강 증진에 일조했다. 그는 선구자였다. 비료의 연구개발과 저작, 강연을 통해 화학비료 절감과 농약사용 감축에도 공헌했다. 세계 주요 농업 국가를 80여 회 방문, 체류하며 연구 활동 및 신기술 도입과 보급에도 앞장섰다. 미래농업연구단을 꾸려 7년간 국내 핵심 농업인 200여 명을 인솔, 4차례 미국 연수를 다녀왔다. 농업기술센터, 농협, 각 지역 농민단체 및 작목반 초청강연회를 통해 대농민 농업 신기술 교육을 연간 40~50회 실시, 20여 년간 550회의 친환경농업강연회 및 세미나로 신기술 보급에 힘을 쏟았다. 농업전문 기술지 월간 ‘농경과 원예’에 7년간 최장기 연재, 월간 ‘디지털농업’, 주요 농업지역신문에 수년간 기고 연재했다.

2010년 대덕테크노밸리 내 제1종합 첨단비료공장을 준공했다. 세계 최초로 N, P, K, S, Mg, Fe, Zn, Mn, Cu, B, Mo 등 12가지 식물필수원소 종합 첨단 비료를 생산했다. 2018년 대구 달성에 제2공장을 준공했다. 품질, 환경ISO 9001, 14001 인증 기업, 벤처기업, 이노비즈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재산을 100% 사회 기부한 미국 텍사스의 스톨러 자선 재단 설립자인 제리 스톨러 박사는 저의 롤모델이자 아버지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와의 만남은 내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를 통해 세계의 농업으로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되었습니다.”

스톨러 박사의 뜻과 신반중학교를 국가에 기부해 공립으로 전환시킨 부친의 뜻을 합해스톨러제이 농촌복지연구원을 설립했다. 개인 출연금을 기부해 농업과정전공학생과 어려운 농촌가정,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지원했다. 2009년 대구대 생명공학부 겸임교수로 임명되면서 강의료 전액과 사비를 더해 현재까지 총 12회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자유총연맹 대구경북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2016년 미국의 애틀랜타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위문 방문, 미국인에게 우방으로서의 깊은 감흥도 남겼다.

그는 남다른 애향심으로 고향인 의령에 스토리를 입혔고 농촌관광개발에 힘을 보탰다. 홍의장군 곽재우, 백산 안의제 생가의 역사적 인물과 한국 3대 그룹(삼성, LG, 효성) 창업자 탄생의 스토리를 엮어 애국 부잣길 투어를 개척했다. 그는 발상의 전환, 새로운 시각과 연구로 정영만식 농업을 개척했고 대한민국 농업계의 빛나는 별로 떠올랐다. 저서로는 ‘비료와 호르몬의 신기술’ ‘예방학 미네랄’ ‘다문화 가정의 실태와 전망’ ‘이것이 목초액이다’ ‘비료의 시기별 흡수 종류’ ‘미네랄 강화 기능성 농산물 생산에 대한 고찰’ 등이 있다. 2009년 농업경쟁력강화를 통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장을 받았고, 2017년에는 친환경 농업이론을 창안 보급하여 농업 생산 및 기술향상에 기여한 공으로 대구대로부터 명예 농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와 주요 논문으로는 ‘비료와 호르몬의 신기술’, ‘예방학과 미네랄’, ‘다문화 가정의 실태와 전망’, ‘이것이 목초액이다’, ‘비료의 시기별 흡수 종류’, ‘미네랄강화 기능성농산물 생산에 관한 고찰’ 등이 있다.

“인생 장도입니다. 삶은 뚜벅뚜벅 꾸준히 걷는 것입니다. 처음 농사꾼으로 시작해서 농업 회사 경영자로서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처방학이 아닌 예방학 농업과 실천 가능한 친환경 농법으로 우리 농촌 농업발전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다면 여망이 없겠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농촌,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남은 시간을 후회 없이 쓰겠습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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