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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역사 불국사역, 없애지 말고 관광자원 활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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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역사 불국사역, 없애지 말고 관광자원 활용을”

입력
2018.11.09 17:29
수정
2018.11.09 18:4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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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만기 역장 "보문역 신설해 관광열차로"

홍만기 역장은 “폐선 위기에 놓인 철길도 잘 활용하면 또 다른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만기 역장은 “폐선 위기에 놓인 철길도 잘 활용하면 또 다른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길이 난다고 옛길을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데요.”

홍만기(57) 경북 경주 불국사역장은 안타까움 마음에 말끝을 흐렸다. 동해남부선 울산과 경주, 포항을 연결하는 복선전철화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0년이 조금씩 다가오면서다. “이대로라면 기존 선로는 폐선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100년 역사를 가진 불국사역도 사라지게 됩니다.” 지난 5일 만난 홍 역장은 이렇게 아쉬움부터 먼저 전했다.

불국사역은 1918년 11월 1일 대구에서 불국사간 협궤선 역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현재 역사는 1936년 재건축한 건물이다. 불국사역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축물인데도 전통기와를 이고 있다. 일제강점기 역사 중 전통양식을 유지한 곳은 현재 국내에선 경주역과 불국사역 뿐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불국사역을 철도기념물로 지정한 배경이다.

하지만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새로운 철로 공사가 완성되면 불국사역에 더 이상 기차는 서지 않는다. 37년 경력의 베테랑인 홍 역장이 불국사역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새로운 노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다. “불국사역을 무조건 없애지 말고, 활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거든요. 100년 역사의 불국사역과 인근의 보문관광단지 등을 엮으면 잘 어우러진 추억의 관광열차 노선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새로운 노선과는 별개로 불국사역과 보문관광단지 등을 연계시킨 또 다른 노선을 새롭게 건설,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도움이 될 방법을 찾아보자는 게 홍 역장의 아이디어다.

지난해 11월 이곳에 부임한 홍 역장의 이런 생각엔 지금까지도 적지 않게 불국사역과 보문관광단지를 찾고 있는 외부 관광객들과 무관치 않다. 요즘 불국사역을 통과하는 하루 36편 중 무궁화호는 21차례 정차한다. 이 열차의 이용승객은 평일 500~700명, 주말에는 1,000~1,500명 선. 울산 부산권 관광객들이 불국사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보문단지를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문역이 신설되면 버스를 갈아탈 수고도 덜고, 이용객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멋진 관광열차를 운행할 수 있거든요.” 이를 통해 관광객들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게 홍 역장의 판단이다.

어렵게 100년을 버텨왔지만 불국사역은 최근 큰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민간에 위탁되면서 한때 폐역수준으로 전락했던 불국사역은 코레일이 재차 직영 운영, 다시 숨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홍 역장은 인터뷰 말미엔 불국사역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곳에 와서 추억담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만큼 불국사역은 소중한 추억의 공간입니다. 그런 곳이 없어진다는 건 그 사람들에겐 추억의 장소를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발상의 전환으로 불국사를 지역 관광명소로 재활용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경주=글 사진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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