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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효기간 지난 브릭스

입력
2018.11.06 18:30
수정
2018.11.07 15: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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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월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짐 오닐은 ‘브릭스(BRICs)’ 용어를 만들고 이 지역에 투자하라는 보고서를 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까지 4개 국가를 묶은 ‘브릭스’의 경제력이 2020년에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육박하며 신경제 블록을 만들 것이란 전망이었다. 이후 브릭스는 월가에서 돈 버는 투자지로 각광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합친 브릭스(BRICS) GDP가 미국의 90%에 도달했으니, 오닐의 예언은 틀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 하지만 17년이 지난 지금은 오닐조차 브릭스를 언급하지 않는다. 자원의 저주에 빠진 브라질과 러시아는 기대에 못 미치고, 인도도 세계 성장엔진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오닐의 브릭스에는 중국만 남아 있는 셈이다. 골드만삭스는 3년 전 브릭스 펀드마저 청산해버렸다. 수익률이 마이너스 90%에 가까워 버티지 못하고 손절매 해버린 것이다. 그런 브릭스가 경제에 이어 정치적으로도 해체 단계에 접어들었다.

□ 브릭스는 2차 대전 이후 서구 중심의 세계질서에 대안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브릭스 정상들도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안을 모색하며 공동발전 방안을 논의하곤 했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면 민주주의도 확장될 것이란 기대는 가설이었다. 전 지구적인 극단주의를 오히려 이들 브릭스가 선도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벌써 3번째 권좌에 올라 철권을 휘두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0년 임기 제한을 없애며 독재의 길을 열었고,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우익 힌두 민족주의자다.

□ 브릭스의 정치적 해체는 누구보다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주연이다. 극우 민족주의자인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혼합형이란 말로 설명된다. 그가 실제 권위주의 정권을 끝내고 민주정치를 해온 브라질을 구체제로 역주행 시킬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보우소나루가 반중국, 친이스라엘 노선을 본격화하면 브릭스는 뿔뿔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우파든 좌파든 극단주의를 부르고, 민주주의에 위기를 가져오는 건 경제 실패에서 비롯된다는 게 브릭스의 경험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민주당 전통 지지층이던 ‘러스트 벨트’ 지역 백인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될 수 있었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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